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거위 좀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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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폭우가 내리던 월요일, 출근하니 사무실 문에 '에어컨 사용 불가'라는 무서운 안내장이 붙어 있다.
지난 주말 낙뢰로 인해 금요일까지 에어컨 사용이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젊은이들에겐 확실하지만 내겐 모호하기만 한 IT 세상이 마치 폭우 내리는 거리 같다.
다행히 사무실 에어컨은 사흘 만에 복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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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폭우가 내리던 월요일, 출근하니 사무실 문에 '에어컨 사용 불가'라는 무서운 안내장이 붙어 있다. 지난 주말 낙뢰로 인해 금요일까지 에어컨 사용이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숨이 턱 막힌다. 판타지처럼 이 문턱을 넘으면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순 없을까.
한동안 재벌들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많았다. 정말 저렇게 살까? 도우미들을 식탁의 촛대처럼 세우고 식사하는 것은 일상이고, 운동장 같은 정원에서 오케스트라를 불러 가든파티를 한다. 어떤 재벌이 내놓은 어마어마한 미술품을 보니 드라마 속 재벌 모습이 과장은 아니었다. 저들의 화폐단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얼마 전 철판 바비큐장에 갔다. 이른 시각인데 주차장이 거의 다 채워진 상태다. 게다가 주차 중인 차들이 모두 고가의 외제 차들이다. 앞서 도착한 이는 주차를 했는데 동생은 더듬거리고 있다. 빈 공간이 있어도 양쪽에 비싼 차들이 조심스러워 망설이다 가까스로 주차했다. 당황한 우리 모습에 전자담배를 들고 모여 있던 차주들이 비실비실 웃는다. 다들 젊다.
식사 중에도 화제의 중심은 외제 차뿐이다.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조카들의 관심은 온통 자동차에 가 있다. 이른 저녁이라 손님은 그 팀과 우리 가족이 전부였다. 식당 주인이 오늘이 '포람페' 모임이란다.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의 집합이라나. 애들은 차에 눈길을 보내고 나는 차주들이 궁금하다. 나이도 젊은데 무슨 일을 하기에 저런 비싼 차를 탈 수 있는지….
내가 아는 돈벌이는 생산적인 것이었다. 농업, 공장, 시장, 공무원, 하물며 부동산투기라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 있었다. 지금 MZ세대의 경제활동에 대해선 듣도 보도 못한 경우가 많다. 들어도 모르고 보아도 알 수 없는 세상, 유투버, IT업계 운영자, 주식, 코인, 이 중 분명, 그들만 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는 모양이다. 가상화폐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겐 이 또한 판타지다. 섣불리 그들의 부모가 궁금하여 '느그 아부지 머 하시노?' 라고 묻고 싶었던 속마음 깊숙이 감춘다.
너무 빠르게 달라지는 IT 세상에 적응하는 게 어렵다. 차가운 기계보다 얼굴을 보고 말을 주고받는 것이 좋다. 애써 쫓아가면 저 만큼의 거리가 또 생기니 주눅이 들어 포기한 현실이다. 몸을 움직여 밥벌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며 건강, 건강만 부르짖는 지금을 인정하면서 씁쓸하다. 젊은이들에겐 확실하지만 내겐 모호하기만 한 IT 세상이 마치 폭우 내리는 거리 같다. 다행히 사무실 에어컨은 사흘 만에 복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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