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된 아파트의 힙한 변신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3. 7. 19. 09:17
유행을 따르기보다 집주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뚜렷하게 담아낸 서창우·김혜리 부부의 32평(108㎡) 아파트를 찾았다. 모던과 프렌치 스타일을 절충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이 집의 관전 포인트.
지은 지 27년 된 경기 분당의 108㎡ 구옥 아파트를 세 번째 보금자리로 선택한 서창우·김혜리 부부. 이전 집은 동탄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로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많았지만, 아내 김혜리씨가 어릴 적 살던 동네에 대한 미련이 늘 있었기에 오래된 아파트여도 분당으로 이사를 추진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계약 후 시공업체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지역 커뮤니티의 리모델링 후기를 꼼꼼하게 읽으며 스타일이 마음에 들고 시공 과정에서 애티튜드가 좋아 보이는 시공업체를 몇 군데 추린 부부는 미팅을 통해 업체 한 곳을 선택했다.
"남편이 의견을 잘 따라주어서 리모델링은 저의 주도로 진행되었어요. 저는 디자인 전공자이기도 하고, 인테리어 실무를 배웠던 경험도 있던 터라 꽤 구체적으로 리모델링 계획을 세운 후 시공업체를 만났어요. 저희가 원하는 방향을 듣고 예상과 달리 여러 업체에서 난색을 표했는데, 대개 시공 과정과 방법이 어렵다는 이유였죠. 도리어 본인의 뜻대로 진행하자며 저희를 설득하려는 분들도 있었어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저희가 머릿속에 그리는 디자인을 잘 이해하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업체를 선택한 덕에 마음에 드는 집이 완성된 것 같아요."
인테리어를 하기 전 부부가 생각한 이 집의 가장 큰 문제는 공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 침실은 지나치게 넓고 주방은 가구를 배치하기에 동선과 구조가 애매했으며 수납공간도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묘수가 바로 내부 레이아웃을 재정비하는 것이었다. 불필요하게 넓은 곳은 영리하게 공간을 나눠 활용도를 높이고, 협소한 공간은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니 효율성이 높아졌다.
시선을 모으는 힙한 주방
서창우·김혜리 부부 집의 백미는 단연 주방이다. 포세린 타일로 완성한 체커보드 패턴의 바닥과 스테인리스 소재 가구의 조화는 유럽의 가정집을 떠올리게 한다. 주방 인테리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아일랜드 테이블 상판부터 벽과 싱크대를 모두 채우고 있는 스테인리스 소재 제품들. 주방 전체에 통일감 있게 쓰인 스테인리스 소재는 평범한 주방을 단숨에 힙하고 감각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평소 프렌치 감성의 모던한 디자인을 좋아해요. 그래서 집 전체를 블랙과 화이트 컬러로 통일하고, 체커보드 패턴 바닥을 과감하게 시도했죠. 아일랜드 테이블의 스테인리스 상판은 소재 자체도 마음에 들었지만, 그보다 베이킹 작업대로 활용하고 싶어 제작했어요.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남편과 '베이킹을 시작해보자’ 뜻을 모았는데, 테이블 상판을 스테인리스로 하면 바로 작업대로 활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아일랜드 테이블에 맞춰 싱크대 상판은 물론이고 벽에 거는 랙까지 모두 스테인리스로 통일했죠."
구조변경으로 확 높아진 공간 효율
"저희 가족은 캠핑을 즐겨 다녀요. 그래서 보관해야 하는 짐이 많아요. 이전 집에는 팬트리가 있어 그곳에 보관하면 됐지만, 이 집은 수납공간이 따로 없어서 캠핑용품을 어떻게 수납해야 할지가 큰 고민이었죠. 시공을 맡아주신 실장님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현관 바로 옆 작은 방을 팬트리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의견이 나왔어요. 워낙 방 사이즈가 작아서 활용도도 떨어지고 현관 바로 옆이라 짐 옮기기에도 좋겠다 싶었죠."
실제로 이들 집에서 구조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준 곳은 현관 옆 작은 방이다. 집에서 가장 좁았던 현관 옆 방의 공간을 나눠 팬트리를 만들고 방 뒤편으로 있던 다용도실의 크기를 대폭 늘려 냉장고 등 덩치가 큰 가전을 놓을 위치를 마련한 것. 냉장고 자리가 굳이 필요 없어진 주방은 그 덕에 훨씬 쾌적한 컨디션을 갖게 됐다. 그래서 다이닝 테이블까지 안정적으로 놓을 수 있었다. 침실도 구조변경으로 공간 효율을 확 높였다. 불필요하게 넓었던 침실은 중간에 가벽을 세우고 뒤편으로 옷장을 쪼르르 배치해 침실과 드레스 룸 2개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옷을 편안하게 갈아입을 공간이 생긴 것은 물론 욕실로 향하는 동선이 편해진 것은 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예산이 늘어났지만, 전혀 아깝지 않아요. 저희 취향대로 디자인된 집이 주는 기쁨과 에너지가 이렇게 클 줄은 이전에는 미처 몰랐거든요. 저희 가족에게 이 집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을 넘어서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나게 하는 고마운 공간이에요."
이 집으로 이사 온 날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는 서창우 · 김혜리 부부. 다섯 살배기 아들과 집에서 늘 여행하듯 살고 싶다는 소망이 현실이 됐다.
#구옥리모델링 #인테리어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아삼육프로젝트(A36project)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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