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기후에 보건·질병 ‘비상’…세계 경제 타격도 불가피

2023. 7. 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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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알제리에서 한 남성이 뙤약볕 아래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폭염과 산불, 폭우와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후가 전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덮친 이상 기후로 시민 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기후 위기의 ‘실존적 위협’에 맞서 인류가 시급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북반구 대부분에서 역대급 더위가 관측됐다. 이날 미 애리조나 피닉스는 역대 최고인 47도를 기록했다. 19일 연속 43도를 넘으면서 종전 18일간의 최장기간 더위 기록을 넘어섰다. 미 남부와 서부가 맹렬한 더위와 씨름하는 동안 버몬트 등 북동부에서는 최근 집중호우에 이어 더 많은 비가 예보되고 있다. 중서부에는 캐나다발 산불 연기가 다시 덮치는 중이다.

유럽서도 이탈리아 대부분의 지역과 스페인 북동부, 크로아티아 등에 고온 경보가 발령되는 등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섬 샤르데냐의 최고 기온은 44도, 로마는 41.8도를 기록했다. 그리스에서는 건조한 날씨에 폭염까지 겹치며 아테네 인근에서 시작된 산불이 남서방향으로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중국도 북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저지대가 이번주 52.2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온을 다시 쓰는 등 불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동부에서 산불로 나무들이 타고 있다. [AFP]

최악의 폭염은 당장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며칠간 응급실 환자 수가 20% 증가했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극심한 폭염이 환자 증가의 원인”이라며 시민들에게 낮 시간 외출 금지 등을 권고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극도의 더위로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들이 미 전역의 병원으로 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더 극심한 ‘살인 더위’가 찾아올 것이란 예보 속에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유럽의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던 지난해 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더위 관련 사망자는 6만1672명에 달한다. 조반니 레오니 이탈리아 의사연맹 부회장은 “심장 질환이나 호흡 곤란 등 건강 문제가 발생하는 고령자에게 더위가 더해지면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극한 기후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 확산 가능성을 높여 공중보건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극심한 가뭄과 홍수 등 불규칙한 날씨가 질병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데다, 따뜻한 기온이 모기와 벼룩 등 병원균 매개체의 활동 기간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닐 보라 국제보존협회 박사는 “기후 변화로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면서 “이것은 미래에 일어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도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농민협회 콜디레티는 폭염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유 생산량이 10%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냉각을 위한 에너지 비용 증가로 농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관광지 폐쇄로 인한 관광산업 타격과 전력 과부화로 인한 피해도 우려된다. 에너지 수입국인 이라크의 경우 50도까지 치솟은 더위로 최근 정전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포폴로 광장 분수대에서 한 남성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 속에 머리를 담그고 있다. [AFP]

극한 기후는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극심한 기온이 노동생산성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농작물 피해, 사망률 증가 등 성장 동력 전반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야외 노동자들이 많은 개발도상국과 저소득국의 생산성 악화가 우려된다.

한 연구는 지난 1992년부터 2013년까지 폭염이 세계 경제에 끼친 누적 손실은 최대 29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기후 관련 재난 비용이 지난 반세기동안 약 77%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무자비한 폭염의 영향이 전 세계적으로 손실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인류의 존립을 위협하는 극심한 기후변화에 시급히 대응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사용이 지속되는 한 기후 재앙은 더 심화될 것이란 경고다.

한스 앙리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지역 책임자는 “세계는 살인 폭염과 극단적 날씨라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며 앞을 내다봐야 한다”면서 “인류의 실존적 위협인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조치가 절실하고 지급하다”고 강조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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