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늘 먹던 밥인 줄 알았는데 산해진미였네 [시네마 프리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대작 '밀수'(감독 류승완)를 놓고 단 한 가지 우려할만한 점이 있었다면 '진부함'이었다. 멀티캐스팅을 장착한 범죄오락영화라는 특징 때문에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보기도 전에 "선수 입장" 류의 식상한 대사가 나오는 텐트폴 영화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쉬웠다. 류승완 감독이 수많은 아류작을 낳은 '부당거래' '베테랑' 등의 연출자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미 그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그 익숙함은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밀수'는 이 같은 우려를 깨고 예상 못한 지점들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늘 먹던 밥인 줄 알고 숟가락을 떴는데 뜻하지 않게 산해진미를 입에 넣게 된 셈이랄까. 박진감이 넘치는 수중 액션신과 매력적이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향연, 예상할 수 없는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서스펜스 넘치는 플롯에 과연 '새롭다'는 평을 내리고 남았다.
1970년대 중반, 서해안의 작은 바닷마을 군천에서 물질로 먹고 사는 해녀들은 산업화로 생업 전선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다. 인근 화학 공장에서 내보낸 오염수 때문에 밥줄이었던 해산물이 제값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브로커(김원해 분)가 밀수를 해보자고 제안을 해오고, 해녀들의 리더 엄진숙(염정아 분)과 선장인 그의 아버지(최종원)가 마지못해 이를 받아들인다.
진숙을 비롯해 조춘자(김혜수 분) 등 해녀들은 이내 밀수로 윤택한 생활을 하게 된다. 외국에서 출발한 선박들이 밀수품들을 바다에 던지고 가면, 해녀들이 들어가 물건을 건져 오면 되는 일이었다. 조심성 많은 엄 선장은 도를 넘어선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반면 야심가 조춘자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친구인 진숙을 설득해 선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괴를 운반하는 일을 맡으려고 한다. 결국 엄 선장에게는 비밀로 한 채 평범한 밀수품으로 가장한 금괴 상자들을 끌어올리는 일이 진행된다.
그러다 예상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검거율 100% 깐깐한 세관 계장 이장춘(김종수 분)의 단속에 걸리고 만 것. 결국 엄진숙을 비롯한 다른 해녀들은 모두 붙잡히고 만다. 혼란한 틈을 타 조춘자는 몰래 탈출했는데, 그 사건으로 아버지와 남동생을 잃고 철창 신세까지 지게 된 엄진숙은 조춘자가 실은 세관에 이 모든 일을 밀고한 장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복수심을 불태운다.
흥미로운 여섯 캐릭터의 앙상블은 '밀수'의 가장 예상 가능한 장점이자 강력한 무기다. 가장 돋보였던 배우는 군천의 정보통이자 다방 마담 고옥분을 연기한 고민시, 무시 당하던 막내에서 밀수 선장으로 신분 상승을 이루는 장도리를 연기한 박정민이다. 그 시절 여성들의 갈매기 눈썹을 절묘하게 재연한 고민시는 특유의 과장된 애교와 기지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과장된 70년대 풍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치장한 박정민 역시 시골 야심남의 흥망성쇄를 온몸으로 연기한다. 김혜수와 염정아, 조인성, 김종수도 훌륭한 연기로 이름값을 다한다. '타짜' 속 캐릭터의 70년대 해녀 버전을 보는 듯한 김혜수의 연기 변주가 반갑다. 홍콩 영화 주인공처럼 겉멋을 잔뜩 넣은 로맨틱한 액션 신들을 보여주는 조인성은 또 어떤가. 근래 들어 가장 매력적인 조인성 활용법이다.
역시나 수중 액션신들은 영화의 백미다. 극의 말미, 바닷물 속에서 모두가 뒤엉켜 치르는 난장판 한마당은 지상에서의 액션신과 확실히 구분돼 새로웠다. 물속의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동시에 의외의 장치(?)로 서스펜스를 줬는데 엉뚱하고 키치한 맛이 있다. 가수 장기하가 음악감독을 맡은 만큼, 레트로한 영화의 스타일에 걸맞은 70년대 곡들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엔딩에 흐르는 김추자의 '무인도'가 묘하게 희망차다. 옛날 영화를 보는 듯한 복고풍 분할 화면과 오묘한 조명, 구도 등은 보는 이들을 혼란의 70년대로 데려다 놓는다. 러닝타임 129분. 26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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