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위원 해촉·가이드라인 논란…우여곡절 많았던 최저임금 심의

김지환 기자 2023. 7. 19. 09: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1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끝난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지난 3월31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고, 이날 최저임금위가 이를 결정하기까지 꼬박 110일이 걸렸다. 지금과 같은 최저임금 적용기간(매년 1월1일~12월31일)이 설정된 2006년(2007년 적용) 이후 최장이다.

최저임금 심의는 지난 4월18일 1차 전원회의를 시작하기 전부터 험로를 예고했다. 양대노총은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편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을 맡아 저임금 구조와 장시간 노동을 핵심으로 하는 노동개악에 앞장섰다”며 공익위원 사퇴를 요구했다. 박준식 최임위원장은 노동계 인사들이 회의장에서 구호를 외치는 것을 문제 삼아 회의에 불참했고 노동자 위원들도 퇴장했다. 결국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지난 5월2일 다시 열린 1차 전원회의에서도 노동계와 공익위원은 충돌했다. 노동계는 권 교수 사퇴를 거듭 요구했고 권 교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7차 전원회의까진 ‘업종별 차등 적용’을 두고 논의가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불능력이 취약한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 숙박·음식점업(일부 제외) 등 3개 업종에 국가 단위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금액을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노동자위원들은 저임금 업종이라는 낙인효과 발생, 통계 데이터 부족, 성별임금격차 심화 등을 이유로 업종별 차등에 반대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은 표결 끝에 올해도 부결됐다.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 대신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하자며 맞불을 놓았다. 사용자·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위에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만 논의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유럽연합(EU)·미국 등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향후 이 쟁점을 계속 미뤄두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고공농성 중 경찰 진압에 저항하다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에서 직권해촉하면서 노·정 갈등이 최저임금위로 번졌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을 이틀 앞둔 지난달 27일 노동자위원들은 김준영 사무처장 해촉에 항의하며 퇴장했다. 한국노총은 김 사무처장의 빈 자리에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다. 정부는 김 위원장 역시 김 사무처장과 공동정범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며 위촉을 거부했다. 결국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여느 해와 달리 노동자위원 1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공익위원들이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할 때 활용한 산식(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취업자증가율)이 올해 또 등장할지도 관심거리였다. ‘1인당 평균 노동생산성에 따라 최하층 노동자 임금을 정한다’는 산식 논리는 시장실패 교정과 분배 개선 등 최저임금제 핵심기능을 배제한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공익위원들이 3년 연속 산식을 활용하는 데 부담을 느낀 데다 노사 최종안으로 표결이 이뤄지면서 산식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지난 1일 보도된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 이하일 것’이라는 정부 고위 인사 발언은 이번 최저임금 심의의 변곡점이 됐다. 노동자위원들은 정부가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드러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29일 9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수정안이 나오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중재안)을 제시하겠다’며 압박했던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이 보도 이후 최대한 노사 합의를 유도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