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돌아온 이동건 “세 번째 시작. 편견 없이 봐주셨으면”[스경X인터뷰]
배우 이동건은 최근 출연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의 진태전 역을 두고 “세 번째 출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첫 번째 출발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듯 그의 데뷔를 의미하는 듯했다. 1998년 가수로 출발했고, 바로 이듬해 드라마 ‘광끼’를 통해 배우로도 데뷔했다.
배우로 그를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해준 것은 아무래도 2004년 “이 안에, 너 있다”를 읊조린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의 활약이었다. 2017년 이동건은 드라마 ‘7일의 왕비’ 연산군 역을 통해 악역으로서의 길을 열었다. 이러한 여정을 두 번째 출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일을 하다 보면 늘 10년 정도를 주기로 새로운 시작의 흐름이 오더라고요. 의도한 대로 안 되는 부분도 있죠. 순응하면서도 좀 더 나아지려고 발버둥 치고 있기도 하죠. 이렇게 좋은 작품을 저의 세 번째 시작 첫 작품으로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셀러브리티’의 진태전은 확실히 그동안의 이동건에게서는 잘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극 중 돈과 권력을 다 가진 법무법인의 오너이자 변호사다. 친절하고 상냥한 것 같은 미소 뒤에는 사람에게 등급을 매겨 평가하는 선민의식이 숨어있다. 극에서도 초반에는 그냥 조력자의 정도로 머물러있지만,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 사실을 주인공 서아리(박규영)가 알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악인의 면모가 드러난다.
“늘 제가 극에서 보이는 이미지가 부드럽고 친절하다고 알려졌다고 봤어요. 제가 진태전을 한다면 반전의 이미지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모르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망설였지만, 김철규 감독님의 연출작이라는 소식을 듣고 ‘잘못 가면 충분히 잡아주고, 눌러주시겠구나’ 생각했어요. 2017년 ‘7일의 왕비’ 연산군 역을 하면서 악역에 대한 에너지를 얻었던 기억도 났고요.”
공교롭게도 3년 정도의 공백기 이후 택했던 작품들이 ‘키스식스센스’(디즈니플러스), ‘셀러브리티’ 등 OTT 플랫폼의 작품이었다. 일부러 택한 건 아니었지만, 좀 더 폭넓은 배역을 하고 싶던 이동건의 기호에는 OTT 작품들이 잘 맞았다. ‘쪽대본’ ‘생방송 촬영’의 시대를 지나왔던 이동건으로서는 캐릭터를 충분히 준비하고, 현장에서도 여유를 갖고 임할 수 있었던 OTT 드라마의 작업환경은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일주일을 촬영에 쓰면 하루 촬영하고 하루를 쉬는 일정이었어요. 컨디션을 조절해 다음 장면을 준비하는데 여유가 있었고, 한 장면씩 밀도 있게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처럼 너무 무리한 일정을 강행하거나, 그런 환경들이 많이 개선된 것 같아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드라마의 주된 소재가 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이동건은 별로 SNS를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편이었다. 일단 어떻게 쓰는지도 잘 몰랐지만, 당연히 그 안에서 가십의 소재가 될 수밖에 없는 연예인으로서 평판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은 최근 그의 신상에 변화가 생기면서 더욱 커졌다. 2016년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만난 배우 조윤희와 2017년 결혼식을 올렸지만, 결혼 3년 만에 합의이혼했다. 그 사실이 공개된 2020년 이후 공교롭게도 이동건은 작품을 쉬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혼하는 설정도 있어, 그의 실제 삶과 연관 지어 이를 해석하는 움직임도 따랐다.
“제 삶과 작품, 캐릭터를 연결 지어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에 대한 감정이 투영되는 부분이 있겠죠. 따로 제 삶을 생각한다기보다는 지금 제가 이 역할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어요. 사실 복귀를 앞두고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작품에 안 나왔을 뿐이지 촬영은 꾸준히 하고 있었거든요. 정말 편하게 공개를 기다렸는데 일주일 전부터 굉장한 긴장감이 들더라고요. 제작발표회를 치렀는데, 하고 나서 이틀을 앓았어요. ‘부담감이나 스트레스가 컸구나’ 생각했었죠.”
인간과 마찬가지로 배우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변한다. 이동건은 스스로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나,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하나의 이미지에 스스로 갇히거나 더 폭넓은 인물을 연기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던 시간이 많았다. 굳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확실히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배역 그리고 작품. 이동건은 40대가 되면서 많이 내려놨다.
“지금까지 안일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지금부터는 멀리 보고 싶어요. 10년, 20년이 넘는 시간까지 연기하고 싶고, 꼭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이 작품을 즐겨주시는 분들도 저에 대한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살면서 여러 번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나아질 겁니다. 그 모습을 그대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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