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천우희 "멜로가 체질처럼 재발견 되겠죠"
IQ 180 천재 사기꾼 역 신선
"영화배우 이미지란 뭘까?"
'나혼자산다'로 예능 매력 느껴
차기작은 장기용과 로맨스물
"내 매력 끌어내는 작품 하고파"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천우희(36)는 아직까지 영화배우 이미지가 강하다. 2004년 영화 '신부수업'으로 데뷔해 주로 스크린에서 활약했고, tvN 월화극 '이로운 사기'는 다섯 번째 드라마다. '멜로가 체질'(2019) 이후 4년 여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지만, 대중과 거리를 좁히기는 쉽지 않았다. 그동안 기자, 앵커 등 전문직 연기를 많이 해 이번에도 변호사를 맡을 줄 알았는데, IQ 180의 천재 사기꾼 '이로움'으로 분해 신선함을 줬다. 이로운 사기는 시청률 3~4%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높지 않았지만, "불친절하면서도 독특함을 잃지 않았다"며 만족했다.
"이번에도 느꼈다. 첫 현장에 갔을 때 모두가 나를 어려워하더라. 내가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감독님도 '조금의 실수도 하면 안돼'라고 생각한 것 같다. 약간의 긴장감은 좋지만, 숨을 못 쉴 정도로 적막했다. 과연 '영화배우가 뭘까?'라는 생각도 들더라. 난 그냥 배우일 뿐이고 드라마, 영화 등 매체를 나누진 않는다. 예전에는 시청률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큰 의미가 없더라. 멜로가 체질도 1%대 최저 시청률이 나왔는데, 지금도 '인생 드라마'라는 인사를 많이 받는다. 마찬가지로 이로운 시기도 재발견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싶다."
이 드라마는 사기꾼 '이로움'(천우희)과 변호사 '한무영'(김동욱)이 공조해 절대악에 복수하는 이야기다. 극중 천우희는 카지노 딜러를 비롯해 경찰, 검사, 간호사, 아동심리 상담가 등으로 변신했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사기꾼 캐릭터를 택한 건 아니었다. "굳이 이미지를 깨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스스로 영역을 넓혀 가고 싶었다. 배우는 이미지가 정해진 게 아닌데, 매 작품마다 그 범위를 도장 깨기 하듯 넓혀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사기꾼 연기는 "역할 놀이하는 느낌이 들었다. 외적인 모습을 만들 때도 마치 인형 옷 입히는 듯 재미있었다"며 "첫 장면에서 카지노 딜러로 변신했을 때 관심이 뜨거웠다. 그렇게 꾸미고 화려한 모습으로 연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상속녀로 나왔을 때는 콧소리로 연기한 적이 없어서 부끄러웠지만, 최대한 집중했다"고 회상했다.
"천부적인 암기력을 갖고 있으면, 관찰력과 동물적인 감각이 뛰어날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천재성에만 중점을 두면, 로움의 다른 가지를 보여줄 때 산으로 갈 것 같더라. 모든 일에 접근할 때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이득이 있는지 등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로움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택한 게 사기꾼의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로움이 카메라를 쳐다보며 내레이션하는 등 독특한 연출도 흥미를 더했다. "처음 해봐서 낯설었다"면서도 "사기극에 꼭 필요한 장치"라고 짚었다. "로움과 무영이 자신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설정이 있다. 무영은 정신과 전문의에게 털어놓고, 로움은 방백으로 10년간 계획한 구상을 이야기했다. 독특한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역시나 연기했을 때 마냥 쉽지 만은 않았다. 카메라를 보고 연기한 적은 처음이었는데, '내가 실수했나?' 싶어서 흠칫 할 때가 있었다. 시청자와 같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공조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시청자에게 말을 걸듯이 이야기하니 조금씩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주변에서도 어색해 하다가 나중에는 '로움이 방백 나오면 짜릿하다'고 하더라. 호불호가 갈렸을텐데, 난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김동욱(39)과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다음에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다. "우리 합을 원한 분들이 있었다고 하더라"면서 "처음에 연기는 잘 맞았지만, 둘 다 낯을 가려서 개인적으로 가까운 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무장 해제 된 후에는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게 느껴졌다. 매 현장마다 '오빠랑 만나는 장면이 많이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나와 코미디를 같이 하고 싶다고 하더라"면서 "오빠가 개그 드립할 때 내가 잘 받아치고 리액션이 좋아서 그런 걸까. '내가 좀 웃긴가?'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16회에서 로움은 적목 회장 '제이'(김태훈)에게 복수했다. 권선징악 결말은 "만족한다"며 "처음부터 메시지가 명확했고 한 곳만 향해 갔다. 그 이야기를 위해 16부 서사를 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영이가 한 말 대부분이 이 작품이 하고 싶은 얘기다. '좋은 어른이 옆에 있었다면 삶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로움은 '안티 히어로' 같은 모습이 있지 않았느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법이 누군가의 손을 들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켜주지 못해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 아닐까. 허구적인 이야기에서 오는 통쾌함이 있었다."
최근 천우희는 MBC TV 예능물 '나 혼자 산다'에 이주승(33) 절친으로 등장했다. 지난해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파이널 무대 방청석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누군가는 '스우파와 나 혼자 산다를 대표작으로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예능 프로그램 파급력을 느꼈다. 이번에 봉사 활동을 갔는데, 나를 알더라. '나 혼자 산다에서 봤다'고 했다"며 "사실 연기하지 않는 내 모습이 드러나는 게 쑥스러웠는데, 누군가한테는 '예능이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겠구나'라고 싶더라. 식당 가도 알아보고 예능만의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차기작은 초능력을 녹인 로맨스물이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장기용(30)과 러브 라인을 그릴 예정이다. "나도 이제 로맨스를 해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나에게 로맨스가 매력적이지 않았다.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나 내가 겪어보지 못한 모습을 탐구하고 싶었는데, 결국 모든 건 사랑으로 끝난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주변에서 평소 모습이 매력적인데, '왜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느냐?'고 하더라"면서 "평소에도 나다니고 드러내야 하나 싶었다. 나의 여러 가지 매력이나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을 많이 만나고 싶다"고 바랐다.
"한석규 선배가 '우희야, 너 나이대 할 수 있는거 많이 해. 사랑이 모든 감정을 다 담을 수 있지 않니?'라고 하더라. '세상의 모든 감정이 들어있는 게 사랑이구나. 나는 왜 시시하다고 생각했을까?' 싶더라. 내가 경험하고 공감한 걸 잘 표현하고 싶다. 한 번도 열애설 난 적 없지 않냐고? 평소 조용히 연애 한다. 주변에서 '우희야, 연애 해야지'라고 하면 알아서 잘 하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다음 달 초부터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촬영을 시작해 내년 초까지 찍을텐데, 이번에도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연기할 것 같다. 연기에만 푹 빠져 있으면 올해가 다 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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