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신동빈의 '생존', 사장단 80여명 모아놓고 "과거 고집말라"
신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2023 하반기 VCM'을 열고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각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등과 함께 경영 및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신 회장은 경영 키워드로 'Unlearning Innovation'을 제시했다. 이는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현재의 성공에 제약을 가하는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버리고 새로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CEO들에게 "환경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유연한 생각으로 현재의 환경에 부합하는 우리만의 차별적 성공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롯데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연초에는 롯데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의 올해 자산총액 129조7000억원으로 포스코그룹(132조1000억원)에 밀려 재계 순위 5위를 내줬다. 롯데의 주요 사업인 유통은 이마트와 쿠팡 등에 치이며 자존심을 구겼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이완신 호텔군HQ 대표가 사임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VCM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며 "사업의 관점과 시각을 바꿔 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국내 사업과 기존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 및 신사업에 대해 지속해서 고민해야 한다"며 "매출이익 같은 외형 성장과 더불어 현금흐름과 자본비용 측면의 관리 강화가 필요하며, 항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글로벌 경제 블록화, 고금리물가상승, 기술 발전 가속화 등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경영 환경을 언급했다. 그는 "불확실한 미래에서 확실한 것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해외 사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동남아시아 같은 신성장 시장과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도 함께 고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인공지능(AI)기술이 과거의 PC, 인터넷, 모바일처럼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했다. 그는 "단순히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찾고 이를 과감한 실행으로 이어지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영 환경 변화 속에서 신 회장은 ▲미래형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비전과 전략에 부합하는 투자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 세 가지 경영방침을 당부했다. 신 회장은 "고성장, 고수익 사업과 ESG에 부합하는 사업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로 전환해 달라"며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창출된 이익으로 미래 신성장 동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 회장은 시설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무형자산, 기술, 인재 등 투자가 필요한 부분을 잘 판단하고 투자할 때 투입되는 자원과 발생하는 수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봤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리스크를 시스템을 구축해 선제적으로 관리해 줄 것도 당부했다.
신 회장은 그룹의 지속가능 성장을 이루기 위한 CEO의 역할로 "강하고 담대하게 행동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위기를 돌파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며 "CEO는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라는 것을 잊지 말고 회사의 미래 모습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차별적 가치에 대해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인사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신 회장은 "회사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조직문화 혁신과 공정한 인사를 해야 한다"며 실력만 보고 신인 선수를 중용해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던 롯데자이언츠 사례를 들며 "필요한 인재를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로 발탁해 사업을 잘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며 "지금은 우리에게 미래를 준비하고 재도약을 위한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로 저와 함께 변화의 중심에 서달라"는 당부로 VCM을 마무리했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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