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이로운 사기' 천우희 "김동욱, 낯가림 해제되면 정말 재밌는 사람…어느 순간 '날 편안하게 생각하는 구나' 느낌"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배우 천우희가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를 마치며 또 한 번 자신의 연기스펙트럼을 넓혔다.
천우희는 '이로운 사기'에서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이용해왔던 공감불능 사기꾼에서, 타인과의 교감을 배울 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을 이롭게 만들기 위해 나서는 '이로운 사기꾼' 이로움의 성장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특히 매혹적인 카지노 딜러부터, 간호사, 아동심리상담가, 재벌가 상속녀 등 다양한 직업군과 화려한 비주얼 변신을 선보이며 스스로 '천의 얼굴'임을 증명했고 상황에 걸맞은 발음부터 걸음걸이, 심지어 숨 쉬는 방법까지 바꾸며 같은 사람을 보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게 할 정도의 완벽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아이큐 180을 넘는 천재적인 두뇌와 '사기'라는 수단으로 법으로도 심판하지 못하는 악인들을 처단해 왔던 '다크 히어로' 이로움의 활약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천우희는 종영인터뷰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는데 작품 반응이 호의적이어서 다행이다. '연기맛집' 천우희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웃었다.
'멜로가 체질'이후 4년만에 출연하는 드라마다. "사실 드라마와 영화를 굳이 나누지는 않는다. 그때 그때 끌리는 작품을 하는 편이다. 그동안 영화에서 기회가 많았을 뿐 드라마라고 안한 것은 아니다."
이로움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하는 역할이었다. "이번 드라마에서의 목표라면 좀 그렇지만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처음 작품을 선택했을 때는 '이로운 사기'라는 제목부터가 끌렸다. 약간 모순적인 제목이지 않나. 두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서사를 어떻게 만들어갈까도 궁금했다. 이로움이라는 인물이 사기꾼이다보니 외적으로 변신들을 도전하고 이행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함도 있었다."
캐릭터에 신경쓸 부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연기에 중점을 둔 것은 표면적으로 차이가 크길 바랐다. 연기적으로도 내가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서 변신으로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다. 대본에 나온 이미지적인 단상들이 있는데 그것을 최대한 구현시키려고 했다. 색감과 말투. 걸음걸이 등을 구축해나가려고 했다. 연기할 때 이 인물들이 하나도 겹치는 선이 없었으면 했다. 대본에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천우희는 "심리 상담가 코트니권을 연기할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 대본을 읽었을때 명확하게 이미지가 그려지는 캐릭터였다. 세가지 목소리로 할 때 가능할까 싶었는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 재미있더라.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 인물들을 다채롭고 위트있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코트니권 때는 대본에서는 그렇게 연극적인 무대가 연출될지 몰랐다. 감독님이 구상한 연출 방식이 내 연기와 잘 맞아 떨어졌던 것같다"고 웃었다.
사실 천우희는 '공부파'라기보다는 '현장파'다. "대본을 받았을때 이미지들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 사람의 목소리 말투 등이 떠오를 때 그걸 간직하고 현장에서 해보는 편이다. 연출자의 의도와 잘 맞았을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고 조금 맞지 않을 때는 조율해나간다. 물론 연출자가 생각한 것들 구상한 것들을 따를 때가 더 많다."
그러면서 '이로운 사기'에 대해서는 "드라마하면서 내 의견을 제일 많이 냈던 작품이다. 워낙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야하다보니까 머릿 속에 있는 것들을 구현해 나가기 위해서 그랬다. 내가 원했던 방식대로 나온 것 같고 반응도 꽤 좋았어서 흡족하다.(웃음)"
그는 "복수 사기극, 케이퍼극으로 시작했지만 외적인 변화가 많아서 정서 서사로 가는 구조로 흘러갔다. 때문에 로움이와 다른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깊이 그리고 인물들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최대한 섬세하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연기적으로도 이 작품만큼은 종횡무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동욱과의 호흡도 예사롭지 않았다. 천우희는 "서로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하는데 연기할 때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이번 캐릭터들이 굳이 친밀도가 높아야지 잘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어떤 한순간에 '나를 편안하게 생각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 김동욱 본연의 모습이 나오더라. 낯을 많이 가리지만 그 부분이 해제되면 정말 웃긴 사람이다. 정말 재밌다. 자기 사람을 챙길 줄도 알고 의리있는 사람인데 그렇게 되기까지 쉽지 않다"고 웃었다.
덧붙여 "김동욱과 연기에 대한 접근법은 다르지만 임하는 자세는 똑같다. 접근법은 완전히 다르더라. 김동욱은 모든 것을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파헤치는 반면 나는 정서적으로 나가는 편이다. 우리끼리 하는 말로 '서로 캐릭터가 이해하기 쉬운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연기적으로는 호흡이 꽤 좋았다.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이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볼까' 같은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잘 받아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천우희는 2004년 데뷔해 벌써 데뷔 18년차가 된 배우다. "예전에는 도태되고 싶지 않아서 몰아붙였다면 그게 좋은 방법이 꼭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난 후에는 스스로 칭찬하고 좋은 면을 봐줄수록 긍정적인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최대한 나 스스로를 예뻐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또 "'무조건 해야해'는 아니지만 나에게 연기라는 의미가 커서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해야한다. 60년을 해도 연기는 계속하고 싶을 것 같다. 원래 여행도 오지를 가보고 싶은 탐험 정신, 모험 정신이 있는 편이다. 길이 아닌 곳을 개척해 나가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지금까지는 진흙탕길이건 가시밭길이건 잘 걸어왔고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채로운 매력으로 폭넓은 연기 변신과 깊이 있는 감정선까지 모두 소화하며 천우희가 다음에는 또 어떤 인생작을 만날지 기대되는 이유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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