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월북·한미 NCG·김여정 담화…복잡해진 한반도 방정식
美정부 공식 발표 “北이 신병 확보, 대화 중”
커트 캠벨 방한 중 …대북 압박 속 돌발상황
북미협상 시계 움직이나…“새 채널 열수도”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한미가 제1차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개최되면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북한이 반발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주한미군 장병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중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비핵화 협상 조건’을 언급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북한이 패를 쥐게 되면서 북미 간 협상이 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18일(현지시간) 미군 1명이 JSA 견학 중 무단 월북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군인 중 한 명이 (JSA를) 견학하던 중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며 “북한이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믿고 있으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미 국방부가 북한 카운터파트와 이 문제에 대해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JSA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북한군과 소통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유엔사는 “북한이 이 사람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월북한 미군은 주한미군 소속 트래비스 킹 이등병으로, 최근 한국에서 폭행 혐의로 체포돼 수감생활을 마치고 풀려났고, 추가 징계를 위해 미국 송환을 앞두고 있었다. 주한미군이 JSA를 통해 월북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1965년 주한미군 소속 로버트 젠킨스 하사가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하던 중 베트남 전쟁에 파병될까 두려워 월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주한미군 월북 사건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한미는 18일 NCG 첫 회의를 열고 북핵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과 핵 전략기획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등 미 안보 관계자들이 방한 중이다. 같은 날 오후 미 오하이오급 핵추진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SSBN이 한국에 기항한 것은 1981년 이후 42년 만이다.
북한은 지난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이어 19일 새벽에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MB) 2발을 발사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김여정 부부장이 최근 발표한 담화에 묘한 기류의 변화가 보였다. 김 부부장은 17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 전략자산 전개와 확장억제 강화 행보를 비난하면서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언급했다. 김 부부장은 ‘CVID’(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더 이상 협상의 조건이 될 수 없다고 밝혔는데,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불가역적인’ 조건이 있다면 북미협상이 가능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남북미가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돌발 상황’으로 북미협상의 시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과거에도 북한에 불법 구금된 미국인을 송환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었다. 200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방북해 중국계 미국인 로라 링, 한국계 미국인 유나 리 등 여기자 2명을 전세기에 태워 돌아왔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협상으로 한국계 미국인인 3명이 미국으로 송환됐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미국 공영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미가 대화 참여를 위한 새로운 채널을 열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미국 행정부는 어떤 미국인도 북한에서 포로 상태로 죽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북한 담당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불법적으로 구금된 미국 시민을 미국의 대북 정책을 완화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사용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북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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