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밀수', 제대로 물 만난 배우와 감독...선수들이 만든 카타르시스의 바다
탄탄한 내공을 갖춘 배우들과 자신의 장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감독이 의기투합 함께 한다면 어떤 작품이 탄생할까? 올여름 극장가에서 누군가 이러한 질문을 한다면, 영화 '밀수'는 꽤나 명쾌한 정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 개봉을 앞둔 '밀수'는 바다 아래 던져진 각종 밀수품을 건져 올리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들이 일생일대의 큰 판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해양범죄활극.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한 이후 '다찌마와 리',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짝패', '부당거래', '베를린' 등을 거쳐 2015년 '베테랑'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대한민국 대표 감독 류승완이 '모가디슈'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그간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개성 있고 감각적인 연출로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하게 다져온 류승완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감독으로서 쌓아온 모든 내공을 폭발적으로 터트린다. 129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내내 이야기는 쉼 틈 없이 몰아치며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바닷속 수중 액션씬은 여태껏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신선함과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고 지상에서는 류 감독 특유의 쾌감 넘치는 액션이 이어진다. 흩어지고 조각난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고 연결되듯 자연스레 이어지는 이야기도 일품이다.
효율적이고 기술적으로 작품을 빚어낸 류승완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각본과 연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특히 작정한 듯 그간 수많은 작품에서 선보였던 강점만 응축해 놓은 덕분에, '밀수'는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오락 영화처럼 느껴진다.
빼어난 감독의 능력을 한층 더 완벽하게 끌어올린 것은 배우들의 눈부신 호연이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등 화려한 멀티캐스팅은 영화를 한층 더 풍부한 색채로 꾸미며 작품으로의 몰입도를 배가한다.
특히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바 캐릭터를 충실하게 소화하는데, 이는 영화를 한층 더 촘촘하고 밀도 높게 만든다. 이들은 바다 속에서 갓 꺼내 올린 듯, 생생한 연기를 선보이며 캐릭터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준다.
극이 흐르며 변화하는 두 배우의 감정과 관계성, 흔히 말하는 케미와 이들의 워맨스는 '밀수'의 주요한 볼거리 중 하나다.
카리스마 가득한 모습으로 온 몸을 던지는 액션을 선보이는 조인성 씨는 권 상사 역할을 통해 배우 커리어의 새로운 방점을 찍는다. 70년대 특유의 낭만 위에 냉철함까지, 그는 캐릭터가 지닌 매력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기막힌 변신에 성공한다.
박정민 씨와 고민시 씨의 활약 역시 놀랍다.
모든 배우가 단 하나의 낭비도 없이 적재적소에서 활용되며, 맞춤옷을 입은 듯 캐릭터를 소화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보는 맛을 더한다.
다수의 배우들이 본인보다도 작품 속 캐릭터 그 자체로 기억되길 원한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밀수'의 배우들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연진 모두가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며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대표작으로 '밀수'를 내세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보는 것만으로 시원한 쾌감을 선사하는 '밀수'가 무더위에 지친 한국 영화계에 단비가 될 수 있을까? '밀수'의 출항에 기대감을 걸어볼 만하다.
영화 '밀수'. 류승완 감독 연출.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출연. 러닝타임 129분. 15세 관람가. 2023년 7월 26일 개봉.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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