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민·김재원, ‘홍준표 수해 골프’ 논란에 “2006년 홍문종은 제명당해”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9일 수해 중 골프로 당 윤리위원회 징계 개시 여부 논의가 예정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일반 시민도 서로 공감하는 마음으로 바탕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매뉴얼에 따랐다, 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은 고위공직자의 기본 자세와 매우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대구에 큰 피해가 없어도 인근 지자체에 어떤 도움을 줄지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뉴스에서 재해 소식이 쏟아지는데 우리 동네는 괜찮다고 골프를 치러 가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허용된다면 대한민국의 공직기강이 어떻게 정립될 수 있겠나”라며 “특히 대권주자까지 지낸 당의 원로이고, 또 광역자치단체장이면 솔선수범하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는 홍준표 시장의 수해 과정의 골프도 논란이지만 그 이후에 있었던 사후 대응, 해명들이 국민의 눈높이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당 윤리위가 오는 20일 직권으로 홍 시장 징계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를 여는 데 대해 “아마 그런 내용을 복합적으로 당 윤리위가 판단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 윤리강령에 사행 행위, 유흥, 골프 등에 대한 제한에 대해서 자연재해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에 이런 일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헌·당규엔 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징계가 가능하다”고 징계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개시 결정이 이뤄지게 되면 아마 지난날 있었던 것처럼 매우 빠르게 징계 수위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가 정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최고위원은 “징계 판단하게 되면 다른 분들이 수해가 났을 때라든지 국가적 재난사태에서 본인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조심스러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만약 홍 시장이 얘기한 것처럼 아니, 뭐가 문제냐는 방식으로 이런 일들이 정리가 되게 된다면 그러면 전국에 있는 공직자들이 이거 별 문제가 없는 거라고 하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징계에 무게를 실었다.
김 최고위원은 2006년 수해가 난 강원도에서 골프를 쳤다가 제명된 홍문종 의원 케이스와 지난해 한 의원이 수해 봉사 과정에서 실언으로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당한 사례도 언급하며 “그때 상황과 지금 홍 시장이 해명하는 내용을 복합적으로 봐서 윤리위가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BBS 라디오에서 홍 전 의원 제명 사례를 언급하면서 “홍 시장이 보여주는 여러 반응이 당의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점을 당 윤리위가 고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홍 시장이) 골프를 친 팔공 골프장은 대구 북구 팔거천에서 주민이 사망하신 사고 현장과도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며 “대통령이 외교 활동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면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은 자신의 관할 구역에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무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친윤석열계인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홍 시장이 한 “주말에 테니스를 치면 되고 골프를 치면 안 된다는 그런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느냐”라는 말에 대해 “일리는 있다”면서도 “대구시장으로서 전 국민이 주목하는 이 시기에 사과는 못 하더라도 발언 수위는 조절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라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손수조 혁신의힘 공동대표는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인은 국민을 아우르고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는 면이 있어야 한다”며 “(골프를 치러) 갈 수는 있었겠지만, 그것에 대한 대응이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자 홍 시장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홍 시장은 이날 오후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5일 골프를 친 것은) 주말 일정이고 재난대응 매뉴얼에 위배되는 일도 없었다”면서도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수해로 상처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홍 시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소통 채널 ‘청년의꿈’에 올라온 ‘태도 논란에는 귀 기울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 이날 “잘 알겠습니다. 새겨듣겠습니다”라는 짧은 답변을 남겼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트럼프 반대한 ‘반도체 보조금’···바이든 정부, TSMC에 최대 9조2000억원 확정
- [사설] 이재명 선거법 1심 ‘당선 무효형’, 현실이 된 야당의 사법리스크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