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롯데 역사상 최고 외인…더그아웃 흥부자→야구 밖에 몰랐던 '닥터K' 스트레일리가 떠났다 [SC피플]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어쩌면 롯데 자이언츠 역사상 최고의 외인투수였을지도 모를 댄 스트레일리가 부산을 떠난다.
롯데 구단은 지난 18일 새 외인 투수 애런 윌커슨의 영입과 함께 스트레일리의 방출을 알렸다. '털보에이스'는 KBO리그 통산 32승23패 평균자책점 3.29의 기록을 남긴 채 한국을 떠나게 됐다.
직구 가치의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올해 35세, 노쇠화의 기미가 눈에 띄었다. 기량 하락으로 인한 방출인 만큼 향후 한국 땅을 다시 밟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한국 데뷔 첫해인 2020시즌 당시 스트레일리가 보여준 임팩트는 강렬했다. 무려 194⅔이닝을 소화하며 15승4패 평균자책점 2.50, 무려 194⅔이닝을 소화하며 다승 공동 3위, 평균자책점 2위, 이닝 2위, 삼진 1위(205개)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8시즌 경력, 빅리그 재도전 소망이 허명이 아님을 보여줬다.
그에 걸맞은 '프로 그자체'의 마인드가 돋보인 선수였다. 비시즌에도 식사부터 몸관리까지 충실했고, 워크에식이 완벽에 가까웠다. 팀이 요청하면 3일 휴식 후 등판도 마다하지 않았고, 평소에도 컨디션이 괜찮으면 '1이닝 더'를 외치며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려 애썼다. 외국인 선수임에도 더그아웃 분위기를 주도할 만큼 파이팅이 넘치고, 동료의 사진으로 직접 디자인한 기념품을 내놓을 만큼 팀에 대한 애정도 깊었다.
이해 다승왕과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 20승2패 평균자책점 2.54 198⅔이닝 182삼진)과 차이나게 다른 점은 승수와 소속팀 정도. 전 시즌 최하위였던 롯데가 끝까지 가을야구 싸움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두산으로 옮긴 조시 린드블럼이 리그 MVP를 수상했듯, 이해 롯데가 스트레일리를 알칸타라만큼 뒷받침해줄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롯데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는 쉐인 유먼(2012~2014)이 꼽힌다. 3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고, 2012년 롯데의 마지막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3년간 38승(21패)이란 성적이 돋보인다. 롯데에서 뛴 3년간만 따지면 평균자책점도 3.89로 준수했다.
또한명의 후보로는 브룩스 레일리(뉴욕 메츠)가 있다. 한국에서의 성실한 기량을 바탕으로 빅리그에 역수출된 모범 케이스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롯데에서 무려 5년간 활약했고, 역시 3차례 두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커리어하이(13승7패 평균자책점 3.80 187⅓이닝)였던 2017년에는 롯데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공로도 있다.
반면 스트레일리는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끌지 못했다는 점에서 두 선수에 뒤진다. 다만 단일시즌을 기준으로 하면 2020년 스트레일리는 단연 롯데 역사상 최고 외인 투수다. 1996년 주형광 이후 24년만이자 롯데 외인 역사상 첫 탈삼진왕이었고, 15승 또한 롯데 외인 최다승 기록이다. 2021년까지 2년 연속 10승을 달성했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팀을 떠났지만 다시 롯데로 복귀한 점도 인상적이다.
지난해 11경기에 등판, 62⅓이닝을 책임지며 4승2패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했다. 2020년의 털보에이스가 부활한듯 했다. 롯데는 지난 겨울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 FA 3인 영입과 박세웅의 연장계약에 무려 26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만큼 의욕적으로 준비한 한해, 외인 3명과 모두 계약을 이어가며 안정적인 시즌을 꿈꿨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않았다. 찰리 반즈는 기복 심한 피칭을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 고점이 높았다. 반면 렉스는 무릎부상이 장기화되며 아쉬운 성적을 냈고, 스트레일리는 뚜렷한 부상 없이 눈에 띄는 구위 하락을 보인 끝에 떠나는 신세가 됐다.
롯데는 외인들의 부진속 5할 승률 붕괴, 5위 추락 등 아쉬움을 안고 전반기를 마무리지었다. 올스타 휴식기에 외인 2명을 모두 교체한 승부수가 후반기 롯데의 비상을 이끌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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