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 홍콩H지수 급락에 긴장하는 ELS 투자자… 녹인형 vs 노녹인형 선택은?

임태호 IBK기업은행 역삼WM센터 PB팀장 2023. 7. 1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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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글로벌 주가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유독 힘을 못 쓰는 나라의 주가지수가 있다. 바로 HSCEI지수, 즉 홍콩H지수다. 홍콩H지수는 중국본토기업이 발행해 홍콩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식(H-Shares) 중 시가총액, 거래량 등의 기준에 의해 분류한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주가지수로 지수산출기관은 항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 중국이 펼친 봉쇄정책으로 홍콩H지수는 지속해서 하락했고 올 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맴돌았으나 아직까지 눈에 띄는 반등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문제는 중국에 대해선 아직까지 보수적인 시각도 많다. 미국이 여전히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부터 내년까지 7조 ELS 원금손실 우려


주목해야 할 이슈는 2021년 초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던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가능성이다. 국민재테크라고 불리는 ELS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텝다운 구조가 가장 대표적인데 이때 기초자산에 활용되는 주가지수로는 주로 ▲한국의 KOSPI200지수 ▲미국의 S&P500지수 ▲유럽의 EuroStoxx50지수 ▲홍콩(중국)의 HSCEI지수(홍콩H지수) ▲일본의 NIKKEI225지수 등이 있다.

이러한 스텝다운형 ELS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 밑으로 크게 하락하지 않으면 투자원금과 정해진 쿠폰을 모두 지급한다. 문제는 ELS의 기초자산 중 홍콩H지수가 2021년 1월부터 4월, 현재의 지수 수준보다 상당히 높은 1만1000~1만2000포인트 수준에서 발행됐고 앞으로 6개월 이후부터는 순차적으로 해당 ELS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회복을 하지 못하면 손실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녹인(Knock-In·원금손실 기준선)이 발생한 ELS는 7조2000억원이고 이 중 대부분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다. 녹인이 발생했다는 것은 만기평가일 때 만기상환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원금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약 7조원의 ELS가 원금손실을 걱정하며 만기평가일까지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녹인형 vs 노녹인형 ELS 차이는


현시점에서 이미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했다면 어떤 손익구조(Pay off)의 ELS인지가 매우 중요해졌다. 홍콩H지수의 큰 폭의 하락으로 ELS의 손익구조에 따라 만기 때 그 결과가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텝다운 구조의 ELS의 손익구조는 녹인배리어(Knock-in Barrier·수익률이 확정돼 조기상환이 가능해지는 주가 수준) 유무에 따라 녹인형 ELS와 노녹인형 ELS로 분류할 수 있다. 만기상환조건 비교를 통해 차이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녹인형 ELS의 만기 때 수익상환 케이스를 살펴보자. ELS가 발행되면 6개월 마다 조기상환 여부를 관찰하는데 1차 조기상환부터 5차 조기상환 때까지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만기평가일에 만기수익상환 여부를 관찰한다.

녹인형 구조의 경우 일단 투자기간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녹인배리어를 한 번이라도 하회한 적이 있는지를 보면 된다. 하회한 적이 없다면 만기상환조건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수익상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기간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녹인배리어를 한 번이라도 하회한 적이 있다면 만기평가일에 모든 기초자산이 만기수익상환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만약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만기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만기상환배리어를 하회한 경우) 해당 기초자산의 하락폭만큼 손실이 확정된다.

다음으로 노녹인형 ELS의 만기 때 수익상환 케이스를 살펴보자. 노녹인형 ELS는 앞서 설명한 녹인형 ELS와는 만기상환관찰 때만 차이가 발생한다. 그 이유는 녹인배리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기간 동안에 기초자산이 어떤 흐름을 보였는지는 수익상환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고 만기평가일에만 수익상환 여부를 관찰하기 때문에 만기평가일에 모든 기초자산이 만기수익상환조건을 충족한 경우 수익상환된다. 반대로 만기평가일에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만기수익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기초자산의 하락폭만큼 손실이 확정된다.


홍콩H지수 급락 등 유사시 노녹인형 ELS 유리


녹인형 ELS는 수익상환 가능성이 녹인배리어와 만기상환배리어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에 만기상환배리어를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노녹인형 ELS보다 더 수익상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ELS가 발행될 때 녹인형 ELS는 최초기준가격의 50% 수준의 낮은 녹인배리어 대신에 최초 기준가격의 70~75% 수준의 상대적으로 높은 만기상환배리어의 손익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반면 노녹인형 ELS는 녹인배리어는 없는 대신에 최초기준가격의 60~65% 수준의 상대적으로 낮은 만기상환배리어의 손익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평소처럼 주가지수가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녹인형 ELS가 유리할 수 있지만 이번 홍콩H지수처럼 투자기간 중 예상치 못한 위기로 인한 큰 폭의 하락으로 녹인배리어를 하회하게 되는 상황에선 노녹인형 ELS가 만기 때 수익상환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표를 보면 현재는 홍콩H지수가 이미 2022년 10월말 녹인배리어(5500포인트)를 하회해 4939포인트까지 하락하면서 녹인형 ELS의 경우에는 조기상환조건이나 만기상환조건을 충족해야만 수익상환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홍콩H지수는 아직 6500포인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조기상환조건(8250포인트)을 충족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돼 결국 만기평가일까지 만기상환조건(8250포인트)을 충족하는 수준까지 상승해야만 손실을 피하고 투자원금과 정해진 쿠폰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약 27% 이상의 지수 상승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반면 노녹인형 ELS는 녹인형 ELS와 마찬가지로 조기상환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만기평가일에 만기상환조건(7150포인트) 수준까지 앞으로 10% 이상만 상승하면 수익상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녹인형 ELS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수익상환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ELS는 만기수익상환 시에는 투자원금과 3개년 쿠폰(연 5% 쿠폰 시 총 115% 지급)을 모두 지급받고 손실상환 시에는 상환금액이 마이너스(-)25% 이상(만기상환배리어 75%인 녹인형 ELS 기준)이기 때문에 지급금액이 40% 이상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하게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텝다운형 ELS라고 하더라도 기초자산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ELS의 손익구조에 따라 만기 때 수익상환과 손실상환이란 서로 다른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투자 시점에 손익구조 선택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고 앞으로 ELS를 선택할 때 눈앞의 수익률만 쫓지 말고 기초자산의 전망과 손익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ELS는 처음 한국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녹인형 ELS가 주로 발행됐다. 하지만 금융위기 당시 해당 ELS가 대부분 손실상환되면서 변동성이 낮은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주류가 됐다. 일시적인 기초자산 하락위험에 취약한 녹인형 ELS의 손실 경험을 토대로 노녹인형 손익구조로 변화했다.

ELS는 투자자의 손실이 발행회사의 이익이 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어서 ELS 발행회사는 발행된 ELS가 조기상환돼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수익상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변화(리자드 구조 등)를 시도해왔고 이 같은 변화의 결과로 금융위기 이후로는 대규모 손실없이 ELS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남은 6개월은 그동안 부진했던 홍콩H지수가 유의미한 반등을 통해 ELS 투자자는 모두 수익상환되고 ELS 비즈니스도 큰 지속 성장하길 바라며 혹여나 원치 않는 손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ELS 비즈니스가 후퇴하지 않고 한층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임태호 IBK기업은행 역삼WM센터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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