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키신저' 미국 제재 대상 中국방장관 만났다

미중 관계개선 탄력 받을 듯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올해 100살이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미국 외교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한 ‘핑퐁외교’의 주인공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100)이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의 제재 대상인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장관)을 직접 만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인 대중 온건파인 키신저가 미 정부 제재 대상인 리 부장을 만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제재 해제 수순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국방부는 18일 공식 위챗(중국판 카톡) 계정을 통해 키신저와 리 부장의 회담 사실을 밝혔다.

리 부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나아가는 길은 평화와 발전의 길이지 재앙의 길이 아니다”며 “미국은 올바른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신저는 이에 “미중은 서로 오해를 풀고 공존하며 대립을 피해야 한다”며 “만약 양국이 전쟁을 한다면 양국 국민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특히 “미중이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 관계에 긍정적 성과를 창출해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최근 중국이 미국과 고위급 군사 회담을 거부한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은 미국이 회담 당사자인 리 부장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군사 회담을 거부했다. 중국은 양국간 군사회담을 하려면 리 부장의 제재부터 풀라는 입장이다.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2023.6.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 혐의로 리 부장을 제재 대상에 올려 두고 있다.

키신저가 리 부장을 만남에 따라 미국이 그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양국 군사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키신저의 이번 방문은 미국이 미중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 중 하나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 특사 등을 연이어 베이징에 파견,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인 중국 국방부장을 키신저에게 직접 만나게 함으로써 양국 긴장 완화를 더욱 추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키신저의 이번 방중은 4년 만이다. 그는 지난 2019년 중국을 방문했으며,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키신저는 70년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핑퐁외교’를 주도해 미중 데탕트 시대를 연 주인공으로 중국인들은 그를 "14억 중국인의 친구"라고 부르고 있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