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제넨바이오, 빚 못 갚고도 또 CB 찍어…상장폐지 우려
채권자에게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해 자산 매각에 나선 제넨바이오가 또다시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섰다. 지난 4월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제이와이씨를 대상으로 150억원을 조달하기로 한 것인데, 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자금 조달이 이어지면서 제넨바이오 주가는 올해 들어 60% 넘게 급락했다.
또 제넨바이오는 연초 감사 의견 ‘한정’을 받았는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곧 상장폐지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넨바이오는 지난 5월 31일 총 150억원 규모의 제20회차 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주식 총수 대비 19.89%에 달하는 수준이다. 표면 이자율은 0%, 만기 이자율은 7%다. 회사는 투자 의향과 납입 능력 등을 고려해 장외 컨설팅업체 제이와이씨를 대상으로 CB를 발행하기로 했다. 제이와이씨는 지난 4월 제넨바이오가 결정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9%를 확보한 최대주주다.
문제는 새로운 제넨바이오가 사채권자에게 원리금을 미지급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 같은 공시를 냈다는 것이다. 제넨바이오는 이달 17일, 사채 원리금 미지급 발생에 대한 정정 공시를 냈다. 미지급 금액은 원금 120억원에 이자 4억4041만원이다.
공시에 따르면 사채권자는 지난 4월 21일 조기상환 청구를 했으나, 제넨바이오는 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해당 CB는 지난 2022년 9월 발행된 제19회차 CB다. 제넨바이오 측은 “제19회차 CB 인수계약서에 따라 기한의 이익 상실에 따른 조기상환 청구 사유가 발생했는데, 채무 이행 자금이 부족해 미지급 사유가 발생했다”라고 했다.
사채권자는 메리츠증권이다. 제넨바이오는 메리츠에 진 빚을 자산을 팔아서 변제하려는 모양새다. 회사는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제넨코어센터부지의 일부를 팔아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각 추진을 결정한 토지에는 156억원 규모의 담보가 설정돼있는데, 담보권자는 메리츠증권이다. 제19회차 CB를 발행할 때 해당 토지를 담보로 잡은 것이다. 시가로 환산하면 해당 부지는 CB 원금의 130% 수준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제넨바이오 측에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부동산 담보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사채권자에게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장사는 투자에 유의해야 하는 유형으로 꼽힌다. 빚을 갚지 못한 기업 중 상당수는 증시에서 퇴출당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곧 상장폐지 될 것 같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제넨바이오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이오 기업이다. 지난 2021년 9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약 128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손실이 증가했다. 2020년에는 11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제넨바이오는 재무 상황 개선을 위해 동물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사업 확장을 제시했지만, 실적은 부진하다. 이에 제넨바이오는 또다시 CB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적자가 이어지자, 올해 초에는 감사 의견 ‘한정’을 받기도 했다. 감사 의견이 한정인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한정’을 2년 연속 통보받으면 상장폐지 사유다.
자본 잠식 요건이 적용돼 증시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올해 주가는 날개 없이 추락했다. 올해 초 2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현재 700원대다. 코스닥 기업이 2회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을 기록하면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된다.
이런 가운데 대주주와 투자자들도 잇달아 제넨바이오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최대 주주였던 제넥신도 올해 지분을 매각했고, 재무적 투자자(FI) 메리츠증권은 지난 3월 31일 제넨바이오 지분 62만5000주를 장내 매도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들어서만 30차례 가까이 제넨바이오 주식을 처분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37차례에 걸쳐 제넨바이오 지분을 팔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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