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연의 사각지대] 특정 업체 운영 독점은 문제 없다?..제대로 시험대 오른 PBA -②

권수연 기자 2023. 7.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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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 대회장 전경ⓒ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프로당구(PBA) 개국 멤버인 프레드릭 쿠드롱이 계약 불발과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한국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미 고국 벨기에행 비행기표까지 예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구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PBA 대표 선수인 쿠드롱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에, 그리고 서서히 불거지고 있는 PBA측의 운영 미숙에 분노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PBA 대부분의 경기를 지켜봤다는 한 당구 팬은 "개국 몇 년만에 참 많은 잡음이 나오고 있다. 당구 발전을 위해서 PBA가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며 뼈 있는 한 마디를 전했다.

한참 축제가 벌어질 즈음에 '찬물'을 제대로 뿌린 사건은 지난 10일 밤 2차투어 결승전 직후 일어났다. 쿠드롱은 우승자의 의무인 공식 기자회견을 패싱했고, 스롱 피아비는 '가짜 매니저'의 돌발 행동으로 구설에 올랐다.

PBA는 두 선수에게 '주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규정에 없는 제재 조치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PBA는 '기본조차 없는 단체'라는 오명을 썼다. 특정 대행사가 운영을 독점하면서 '틈'이 생겼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 '주의' 규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피아비와 PBA는 두 가지 주요 논쟁점을 간과했다. 하나는 스롱의 매니저라고 주장했던 지인이 정확히 어떤 경위로 프레스카드 발급을 받았는지, 그리고 또 하나는 양측에 내려진 '주의' 조치가 어떤 근거에 의거했는지다.

먼저 PBA 상벌위 요강을 살펴보면 각 조항마다 견책~출장정지, 혹은 벌금 규정이 정해져있다. 견책은 보통 상벌위원회를 열어 공식적인 징계절차를 거쳐 훈계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긴다. 그러나 스롱과 쿠드롱은 가벼운 '주의'로 그쳤을 뿐 더 이상의 징계는 없었다. 

이 '주의' 역시 PBA 상벌위원회가 아닌 경기운영위원회가 내린 조치로 알려졌다. 대회 요강을 살펴보면 상벌위 조항에 '견책'은 있으나 '주의'는 없다. 따라서 예외조항을 적용한 것이다.  

본지와 통화한 PBA 관계자는 "당시 PBA의 사과문에 따르면 양 선수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지만 사실상의 '환기' 조치였다"며 "선수를 대상으로 상벌위원회를 열어 직접 경고를 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운영위원회가 내린 '주의' 조치는 상벌위 요강에는 공식 항목이 없던 예외사항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상벌위원회가 열릴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쿠드롱의 공식 인터뷰 거부같은 경우 '명확한 사유가 없을 시' 상벌위원회가 열리고 징계를 받는다. 그러나 인터뷰 거부 전후로 뚜렷한 사건이 있었다. 운영위원회는 사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잘못은 전적으로 이를 통제하지 못한 PBA에 있었고, 이를 이미 사과문으로 모두 인정했다. PBA에서는 두 선수와 구단이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에서 통보했다. 협회 잘못도 있기에 선수들에게 무거운 제재는 없다"며 "두 선수와 구단에서는 아무 이견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해왔다.

하나카드 PBA-LPBA 챔피언십 대회요강 상벌위 규정, PBA 

정리하면, 두 선수에게는 명목상으로 주의 조치가 이뤄졌지만 실제 해당 조치는 요강에 없는 '예외사항'이다. 또한 이 조치도 비공식적 절차를 밟아 이뤄졌다. 어떤 '규정'에 근거해 내려진 사항인지도 알 수 없다.

특별한 징계가 없기 때문에 유사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 '주의' 이상의 조치를 받는 선수가 나온다면 그 때의 혼란은 불보듯 뻔하다. 차라리 규정에 없는 징계가 나온 이상 규정으로 명문화 시키는 편이 낫다. 그에 따른 패널티도 명확해져야 아마추어적인 실수가 반복되지 않는다. 

■ 특정 업체의 운영 대행 독점, 문제는 없나?

일반적으로 프로스포츠 대회는 운영 대행사를 지정한다. 사단법인 PBA는 현재 마케팅 대행사인 (주)와우매니지먼트그룹이 독점하고 있다. 이 회사 장상진 대표는 PBA 부총재를 겸하고 있다. 

애초 PBA는 마케팅 회사가 만든 단체다. 국가가 지원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존속을 위해서는 100% 외부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타 운영 대행사가 끼어들 수 없는 구조다. '특정 업체가 독점하면서 여러가지 규정이 느슨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피아비의 '가짜 매니저'에게 프레스카드를 발급한 사안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PBA 관계자는 "(와우매니지먼트는) 대행사 개념이 아니다. 스포츠마케팅 회사가 프로당구협회를 만들어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PBA는 서울시에만 등록이 돼있고, 문화체육관광부에는 등록이 안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들며 "영국에 스누커 종목이 있다. 매치룸스포츠(Matchroom sports)라는 대행사가 월드스누커투어(WST)라는 협회를 만들었고, 재정적인 부분을 책임지면서 스누커를 이끌고 있다. 우리 역시 그 부분을 참고했다. 앞으로도 이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한 회사가 마케팅과 운영을 전담하는 것은 장단점이 공존할 수 밖에 없다. 투어의 연속성 부분에서는 큰 장점이다. 반대로 '마케팅 회사=PBA'라는 공식 때문에 운영상의 허점이 생긴다. 현재 PBA 공식 사이트에는 김영수 총재의 인사말 외에 딱히 이사, 임원진 프로필도 기재돼있지 않다. 선수들의 프로필이나 각종 기록도 '친절한 설명'이 아쉽다. 

한 당구팬은 "정보가 부족하면 팬들 입장에서는 추측과 소문에만 의존해 평가할 수 밖에 없다. 프로스포츠라면 팬에게 상세한 정보를 줘야한다"며 "스타 선수를 영입해도 이런 주먹구구 식의 운영으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출범 5시즌만에 비교적 빠른 성장을 이뤘고, 해외까지 판을 넓히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여론은 냉정하다. 쿠드롱과 피아비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도 있다. 이 혼란이 성장의 발판이 될지, 아니면 벼랑의 시작이 될지는 전적으로 PBA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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