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한 살이 젊어지면서 바뀌어야 할 것
지난주 갑작스럽게 한 살이 젊어졌다. 한 살이 젊어지면서 나와 주변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졌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대인관계가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여전히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이 있고 개인주의 성향이 심해졌다. 대학 캠퍼스의 모습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학교 교육이 비대면 수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교내의 학생 활동이 제한되면서 교육현장에서 바라본 학생들의 태도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로 변했다. 스승, 선배, 친구 등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마음을 닫고 소극적으로 수업이나 학생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학습공동체를 통해서 상호 학습을 이루고 협력하여 공동의 발전과 역량을 높이는 +(plus)형 교육체계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무한 경쟁 시대의 사회로 나가기 전, 이기적인 학습 태도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들, 이웃과 함께 협력해 나아가는 이타적인 삶의 태도로 바뀌고, 함께하는 '학습공동체'를 형성하여 상생발전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삶의 모습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끌어 나아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던 중, 아프리카 오지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젊은 외과 의사의 목소리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안정된 수입과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 유치원 때부터 의과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아닌가 싶다. 미래가 보장되고 얼마든지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오지에서 병에 시달리는 어린아이를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후원금이 아프리카의 어린아이를 살려냅니다.'라는 젊은 의사의 멘트는 맑고 순수하기에 더욱 내 마음에 다가왔다.
독일 출신의 미국 선교사 서서평(엘리자베스 요한나 셰핑) 간호사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센병 환자의 어머니'라 불리며 일생토록 미혼으로 고생한 여인이다. 14명의 고아를 입양해서 키우고 38명의 버려진 과부들을 돌보면서 본인이 지원받은 생활비를 그들과 나누어 썼기에 가난한 타국생활에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1934년 그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사망원인은 영양실조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담요 반장과 몇 푼의 잔돈뿐이었다고 한다. 그마저도 사망하기 며칠 전 길거리에서 추위에 시달리는 거지에게 담요를 반 장 나누어주었기에, 온전한 담요 한 장이 아닌, 반장뿐인 담요였다. 그녀의 운구가 시내를 통과할 때, 많은 여성들이 흰색의 한복을 입고 어머니라 부르며, 운구의 뒤를 따랐다고 한다. 이웃을 위해 살아간 이타적인 삶의 모습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한 살이 젊어지면서 새삼스럽게 드는 생각은, '이기적인 삶'에서 '이타적인 삶'으로 태도와 생각을 바꾸어 나가야 하겠다는 것이다. 캠퍼스 안에서 아직 사회에 나아가기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태도에서 마음을 열고 함께 일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는 쪽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스승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말로 가르치는 것에서 벗어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 가족을 살펴보더라도 내가 잔소리하고 가르쳤던 대로 성장한 자녀의 모습보다는 실수했던 과거 나의 모습을 따라 하고 있는 자녀들을 보면서, 모범이 되는 삶의 뒷모습으로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학생들 중에 몇 사람은 아프리카에서 봉사할 의료진이 될 것이고, 또 어떤 여학생은 서서평과 같이, 일생을 남을 위해서 봉사하고 희생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기에 그러한 잠재력을 가진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올바른 삶의 태도를 보여야 하는 스승으로서 나의 태도를 다시 한번 정리해본다. 지난 주 한 살이 젊어졌기에 조금 더 철이 들 수 있는 시간이 1년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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