논란 끊이질 않는 사모CB... 금융당국, 추가 제도개선 나설까
20일 '전환사채 공정성 제고' 주제 세미나 열려
금융당국, 전환사채 건전성 및 공시 강화 검토
"사모CB를 악용하는 자본시장 교란사범을 엄단하겠습니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은 사모 형태로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악용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단하고 조사‧공시‧회계‧검사 등 자본시장 모든 부분에서 역량을 쏟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모 전환사채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빈번한 사모 전환사채 발행이 이루어지면서 해당 기업들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의 피해(지분율 희석, 대주주 지분확대 이용, 부당이득 등)는 여전하다. 이에 금융당국이 다시 한 번 전환사채 제도개선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은 오는 20일 '전환사채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세미나 후원자로 나선다. 김광일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토론회 패널로 참석해 금융당국의 입장을 전할 예정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전환사채 건전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뤄진다. 논의내용에는 전환사채 공시제도를 강화하는 방안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전환사채 건전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발표할 예정이고 전환사채 공시 강화 등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미나 주제발표를 진행할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그동안 보고서를 통해 밝힌 전환사채 관련 제도개선 내용을 보면 ▲전환가격 리픽싱 연간 횟수 규제 ▲메자닌채권 발행조건에 대한 공시 강화 ▲채권 투자자유형에 대한 공시강화 등이다.
금융당국이 전환사채 제도개선 논의 자리에 다시 나서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전환사채 제도(신주인수권부사채도 전환사채 제도 준용)를 여러 차례 손질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금융위는 불법‧불건전행위 근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사모 전환사채 발행 시 사전공시(납입일 일주일 전 전환사채발행 공시)를 의무화하고 전환사채를 이용한 부정거래 가능성 등을 점검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또 2021년에는 사모 전환사채 발행 시 매수선택권(콜옵션) 한도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한도로 제한했다. 추가로 주식전환가격을 주가가 내려갈 때만 조정(하향리픽싱)해왔던 것을 강화, 주가가 올라갈때도 전환가격을 높이는 상향리픽싱을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상장사의 사모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한 소액주주들의 의구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콘텐츠제작사 초록뱀미디어의 최대주주인 초록뱀그룹은 특정회사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투자 등을 통해 특정인물이 부당이득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초록뱀그룹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채권 투자 금지를 담은 정관변경을 임시주주총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의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에 투자한 4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를 거래 정지되기 전 팔아 차익을 얻었다.
해당 채권은 발행 당시(2021년 10월) 기준으로 주식전환 시 총 발행주식수의 20%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는 상당한 규모였다. 결과적으로 400억원 중 240억원(60%)은 이화전기가 콜옵션 행사를 통해 센트럴타임즈라는 회사에 넘겼고 나머지 160억원은 메리츠증권이 주식으로 바꿔 모두 팔았다.
일각에서는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 계약을 맺으면서 메리츠증권이 이화전기와 모종의 합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메리츠증권이 이자수익과 일부 주식전환에 따른 차익을 얻는 대신 콜옵션 한도를 60%로 높게 설정해 대주주 입맛에 맞게 채권을 활용할 수 있게끔 일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자본시장 관련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모 전환사채 등 채권 발행 물량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물량이 많아 소액주주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메리츠증권이 투자했던 이화전기 BW도 회사랑 사전에 합의를 하고 대규모 물량을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메리츠증권과 이화전기 문제를 언급하며 금융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메리츠증권의 이화전기 투자 문제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안건에 대한 금감원 조사와는 별개로 금융당국은 이번 세미나를 기점으로 사모 전환사채 제도를 다시 한 번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전환사채 관련 제도를 개선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이번 세미나에서는 전환사채 건전성을 좀 더 높이는 쪽으로 제도를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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