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굳힌 산업은행, KDB생명 이어 HMM도 매각 속도낸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역할 탈피에 더해 산은 재무건전성 개선 등 작용 양상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KDB산업은행이 KDB생명보험, HMM 매각에 속도를 내는 등 관리기업과의 묵은 관계 정리에 과감하게 나서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강석훈 회장이 앞으로의 산은 역할은 새 산업의 마중물 역할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매각의 적기를 기다리며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나섰던 기존과는 다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19일 금융업계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자문단은 이르면 이달 말 HMM 매각 공고문을 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앞서 HMM 최대 주주인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4월 삼성증권, 삼일회계법인, 법무법인 광장으로 매각 자문단을 구성해 최근 컨설팅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HMM은 긴 시간 산은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져 왔다. 매각은 산은과 해진공 보유 지분 40.65%(약 4조원)에 더해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 및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HMM은 산은과 해진공을 상대로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 2조6800억원의 CB·BW를 발행했다. 이들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지분은 최대 74%까지 치솟을 수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이익을 더 낼 수 있음에도 매각을 우선하면 배임 이슈(쟁점)가 나올 수 있고, 반대의 경우 매각가가 7조원 이상 치솟을 수 있어 원매자 나오기 어렵다고 시장에서 평가했다.
하지만 산은은 정공법을 선택한 분위기다. 10월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원 규모 HMM 영구CB·BW의 주식 전환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 나머지도 콜옵션 도래 시점마다 주식 전환이나 원리금 상환 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몸값이 올라 잠재 인수자 부담이 커지지만, 이를 감내할 곳을 찾겠단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해진공과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현재 시점에서 영구CB·BW 콜옵션 이행 여부를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산은은 또 다른 아픈 손가락으로 5번째 시도 중인 KDB생명 매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적극적인 산은의 매각 의지에 따라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에 인수의향서(LOI)를 단독으로 제출한 상태다.
매각 논의는 비금융 계열사를 확대하려는 하나금융과 자금구조 개선을 통해 KDB생명을 매각하려는 두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특히 강 회장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서 KDB생명과 관련해 "매각 도전은 5번째지만 과거 매각 시도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5월에는 75%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낮추고 이월결손금을 축소했다"고 강조했다.
산은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20여년 만에 성공리에 이끌어 낸 데 이어 남은 관리기업 정리에도 속도를 내는 것은 강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내용이다.
강 회장은 기존의 산은 구조조정 3 원칙에 더해 '산은이 구조조정 기업을 가지고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매각이 가능하다면 바로 매각하는 제4원칙'을 추가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을 구체화했다. 이번 정부는 정책금융이 민간의 역동적 혁신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도록 민간과의 중복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악화하고 있는 재무건전성이 개선돼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산은은 현재 한국전력 지분 32.9%를 보유한 1대 주주로, 한전 적자가 불어나면서 산은의 자본비율도 악화했다. 올해 1분기말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11%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11.3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강 회장은 지난달 HMM 주가가 산은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신속 매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HMM 주가가 1000원 움직이면 산은 BIS 비율에 0.07%p만큼 영향을 준다"며 "13%대로 떨어진 BIS비율 등 산은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려면 HMM 매각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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