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 출신으로 쇼팽 콩쿠르 준결승 스미노 하야토 “이후 어떤 콩쿠르도 나가고 싶지 않아”

이강은 2023. 7. 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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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사랑받고 있는 음악이라는 건 그만큼 강력한 힘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면서 제가 작품과 일체화됐다고 느낄 때 엄청난 감동과 흥분이 따라오고, 마치 삶이 구원받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비전공자 출신 최초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세미파이널리스트'로 클래식 음악계를 놀라게 한 후 음악가의 길에 더 집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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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사랑받고 있는 음악이라는 건 그만큼 강력한 힘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면서 제가 작품과 일체화됐다고 느낄 때 엄청난 감동과 흥분이 따라오고, 마치 삶이 구원받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일본 공대생 출신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스미노 하야토(28)는 두 번째 내한 독주회를 닷새 앞둔 19일 세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이 클래식 음악에 빠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스미노는 지난해 처음 한국 관객과 만났을 때 쇼팽 작품과 자작곡으로 서울, 부산, 인천 공연을 모두 전석 매진시키는 등 인기가 많다. 오는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선 바흐(1685∼1750), 라모(1683∼1764), 굴다(1930∼2000, 카푸스틴(1937∼2020) 작품과 4개 자작곡까지 색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공연 후반부에는 오르간 연주도 한다. 

3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음악 신동으로 주목받은 스미노는 공부도 잘해서 도쿄대 공대와 대학원에서 정보과학기술을 전공하고 총장상까지 받았다. 공대 진학 이후에도 음악을 놓지 않았던 그는  2017년 아시아 쇼팽 국제콩쿠르 금메달, 2018년 일본 피아노 지도자 협회(PTNA) 콩쿠르 우승, 2019년 리옹 국제 피아노 콩쿠르 3위를 수상했다. 특히, 2021년 제18회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 준결승에 진출한 건 인생 행로의 큰 전환점이 됐다. ‘비전공자 출신 최초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세미파이널리스트’로 클래식 음악계를 놀라게 한 후 음악가의 길에 더 집중하게 됐다.  
스미노는 ‘쇼팽 콩쿠르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지난) 쇼팽 콩쿠르 이후 어떤 콩쿠르에도 다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활동도 활발하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지은 유튜브 채널 ‘카틴(cateen)’이 구독자 124만명, 누적 조회수는 1억5000만뷰를 넘는다. 자작곡을 비롯해 직접 편곡한 작품을 꾸준히 올리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중 장난감 피아노로 연주한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연주 영상은 1000만뷰를 훨씬 넘길 만큼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 마스트미디어 제공
스미노는 이번 공연 연주 곡과 관련해 “카푸스틴 음악(‘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은 클래식과 재즈 요소가 혼합돼 제게 도전적인 음악”이라며 “굴다 음악(‘전주곡과 푸가 내림마단조’)은 마무리 부분에 카덴차(연주자의 자유로운 독주)가 있는데 제 방식대로 즉흥 연주를 할 것”이라고 했다. 자작곡 중 ‘큰 고양이 왈츠’는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를 위해 만들었다면서 크고 뚱뚱하지만 둔하지 않은 고양이 모습을 음악적으로 묘사했다고 한다. ‘태동’에 대해선 “2021년 쇼팽 콩쿠르 직후 작곡했는데, 그 콩쿠르를 계기로 다시 탄생한 제가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제 음악에 특별한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관객들이) 그저 음악 자체를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음악인으로서 꿈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클래식 음악을 업데이트(새롭게)하고 싶어요. 작곡·편곡 공부도 계속 해서 영화음악이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도 만들고 싶습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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