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을 다시 '이기는 형'으로 만들어준 '임대생' 진성욱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공격수 진성욱(29·성남)이 '스승' 이기형 성남FC 감독(48)의 고민을 씻어주기까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진성욱은 1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과 '하나원큐 K리그2 2023' 21라운드에서 팀의 2번째, 3번째 골을 넣으며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말 이 감독의 손에 이끌려 제주에서 성남으로 임대 온 진성욱은 임대 후 첫 선발 경기였던 부산전에서 기량을 폭발했다. 성남은 진성욱의 활약에 힘입어 약 2개월만이자 7경기만에 승리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진성욱과 이 감독의 '케미'는 재회한지 약 보름만에 '폭발'했다. 진성욱과 이 감독은 2015년~2016년 인천에서 함께 잔류 싸움에 나서며 돈독한 인연을 맺었다. 2015년 수석코치였던 이 감독은 2016년 9월부터 11월까지 감독대행을 맡아 드라마틱한 1부 잔류를 이끌었다. 이때 잔류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이 진성욱이었다. 2012년 인천에서 프로데뷔한 진성욱은 2016년 5골-3도움을 기록했다. 여전히 진성욱의 단일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이다.

이 감독은 지도력을 인정받아 대행 꼬리표를 떼고 시즌 후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진성욱과의 짧은 만남은 거기까지였다. 진성욱이 제주로 이적했다. 이 감독은 이후 부산 아이파크 코치를 거쳐 올 시즌 성남 지휘봉을 잡았다. 진성욱은 군 시절을 제외하곤 줄곧 제주에서 뛰었다. 다시 만날 것 같지 않았던 스승과 제자는 이번 여름 재회했다. 주장 심동운의 장기 부상으로 공격진 보강을 꾀한 성남과 스쿼드 정리가 필요했던 제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이렇게 성남은 임대 가능한 선수 중 '최상급' 공격수를 품었다.

이 감독은 진성욱이 '홀쭉해진'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진성욱의 장기인 파워가 떨어졌을까 우려했다. 그런데 훈련장에서 보여준 파워와 저돌성은 인천 시절 그대로였다. 넉달 가까이 공식 경기를 뛰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진 부분만 해결하면 진성욱이 다시 잘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진성욱도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나를 원한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 감각은 빠르게 돌아왔다. 앞선 충북청주전, 김포전을 통해 예열을 마친 진성욱은 올시즌 K리그2에서 가장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갖춘 부산을 상대로 진가를 발휘했다. 전반 45분 골문으로부터 약 45m 지점서 공을 잡아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나온 것을 확인한 뒤 정확한 슛으로 골망을 갈랐고, 후반 24분엔 역습 상황에서 감각적인 칩샷으로 추가골을 낚았다. 진성욱의 발끝은 무척 예리했다. 진성욱 덕에 인천 시절 별명대로 '이기는 형'이 된 이 감독은 "우린 결정을 지을 선수가 필요했다"며 반색했다. 진성욱은 19일 선두 경남FC와의 홈경기서 연속골로 2연승을 선물하겠다는 각오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