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생각은?[오늘을 생각한다]

2023. 7. 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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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장미란 용인대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임명됐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포츠영웅들이 정치적으로 소모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비판했고, 이 당의 지지자들은 “운동선수가 뭘 안다고 정치를 하냐”, “친일파 전향”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4년 전 문재인 정부가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씨를 같은 자리에 임명했을 때는 나오지 않던 말들이었다. 당시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보은인사’라며 비난하던 여당은 이번 장미란씨 임명에 대해서는 “공정과 상식에 부합한 인사”라고 논평했다. 3년 전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현재 기술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남아 있는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야당의 오염수 방류 우려에 대해 “광우병 괴담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오염수의 안전에 관한 시민들의 입장은 정치적 지지에 따라 홍해처럼 갈라졌다.

장미란과 오염수의 공통점은 그것에 관한 사람들의 ‘진짜 생각’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영웅에 대한 입장도 오염수의 ‘과학’에 관한 생각도 본인의 정치적 자리에 따라 정해진다. 가치판단은 진영에 위임되고 모든 이슈가 출구 없는 정쟁의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것이 근래 한국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양상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종점은 어디가 타당한가? 이 판단과 관련해 가장 쓸모없는 말은 원희룡과 이재명의 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가장 오염된 정보는 오염수를 마셔보라고 목청 높이는 사람들과 보란 듯 그걸 마시는 사람들의 말이다. 장미란 임명의 적절성을 판단하는데 가장 쓸모없는 의견은 양당 정치인들의 의견이다. 그들이 말을 하면 할수록 진실은 흐릿해진다. 이 지독한 공해가 말해주는 것은 경합하는 정당들이 일관된 신념이나 원칙을 전혀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적을 비난해 지지자들의 증오심을 만족시키는 것, 그들의 분개를 정당화하는 것에 있다. 지지자들을 영원한 흥분상태에 머물게 하는 것이 정치의 가장 큰 목적인 듯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개인이 주체적인 판단을 얻으려면 정치권에서 뿜어져 나오는 두터운 안개를 걷어내야 한다. 그런 여유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다수의 시민이 냉소하는 사이 진영의 가담자들끼리 공론장을 전유하며 공해를 키워낸다. 요즘 가장 만나기 힘든 사람이 자기 생각대로 말하는 사람이다. 요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정념에 취해 자기가 뭔 말을 하는지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이 너무 싫은 나머지 말하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무의미한 적대를 멈출 유일한 방법은 토론이지만 서로의 진짜 생각을 알 수가 없으니 토론은 불가능하다. 답답해서 “너의 생각은?”이라고 물으면 “너의 진영은?”이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다 큰 어른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황량한 풍경이다.

정주식 ‘토론의 즐거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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