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2.5% 오른 9860원…역대 두 번째 낮은 인상률(종합2보)
노사 최종안 1만원 vs 9860원 표결…사용자안 채택
사상 첫 1만원 무산…노동 "실질임금 삭감안" 반발
[세종=뉴시스] 강지은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9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5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4년도 최저임금을 이같이 의결했다.
전날 오후 3시부터 시작한 14차 회의가 자정을 넘기면서 차수를 변경했고,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15시간 가까운 격론 끝에 이날 오전 6시께 최종 결정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적용 최저임금(9620원)보다 240원(2.5%) 높은 수준이다.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는 206만74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노사의 최종안을 투표에 부친 결과다.
노사는 최종안으로 각각 1만원(3.95% 인상)과 9860원(2.5% 인상)을 제시했다. 표결 결과 사용자 안 17표, 노동자 안 8표, 기권 1표로 사용자 안이 채택됐다. 노사의 최종안을 표결에 부친 것은 2019년(2020년 적용) 이후 4년 만이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고공 농성을 벌이다 구속·해촉된 근로자위원 후임 인선 문제가 끝내 해결되지 않으면서 노동계는 1명이 부족한 상태로 표결에 참여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의 '마지막 날'이기도 한 이날 심의에선 한 때 노사 간 합의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최저임금 심의의 '캐스팅보트'이자 노사 대립 구도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들이 노사에 7~8차 수정안 제출을 요청한 데 이어 '심의촉진구간'(9820~1만150원) 내 9~10차 수정안까지 독려하며 간극 좁히기를 시도하면서다.
실제로 최초 요구안으로 각각 1만2210원(26.9% 인상)과 9620원(동결)을 제시한 노사는 10차 수정안에서 1만20원(4.2% 인상)과 9840원(2.3% 인상)을 내며 격차를 2590원에서 180원으로 크게 줄였다.
공익위원들은 노사가 합의 가능한 수준으로 격차가 좁혀졌다는 판단 하에 9920원(3.1% 인상)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과 사용자위원 9명 전원, 공익위원 9명 전원은 찬성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이 반대하면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노사 양측으로부터 최종안을 받아 이를 투표에 부쳤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올해(5.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적용연도 기준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2020년 8590원(2.9%)→2021년 8720원(1.5%)→2022년 9160원(5.1%)→2023년 9620원(5.0%)이었다.
인상률로는 역대 두 번째로 낮다. 역대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1.5%였다.
이에 따라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 최대 관심사였던 '사상 첫 1만원 돌파'는 또다시 무산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2.5%에 사실상 대부분의 공익위원들이 손을 들어준 이유는 고공행진하던 물가 상승세가 올해 들어 둔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1만원' 자체가 가지는 파급력도 고려됐을 수 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최저임금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의 절대 수준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중요한 정책 변수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과 결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투표 결과를 확인하지 않은 채 항의 퇴장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퇴장 직후 브리핑을 갖고 "당초 각오나 포부와 달리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와 소식을 전해드려 죄송하고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올해 최저임금은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정됐다"며 "이는 실질임금 삭감안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노총은 최임위에 결단의 시기를 가지려 한다"며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위원의 동결,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 정부의 월권과 부당한 개입으로 사라진 최임위의 자율성과 독립성, 공정성을 확립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결국 '답정너'로 끝난 최저임금 심의"라며 "법이 정한 최저임금 수준의 결정 기준은 무시되고 물가 상승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득 불평등이 더욱 가속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 기간은 총 110일로, 현행과 같은 적용연도(매년 1월1일~12월31일)가 시행된 2006년(2007년 적용) 이후 가장 늦은 의결이 됐다. 직전 최장 심의 기간은 2016년(2017년 적용) 108일이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임위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후 고용부가 이의제기 절차 등을 거쳐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하면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고시에 앞서 노사가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만, 재심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되면서 임금을 올려야 하는 근로자는 최대 334만7000명으로 추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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