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떠나는 여름휴가…소설집 ‘너무나 많은 여름이’와 ‘연수’
소설 속에는 무료한 나날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특히 적당한 길이와 두께감으로 엮어낸 단편집에는 잠시 발을 담갔다가 빠져나온 뒤 다시 머무를 수 있는 연결의 감각이 살아 숨쉰다. 여름철 변덕스러운 날씨에 제대로 된 휴가를 즐기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책 속으로 떠나는 휴가를 제안한다. 계절감이 묻어나는 감성으로 차려 입고 일상의 단면을 머금은 채 작가의 손을 떠난 두 권의 단편 소설집 ‘너무나 많은 여름이’와 ‘연수’를 만나볼 시간이다.
김연수 작가의 ‘너무나 많은 여름이’가 지난달 26일 출간돼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의 소설은 사람과 소통하는 창구다. 낭독회에 모인 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해 써내려 간 단편들이 차곡차곡 쌓여 한 권의 책이 됐기 때문이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글은 막연한 단상과 감정들을 구체적인 형태와 질감을 감각할 수 있는 매개체로 빚어내는 과정을 통해 독자와 만난다. 책 속을 들여다보면 삶을 거쳐 태어난 이야기들이 맴돌고 있고, 독자들은 그 이야기를 접하면서 삶에 보다 더 충실해질 기회를 음미하게 된다. 삶의 한자락과 인생 전체를 진동하는 서사들에 잠시 발길을 멈춘 뒤 응시하면 저자의 내면과 맞닿은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독자들은 소설과 소설을 오가면서 거창한 이야기 대신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한 마음, 잊혀가는 것들을 붙잡는 태도, 마주한 세계와 타자를 향한 다채로운 감정과 생각들을 만난다. 책을 위해 단어를 입으로 뱉고 써내려간 작가의 마음은 어땠을지, 작가가 정성껏 마련한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책을 통해 만나볼 기회다.
지난달 23일 출간된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연수’엔 일상의 빈틈과 빈틈을 메우는 호흡이 곳곳에 배어 있다. 6편의 단편 소설은 마치 일상의 한귀퉁이를 잘라낸 산문을 보는 듯, 현실에서 접하기 힘든 환상 요소들이 없어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그의 소설 속 사람들은 현실 속 독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삶을 버텨내고, 쳇바퀴 같은 인생에 따분해진 책 바깥의 우리들처럼 자극과 충격으로 가득한 사건에 휘말리지도 않는다.
도심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전거를 타는 라이딩 모임, 한 직장에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밟아온 궤적을 돌아보는 직장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학 시절을 추억하는 국문과 학생들. 이처럼 일상에서 한 번쯤은 만나본 사람들, 더 나아가 어쩌면 각자 자신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책장을 계속해서 넘기는 동력을 만든다.
저자는 책을 매듭짓는 곳에 “여기 실린 이야기들을 쓰는 동안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되돌아본다”며 “어떤 장면이나 인물, 혹은 그들이 내뱉는 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떠오른다.…다 쓰고 나면 매번, 처음에는 생각지 못했던 무언가가 고여있고 덧대어져 있다”고 담담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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