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핵잠 입항 다음날 새벽, 北 SRBM 기습발사…美핵잠 있는 부산과 동일한 550㎞ 비행
고체 ICBM 발사 일주일만에 탄도미사일 도발 재개
김정은 과거 文에 ‘새벽잠 설치지 않겠다’ 발언 주목
美 규탄 속 대화 촉구…北美 미군 송환 협상 가능성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19일 새벽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기습발사했다. 전날 한미 확장억제협의체 핵협의그룹(NCG) 출범 및 첫 회의와 이를 계기로 한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 입항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군은 오전 3시30분께부터 3시46분께까지 북한이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각각 550여㎞를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으며 이에 대한 세부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종합적으로 평가중에 있다”고 밝혔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날 오전 3시35분께와 오전 3시48분께 각각 북한이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를 발사했다며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12일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이후 일주일만이다.
올해 들어서는 ICBM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을 포함해 13번째다.
북한의 SRBM 발사는 전날 한미 NCG 출범과 함께 다분히 미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SSBN-737)의 부산작전기지 입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SRBM은 동해상으로 550여㎞ 날아간 것으로 파악됐는데, 공교롭게도 이는 순안에서 켄터키함이 입항한 부산까지 거리에 해당한다.
북한은 미 SSBN의 한반도 전개 구상이 공개된 이후 줄곧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앞서 북한 국방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 SSBN 한반도 전개 방침에 대해 “핵 충돌 위기라는 최악의 국면까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매우 위험한 사태의 실상”이라면서 “앞으로 그 어떤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지게 될 것”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7일 발표한 담화에서 “지금 정세는 2017년 조성됐던 대결 수위를 훨씬 넘어서 실제적 무력충돌 가능성, 핵전쟁 발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형편”이라며 “현재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방도는 힘의 지위에서, 충분한 실력 행사로 그들(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발사 시점으로 새벽을 골랐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하겠다’며 최소한 새벽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NCG 출범과 미 SSBN 기항에 대응해 뭔가 군사적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취약시간대인 새벽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충격효과를 높이고 한국 여론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지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SRBM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또는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SRBM이 하강 단계에서 재상승 등 변칙적인 움직임을 갖는 ‘풀업 기동’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즉각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합참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군은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다수 위반한 것이자 이웃국가 및 국제사회에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다만 “우리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미군의 자체 징계로 구금됐다가 전날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무단 월북한 주한미군 소속 트레비스 킹 이등병 송환 협상을 위해 북미가 대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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