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버거워도 살아내야 할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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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페퍼르트라는 미국의 여류 작가는 '인생은, 사람이 살기에는 조금 버겁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치아 하나에도 그 사람의 지난한 인생이 담길 수 있다는 가르침을 준 그 환자를 잊을 수 없다.
또한 자신에게 닥친 인생의 고통의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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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페퍼르트라는 미국의 여류 작가는 '인생은, 사람이 살기에는 조금 버겁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문구다. 살아내기도 이해하기도 참 어려운 것이 인생이다. 어려운 마음으로 인생을 살다 보면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곳'이란 말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태어나 세 돌이 지나 감기가 와 간밤에 열이 40도를 넘어 몇 시간 지속돼 뇌 기능이 손상된 여자아이가 치과에 들렀다. 온몸을 쥐어짜며 휠체어를 타고 온 아이. 뇌 기능은 정지한 채 말초의 신경 감각만 살아있는, 살아있지만 죽음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아이. 또한 딸아이를 위해 말 그대로 버티는, 버거운 삶을 사는 엄마.
치과의사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아이는 기계가 작동되는 순간에도 물을 목에 가두지 못하고 꿀떡꿀떡 삼키고 있다. 이 아이의 잘못도 엄마의 죄도 아니지만 엄마는 내 앞에서 연신 미안함을 표시한다. 인생의 고통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그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것이다. 치과의사인 내게 아이와 엄마의 고통은 찰나지만 엄마에게는 아이에 대한 사랑이 있는 한 그 고통은 끝나지 않으리라. 이 아이와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난 알지 못한다. 그냥 치료 후 손을 잡아주고 아이의 등을 토닥이는 것이 전부일 뿐.
지난 25년간 치과의사로 살아오면서 가슴 깊이 기억되는 환자가 있다. 윗니가 2개가 남았는데 남아 있는 2개 치아마저 빼야 되는 60대의 여성이었다. 풍치 증상이 너무 심해 잇몸뼈가 다 녹아서 살릴 수 없으니 빼자고 말씀드리고 간단한 마취 후 이를 뽑게 됐다. 뽑는 순간 그분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린다. 아파서 우는 줄 알고 놀라서 이유를 물었다. 인생이 서글퍼서 운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두 개의 이를 빼면서 가족을 위해서 일만 하다 늙어버린 내 인생도 이제 저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운다고 말한다. 치아 하나에도 그 사람의 지난한 인생이 담길 수 있다는 가르침을 준 그 환자를 잊을 수 없다.
고통이 없는 인생은 결코 없다. 또한 자신에게 닥친 인생의 고통의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고통의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이 인생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고통은 계속될 것임을 우리는 안다. 또한 고통의 이유를 알지 못하더라도 인생이 우리에게 부여한 숙명은, 버겁지만 살 이유를 찾아내 살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고통으로 가득 찬 버거운 인생에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구분은 '홀로 족한 자'와 '공감하는 자' 사이에 있다. 타인들의 고통 앞에서 등을 돌리는 자와 그 고통을 함께 나누기를 받아들이는 자 사이에 있다'라는 피에르 신부의 말대로 크고 작은 고통 가운데 살아가는 나의 이웃들, 나의 가족들이 버겁지만 살아내야 할 인생의 이유가 되길 바란다. 또한 내가 현재 '홀로 족한 자'로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밤을 뒤척이는 불면의 고통이 부디 독자들에게도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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