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교체가 답일까?" 딜레마 빠진 식품업계

한전진 2023. 7. 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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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아스파탐 지우기…인공감미료 등 대체물 검토
"다른 첨가물도 상황 비슷"…유해성 놓고 '논란' 여전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식품·유통업계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 쇼크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근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되면서 소비자 불안이 생겨난 탓이다. 이 때문에 아스파탐을 대체할 대체당 찾기는 물론 무(無) 아스파탐 마케팅도 등장했다. 

현재 아스파탐의 유해성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업계는 '소비자 안심'이 먼저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재판명된 사카린 사태를 들어 이번 아스파탐 쇼크에 대한 푸념도 나온다. 

아스파탐 지우기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유통기업들은 아스파탐을 제외한 대체당 찾기에 나서고 있다. 크라운제과, 오리온, 빙그레는 물론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내놓고 있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까지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으로 분류한데 따른 영향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WHO가 규정한 아스파탐의 일일 허용 기준치는 체중 1㎏당 40㎎이다. 이는 펩시 제로슈거(250㎖)를 하루에 55캔 이상 마셔야 섭취할 수 있는 양이다. 사실상 ‘많이 먹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것이 WHO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아스파탐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생긴 만큼 대체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사카린이나 MSG(글루탐산나트륨)처럼 '한번 찍히면' 되돌리기 쉽지 않은 첨가물 이미지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보다 건강 소식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며 "일일 섭취량과 무관하게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된 것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무(無) 아스파탐 마케팅도 나타날 수 있어 현재 대체당 물색에 나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파탐 없습니다"

실제로 업계에선 벌써 무(無) 아스파탐 마케팅이 등장했다. 더본코리아는 최근 편의점 CU와 신제품 '백걸리'를 출시하면서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상면주가도 자사 온라인몰 홈술닷컴에서 '무아스파탐 막걸리 프로모션'을 열고 대대적 할인을 내세웠다. 이외 다른 업체들도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치도 마찬가지다. 현재 중국 등 수입 김치 대부분은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개된 수입 김치 원재료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30일까지 수입된 김치 1737건 가운데 아스파탐이 들어간 김치는 1525건이었다. 이는 전체 수입 김치의 약 87%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대상과 CJ제일제당, 풀무원 등은 모두 자사 브랜드 제품에 아스파탐 대신 설탕과 매실 농축액을 사용하고 있다고 알리고 있다. 

무엇보다 음료 업계에선 제로 음료 열풍이 꺼질까 노심초사 중이다. 아스파탐은 제로 음료의 핵심 원료였다. 그동안 제로 음료는 칼로리가 적어 '헬시 플레저(즐거운 건강함)' 푸드로 인기를 끌었다. 편의점 매출 기준 전체 탄산음료에서 제로 탄산음료의 비중은 지난해 32%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서는 푸념만

앞으로 '천연 감미료' 시장이 주목 받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스파탐을 피하기 위해 그렇다고 설탕을 다시 넣을 수는 없어서다. 대체감미료는 크게 △천연감미료 △인공감미료 △신형감미료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천연감미료(설탕 제외)는 식물 잎 등 천연 원료를 최소한으로 가공한 알룰로스, 스테비아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천연 감미료도 한계는 있다. 감미료가 바뀌게 되면 그동안의 레시피도 달라진다. 원물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스테비아는 뒷맛이 쓰다는 단점이 있다. 아예 천연 감미료 무용론도 있다. 알룰로스가 천연에 존재하는 물질이지만 이 역시 추출하려면 화학적 가공을 거친다. 감미료 대체에 따른 시간과 비용도 부담이다. 품목제조변경 신고, 라벨 교체 등에 따른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업계에선 근본적인 고민이 나온다. 아스파탐을 다른 첨가물로 교체해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어서다. 다른 대체당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도 관련 연구가 부족한 것은 매한가지다. WHO는 전반적으로 비(非)당류감미료에 부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스파탐을 교체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스파탐을 대체한 감미료도 언제든 안전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현재 소비자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사카린도 발암물질 오명이 있었지만 20년 뒤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재판정이 났다"며 "이 과정으로 발생한 사회적 손실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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