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실업·육아휴직 급여 줄줄이 오른다
실업급여 지급액 하한액 규정 최저임금의 80%로 규정
산재휴업급여·출산휴가급여·육아휴직급여 줄줄이 인상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2024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1만원보다 140원 적은 금액으로 당초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지만, 최저임금이 29개 법령, 48개 제도에 연동되는 만큼 국가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현재 당정이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실업급여 뿐 아니라 육아휴직급여·탈북자지원금 등 각종 복지지출 소요가 늘어날 경우 국가재정 운영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5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986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 9620원보다 240원(2.5%) 많은 금액이다. 지난 2009년에 이어 역대 8번째 노·사·공 합의결정을 기대했지만, 공익위원이 제시한 조정안 9920원에 대한 양대노총 간 의견 조율 실패로 결국 이번에도 표결로 결정했다. 단, 최근 2년 간 공익위원이 제시한 산식(경제성장률 전망치+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취업자 증가율)에 의한 것이 아닌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최종 제안한 1만원, 경영계 9860원을 두고 표결이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적위원 26명 중 근로자위원안 8표, 사용자위원안 17표, 기권 1표로 사용자위원안이 2024년 시급으로 결정됐다.
다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재정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80%를 실업급여 지급액 하한액으로 규정하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률 만큼 고용보험기금 지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 들어 실업급여 지출로 책정한 예산은 11조1839억원인데, 6월까지 벌써 5조8157억원이 빠져나갔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당정이 실업급여 하한액을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하면 장담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지난 2017년 10조2544억원에서 2022년 6조4130억원으로 급감했다. 고용부는 올해 고용보험기금에서 8923억원 흑자를 기대하고 있지만, 쉽게 예단할 수 없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6조4130억원이지만, 이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빌려온 돈을 적립금에 포함시킨 규모다. 약 10조3000억원의 공자기금 차입금을 감안하면 지금도 이미 3조8870억원 빚이 있다. 인상된 최저임금이 빚을 악화시킬 수 있다.
비단 실업급여 뿐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심의편람에 따르면 현재 최저임금과 연동된 법률은 29개, 사회복지제도는 48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산업재해에 따른 휴업급여와 출산휴가에 따른 출산휴가급여의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100%를 기준으로 삼는다. 육아휴직급여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가 서비스단가를 책정하는 임금의 기준을 최저임금으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요양보호사와 어린이집 교사 임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탈북자의 국내 정착지원금 기준은 상한액이 최저임금의 200배 한도로 규정된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들에 대한 형사보상금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특별재난에 따른 사상자 지원금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다. 국가계약 상 최저임금이 인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주된 근거로 내세워지는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계약 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최저임금과 연동된 정부 재원 지출제도는 법정 의무지출인 탓에 고착화되는 분야가 대부분이란 점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정부의 사회복지지출 부담이 증가한 반면 올 들어 세수는 크게 줄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정부 총수입은 256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조원 감소했다. 소득세·법인세·부가세 등을 중심으로 국세수입이 16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6조4000억원 줄었고, 세외수입도 전년보다 3조7000억원 감소한 1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활용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코로나 시기인 2020년 대비 2028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증감 폭을 산출한 결과, OECD 국가의 국가부채비율은 평균 8.8%p 하락한 반면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9.5%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국가부채비율 상승 폭은 OECD 37개국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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