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일본 우수 학교건축 답사기 1-자연을 담은 후지유치원
필자는 교육시설에 입문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교육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강연을 진행하면서 (사)학교건축창의융합포럼(CFSA)에서 주관한 일본 우수 학교건축 답사의 기회를 갖게 됐다. 해외의 학교, 병원 등에 대한 현지답사는 수개월 전부터 숨은 노력을 바탕으로 성사되기 때문에 흔한 기회가 아니므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린스마트스쿨의 미래학교 조성이라는 교육부 국가정책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해외 교육시설에 대한 소감을 공유하고자 답사기를 시리즈로 써보기로 한다.
2017년 캐나다 왕립 건축연구소(RAIC) 국제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OECD 세계경제교육기구와 유네스코에서 세계 최고의 학교로 선정된 후지유치원은 마치 화면으로만 보던 연예인을 직접 보게 된다는 설렘을 느끼게 해줬다. 후지유치원은 도쿄에 있는 유치원으로 0-2세의 유아와 3-5세의 유치원 보육과 교육을 함께 하는 시설이다. 현재 도쿄도시대학 건축과 교수이면서 테즈카아키텍츠 공동대표인 타카하라 테즈카 교수가 설계해 2007년 준공됐다. 후지 유치원은 단층 타원형 건물로 경계가 없는 링 모양의 교사동이 지어져 가운데 커다란 중정을 조성하고 커다란 슬라이딩 유리문을 설치해 건물의 내부와 외부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물리적 장벽 없이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가며 마음껏 뛰어 놀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단층으로 이뤄진 교사동 지붕은 모두 원목으로 만들어져 아이들이 점프하고, 뛰어 놀 수 있는 180m의 원형 놀이터로 사용하고 있으며 지상으로 연결되는 미끄럼틀과 계단을 통해 다양한 접근 동선을 제공하고 기존에 존재했던 고목을 그대로 살려 지붕 부분을 뚫어 하늘로 높게 펼쳐져 옥상에 시원한 녹음을 제공하는 쉼터 역할을 한다. 지붕은 중앙 부분으로 약간 경사를 둬 빗물을 모아 중정으로 설치된 우수관으로 떨어지게 해 아이들이 빗물을 직접 손으로 느끼며 물놀이를 할 수 있다. 링의 가운데 중정은 비가 내리면 물놀이를, 눈이 오면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의 자연 체험 놀이공간뿐만 아니라 유치원의 다양한 행사장소로 활용되며, 단층의 지붕은 중정의 행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야외객석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만반의 사전 조사를 마치고 후지 유치원을 직접 방문했을 때 교문을 지나 3층으로 이뤄진 건물로 안내받아 이동하던 중 각 층의 처마 밑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양파, 옥수수, 토마토, 호박, 가지 등이 인상적이었다. 자연과 함께 한다는 개념을 추구하는 후지유치원이 아이들에게 자연 체험과 건강한 친환경 식사를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들이 안내받은 곳은 보통 급식실로 사용되고 있으나 외부 방문객이 있을 땐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는 듯했다. 공간 안엔 카토 교장선생님과 건축설계를 한 테즈카 교수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줬으며, 후지유치원의 교육철학에 대한 간략한 설명 후 직접 유치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설계의도 등을 직접 설명했다. 카토 교장선생님의 교육 철학은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다양한 것을 보고, 만지고, 느끼며 생각해야 하고 이 같은 사이클을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또 교원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배움을, 아트디렉션은 다양한 체험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을, 건축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담고 있다. 교육과 공간의 연계성을 강조하는 셈이다. 이는 건축은 교육을 도울 수 있는 제3의 교사라 주장한 OECD세계경제교육기구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후지유치원의 교실 간 물리적 벽체가 없는 부분에 있어 발생하는 인접 교실과의 소음 문제와 유·보 통합 교육 및 특수학급 없이 통합수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교원과 보조교원의 수급 문제 등 국내 유치원과는 상이한 부분들도 발견할 수 있었으나 카토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은 준공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시대에 따라 발전됐으며 건축가의 설계 의도대로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후지 유치원은 설계 당시 기존 유치원 설계지침을 따르지 않고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많은 물의를 빚었으며 법 개정이나 설계지침 개정 이후에도 보수적인 접근으로 쉽사리 승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국내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쩌면 정형화된 건축공간이 미래 교육 실현의 걸림돌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과 함께 미래교육과 연계되는 혁신적인 건축공간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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