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심고 캐고… “텃밭 가꾸며 일과 공부 함께 배워요”[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텃밭원정대 꾸려 방학에도 돌봐
농사 이상의 책임의식 길러주고
여러 교과 접목해 살아있는 교육
수익금으론 불우이웃돕기 실천
“자유롭게 생각하고 활동하는
공화국 시민의식 가르쳤어요”
“작은 텃밭이지만, 밭을 가꾸며 아이들에게 공화국 시민의식을 가르쳤습니다.” 김제우(43) 포항 중앙초 교사는 1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2015년부터 4년간 포항 효자초에서 6학년 학생들과 텃밭을 가꿨던 일을 회상했다. 그는 “처음 텃밭 농사는 실과 수업 중 식물 재배 파트를 준비하면서 시작됐다”며 “보통 학교에는 땅이 없으니 교실에서 화분으로 식물을 재배하거나 교과서로만 가르치는데 마침 학교 옆 숲으로 우거진 빈 땅이 있었고, 그중 일부를 아이들과 개간해 농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과 수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텃밭 농사지만,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공화국 시민의식’을 가르쳤다. 거창해 보이는 이념이지만, 김 교사는 소소한 농사부터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확물을 거둬 1학기와 2학기에 각각 감자와 고구마를 원료로 한 음식을 만들어 바자회 활동도 했고, 1차 농업생산과 2차 음식으로 가공, 3차 판매와 홍보 서비스산업까지 두루 경험했다”며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변화와 여러 병충해를 경험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이 땅의 주인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사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숲으로 우거진 땅을 아이들과 함께 개간했는데, 아이들이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것을 직접 하게 해 보람됐다”며 “아이들 또한 처음에는 호미와 삽을 들어본 경험이 없으니 낯설어했지만, 익숙해지면서 보람과 재미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아침 등교 전에 방울토마토를 따 씻어 먹고 수업을 시작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텃밭 농사라도 책임감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일주일에 2시간 정도 되는 수업 시간과 ‘텃밭 원정대’로 명명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작물을 책임졌고, 방학 동안에도 원하는 친구들이 와서 농사를 도왔다”며 “조를 정해 방학 동안에 학교에 와서 물을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농사 이상의 책임의식을 기른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정치 파트를 공부하게 되는데, 책임의식과 함께 공화국 시민으로 분명한 자기 입장과 사고를 가르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텃밭 농사를 통한 수익금의 배분 역시 교육의 일환이다. 김 교사는 “수익금(최대 70여만 원)으로 불우이웃돕기와 학급 도서를 구입하거나 학급파티도 여는 등 텃밭 하나가 살아 있는 공부를 가능하게 해줬다”며 “텃밭을 소재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관찰과 실험, 지렁이 키워서 풀어놓기 등등 다양한 교과와 접목했고 아이들이 손발을 움직여서 일하고 공부하는 전인교육의 장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와 아이들이 함께한 텃밭은 첫해 100평으로 시작해 2016년부터는 300평으로 늘어났다.
김 교사는 인터뷰 중에 줄곧 ‘공화국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공화국 시민이란 것은 대한민국 교육기본법이 말하고 있는 교육의 목적일 뿐 아니라 나의 교육 목표”라며 “어떤 순간에도 자유롭게 생각하는 공화국의 시민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력’을 촉진하는 질문과 학습 방법, 평가 방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반 학급교훈은 ‘스스로 자유롭게, 더불어 평화롭게’”라며 “자기 이유를 가진 생각이 자유로운 사람, 국경을 비롯해 이런저런 경계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람, 옆에 있는 동료 대한국민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는 공화국의 시민이 되라고 거듭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훗날 아이들이 ‘선생님의 진정성’을 기억해 주는 교사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조너선 코졸이라는 선생님은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은 교사의 거의 모든 수업내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단 하나 기억하는 것은 수업을 진행하면서 보여줬던 ‘교사의 눈빛’이라고 했다”며 “교사는 교육과정을 가르치지만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데, 교사의 진실되고 진지하며 열정이 드러나는 그 순간의 말들과 그 순간의 눈빛이 학생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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