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해 벌레 먹었다”…北서 명품들고 다녔다던 탈북미녀 ‘대반전’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boyondal@mk.co.kr) 2023. 7. 1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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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주민 인권운동가 박연미씨. [사진출처 = 인스타그램]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탈북주민인 인권운동가 박연미(29)씨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박씨가 이야기한 북한의 경험담이 앞뒤가 맞지 않거나 일부는 과장된 면이 있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WP에 따르면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태어난 박씨는 아버지가 암시장에서 금속을 밀반입했다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자 2007년 탈북했다. 13살 때인 2007년 어머니와 함께 북한에서 탈출한 박씨는 중국과 몽골을 거쳐 2년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2009년 한국에 정착한 그는 북한이탈주민이 나오는 TV 예능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해 ‘탈북미녀’ ‘탈북대학생’ 등 별명을 얻으며 유명해졌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해 공부하던 중 201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참상과 인권유린에 대해 폭로하면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2015년에는 미국 컬럼비아대로 편입했고 이후 미국 시민권을 얻었으며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실제 박씨는 자신의 경험담 일부가 말이 안된다는 비난에 수년동안 시달려 왔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먼저 그가 북한에서 누린 경제력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박씨는 국내 방송에서 노동당원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부유하게 자랐다고 주장했다. 명품 가방을 사는 등 상류층 삶을 누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북한판 패리스 힐튼’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그러나 그는 본격적으로 인권문제를 다루는 인권활동가가 되면서 말을 바꿨다고 WP는 지적했다.

박씨는 “생존을 위해 풀과 잠자리를 먹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TV 출연 당시 언급한 내용과는 상반된 것이다. 심지어 그는 북한을 떠나기 전까지 계란이나 실내 화장실을 접해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홍콩 외신기자협회에서 발언 중인 탈북 인권운동가 박연미. [사진출처 = EPA 연합뉴스]1
WP는 또 박씨가 어릴적 친구의 어머니가 할리우드 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한 경기장에서 처형되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북한이탈주민은 비슷한 시기에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반박했다고 설명했다.

탈북 과정도 말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밀수하며 알게된 중국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부모님과 함께 탈출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에 참석해서는 탈북 브로커에게 어머니가 성폭행 당했으며 자신은 중국인 ‘남편’에 팔려 갔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박씨는 미숙한 영어와 과거 트라우마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2015년 펴낸 책 ‘내가 본 것을 알게 됐으면’에서는 방송에서 어린시절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해당 방송국도 ‘부유한 컨셉트의 탈북민’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썼다.

멜버른 대학교 한국학 교수인 제이 송은 “박씨 이야기가 다른 탈북자들의 평판을 더욱 광범위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들은 한국이나 다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박연미 같은 캐릭터는 이들 전체를 잘못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미 우익으로 전향한 북한 반체제 인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씨가 미국 진보진영을 저격하는 우익 미디어 ‘스타’로 부상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NYT에 따르면 3년 전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은 그는 올해 2월 새 저서 ‘시간이 남아 있을 때’를 출간했다. 또 보수성향 방송과 각종 행사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판매 추적 서비스인 NPD 북스캔은 캐나다의 교수이자 보수적인 라이프스타일 전문가인 조던 피터슨의 서문이 포함된 이 책은 7월 초 현재 최소 3만5000부가 팔렸다고 말했다.

올해 봄부터 미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에서 기고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씨는 이 시민단체로부터 월 6600달러(860만원)를 받고 뉴욕 등 각지의 정치 행사에서 극우 음모론의 대표주자인 마저리 테일러-그린 공화당 하원의원 등과 나란히 연단에 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컬럼비아대의 교육 방식은 북한 정권이 인민을 세뇌하는 수법과 완전히 똑같다”고 주장해 화제가 됐다.

미국 교육기관이 좌파 이념을 세뇌하려 한다는 그는 “이건 우리나라와 우리 문명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 외에도 유튜브 채널 ‘박연미의 북한의 목소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채널의 구독자수는 113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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