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맥주값 잡으면 뭐하나’ 뛰는 위스키·나는 와인 물가... 최대 8% 급상승

유진우 기자 2023. 7. 1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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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민의 술’ 소주·맥주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거는 사이, 한켠에서 와인과 위스키 물가가 치솟고 있다.

대표적인 고가(高價) 주류에 속하는 와인과 위스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8%까지 오르면서 소비자 지갑에 부담을 주는 ‘인플레이션 주범’으로 꼽혔다.

1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소비자 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과실주 물가지수는 100.6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뛴 기록이다. 한달 새 상승폭만 놓고 보면 2019년 10월 11.7%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오름세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2020년 소비자 물가를 100으로 잡고, 현 시점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가 얼마나 오르내렸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은행이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와 각 도 도청소재지에 자리잡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재래시장 물가를 직접 집계해 매달 발표한다.

주세법상 과실주에는 포도나 복분자, 매실 같은 과실로 만든 주류 모두를 포함한다. 이 가운데 판매량을 기준으로 따지면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나든다. 주류업계에서는 과실주 물가지수 추이를 사실상 와인 가격 흐름과 같다고 여긴다.

그래픽=정서희

과실주 물가는 올해 2월 잠시 하락했다가, 3월부터 매달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3월 1.6%을 시작으로 4월에는 5.3%, 5월에는 3.5%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까지 포함하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개월 연속으로 상승하고 있다.

양주 물가는 과실주보다 더 급격하게 올랐다. 지난달 기준 양주 소비자물가 지수는 110.88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올랐다. 2020년 1월 이후 최고치다. 팬데믹 이후 국내 소비자가 가장 뚜렷하게 ‘위스키 값이 비싸다’고 체감한다는 의미다.

양주 물가는 위스키 수입사들이 일제히 국내 출고가를 높이기 시작한 올해 2월 무렵부터 껑충 뛰었다. 2월에는 무려 12.9%가 치솟았다. 3월에는 5.6%, 4월에는 6.2%가 상승했다.

주세법 상 양주에는 위스키 뿐 아니라 코냑 같은 브랜디, 다른 재료를 첨가해 맛과 향을 더한 리큐르 등을 포함한다. 럼과 보드카, 진(Gin)도 양주의 일부다. 다만 실제 판매량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소비자 물가지수 통계에서는 위스키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웃돈다.

두 주류 물가가 올 들어 빠르게 뛴 이유는 예전보다 대형마트 할인행사 규모나 할인폭이 줄었을 뿐 아니라, 수입·유통업체가 출고가를 마음대로 올린 탓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과실주는 올해 들어 마트 같은 곳에서 할인행사 규모가 다소 줄어들면서 가격이 오른 측면이 있다”며 “반대로 지난해 6월(-4.7%)에는 마트에서 와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기저효과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양주 가격에 대해선 “올해 초 위스키 출고가가 오르면서 체감 물가가 한꺼번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 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주류에 해당하는 소주와 맥주 가격은 동결하는 데 성공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국내 주요 주류제조업체가 소주와 맥주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소주 등 국민이 정말 가까이 즐기는 그런 품목(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같은 2월 양주 물가는 12.9%나 뛰면서 가격 인상 압박에서 완전히 비켜섰다. 한창 위스키 ‘오픈런’이 벌어지기 시작했던 시점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위스키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참나무통에서 일정 기간 숙성해야 하는 위스키 특성상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공급을 탄력적으로 확 늘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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