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북 병사' 송환 위해 "북한과 접촉 중"… 국방부 주도
유엔사,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 취소… JSA 일대 경비태세 강화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무단 월북한 미국인이 미 육군 소속 이등병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미 정부와 군 당국이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 측과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8일(현지시간) 회견에서 "우리 군인 중 1명이 (JSA) 견학 중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며 이번 월북 사건을 공식 확인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린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조사하고 있다"면서 "(월북자) 가족들에게도 상황을 알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린 장 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해당 병사가 북한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본다"며 "우린 북한 측 카운터파트들과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주한유엔군사령부는 18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JSA를 견학하던 미국인 1명이 무단으로 MDL을 넘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이번 사건 관련 보고를 받았고, 미 국무부·국방부, 그리고 판문점을 관할하는 유엔사 등과 함께 그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미 육군에 따르면 이번에 월북한 병사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정규군 19D(기병정찰병)로 복무해 온 '트래비스 T. 킹'이다.
올해 23세로 알려진 킹은 주한미군 순환 근무기간 중 육군 제2보병사단 제1기갑사단 제1기병연대 제6대대와 제1여단에 배속됐다가 현재는 행정 절차상 제4보병사단 제12보병연대 제2여단 전투단 제1대대로 소속으로 돼 있다.
킹은 국내에서 폭행 혐의로 체포돼 47일간 군사 구금 상태에 있었고,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 텍사스주 포트블리스로 이송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전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위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뒤 공항을 떠나 판문점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견학 때 킹과 동행했다는 한 목격자는 그가 "견학 도중 '하하하' 하고 크게 웃더니 건물 사이로 뛰어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미 정부는 킹이 현역 군인 신분임을 고려, 국방부 주도로 북한 측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 일부 미군 관계자는 판문점 북측 지역으로 넘어가 북한군 관계자 등과 접촉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와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19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주한미군 병사 월북과 관련해) 미국과 협조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 측이 유엔사 채널을 통해 북측에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신 차관은 "미국 입장에선 그 병사의 안전을 우선순위로 놓고 송환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사는 사건 발생 직후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 일정을 취소했다. 현재 JSA 일대 경비태세도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사는 평소 주 4회(화·수·금·토요일, 회당 40명 규모)씩 한국인과 미국인 등을 대상으로 판문점 JSA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엔 미군 병사의 이번 월북사건이 북미 간 대화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패트릭 크로닌 미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이 대화 참여를 위한 새로운 채널을 열 수 있다"며 "미 행정부는 어떤 미국인도 북한에서 억류된 채 사망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북한 담당국장 출신의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도 "북한은 불법적으로 구금했던 미국 시민을 미국의 대북정책을 완화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사용한 오랜 역사가 있다"면서 북한 측에서도 이번 사건을 이유로 미국과의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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