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조종사노조, 18년 만의 총파업 철회 이유는?

김동현 기자 2023. 7. 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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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차 교섭만에 지난해 인상률 2.5%·비행수당 인상 등 합의
합병에 부정적 영향·참여도 저조·국민적 비판 등 이유 거론
[인천공항=뉴시스] 최동준 기자 =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오는 24일부터 무기한 파업 돌입을 예고하며 여름 휴가철 항공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TF를 가동해 승객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1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아시아나항공 모습. 2023.07.1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아시아나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조가 2022년 임금 협상에 대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쟁의행위를 비롯해 오는 24일 계획했던 총파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노조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총파업을 진행할 경우 대한항공과의 합병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국민 이동권을 볼모로 잡은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을 보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임금 및 단체 협상을 진행했다. 양측은 그동안 협상을 통해 2019년 이후 3년분 임금 동결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노사는 2022년 임금 인상률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사측은 2.5% 인상을 제시했지만 조종사 노조는 대한항공을 비롯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의 임금 인상률이 10% 이상이라는 점을 내세워 10% 인상을 요구했다.

양측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고 노조는 이달 7일 항공기 이륙을 합법적으로 지연시키는 1차 준법투쟁, 14일부터는 이·착륙시 연료 소모를 극대화하는 2차 준법투쟁을 진행했으며 오는 24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총파업을 5일 앞둔 지난 18일 밤 노사는 26차 교섭에서 4~5시간의 협상을 진행한 끝에 19일 새벽 1시에 2022년 인상률을 2.5%로 잠정 합의했다. 이외에도 비행 수당 인상, 안전장려금 50% 지급, 부가적 복지 혜택 확대 등에도 의견을 모았다.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준법투쟁과 오는 24일 예정된 총파업을 잠정 보류하고 다음주부터 2주간에 걸쳐 잠정합의안에 대한 설명회와 찬반 투표를 진행하며 조합원의 의견을 들은 뒤 최종 결론을 낸다는 계획이다.

조종사 노조가 무기한 파업 계획을 밝힌 지 일주일도 채 안돼 사측의 인상률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대한항공과의 합병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우선 거론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작업은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3곳의 경쟁당국의 합병 심사만 이뤄지면 마무리되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경쟁당국에서 양사의 합병에 대해 우려를 표했을 가능성도 높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작업이 더욱 길어질 수 있고 다른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파산 수순을 밟을 수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노조가 한발 물러났을 가능성이 높다.

조합원의 파업 참여도가 예상보다 저조했을 수도 있다. 항공사는 필수유지 업무 비율에 따라 국제선 80%, 제주 노선 70%, 국내선 50% 이상 필수조종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참여율이 낮으면 파업 동력은 낮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12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약 일주일간 파업을 진행했지만 조종사들의 파업 참여율은 10% 미만을 기록했다. 이 당시 대한항공의 일부 국제선 노선 운항률은 필수유지 업무 비율을 뛰어넘는 90%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참여율 저조로 대한항공 노조의 파업 동력은 예상보다 파급력이 적었고 노조는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고 판단해 파업을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파업 참여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적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총파업을 진행할 경우 국민 이동권을 볼모로 잡은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을 보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발 물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노사의 잠정 합의를 환영한다"며 "어렵게 합의안을 도출한만큼 조합원 투표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며 함께 상생하는 노사관계로 더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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