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교통혼잡세 도입 방침…이웃 뉴저지 "이미 내고 있는데" 발끈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뉴욕시의 핵이라고 할 맨해튼의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도입 예정인 맨해튼교통혼잡세에 대해 뉴저지주가 발끈하고 나섰다. 뉴저지 정치인들과 주민들은 이 세금이 이중과세라며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미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뉴욕주는 맨해튼의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 개선을 위해 맨하탄 60스트릿 남단 상업지구에 진입하는 운전자들에게 △피크시간대(평일 오전 6시~오후8시, 주말 오전 10시~오후 10시) 9~23달러 △오프피크 시간대(평일 오후 8시~오후 10시) 7~17달러 △야간시간대(평일 오후 10시~오전 6시, 주말 오후 10시~오전 10시) 5~12달러의 교통혼잡세 징수를 제안했다.
하지만 맨해튼 통근자가 많은 뉴저지주는 링컨·홀랜드 터널과 조지워싱턴브리지를 통과하기 위해 차량들이 17달러 톨비를 내고 있는데 혼잡세까지 내면 이중과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내년 봄부터 시작해 연간 10억 달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평가되는 이 과세의 수익금이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으로만 가지 뉴저지에 1페니도 가지 않는 데 대한 불만도 팽배해 있다.
이웃 주인 뉴욕과 뉴저지는 그간 기반 시설 건설이나 교통 프로젝트에 무리없이 협력해왔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으로 100년된 철도 터널을 수리하고 허드슨 강 아래 새 터널을 건설해 뉴욕과 뉴저지를 잇자는 대규모 '게이트웨이 터널 프로젝트'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조쉬 고트하이머 민주당 뉴저지 하원의원은 뉴저지 통근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려는 뉴욕의 계획은 한 세기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협력적인 역사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뉴저지 통근자들이 뉴저지 교통이 필요로 하는 어떤 수익도 얻지 못한 채 적자에 허덕이는 MTA를 강제로 구제해주게 생겼다"고 울분을 토했다.
뉴욕과 뉴저지는 이 사안에서만은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는 이 세금의 틀을 변경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뉴욕의 시내버스와 지하철 시스템이 개선되면 이를 이용하는 뉴저지 통근자들에게도 좋은 것 아니냐는 논리다.
반면 연방고속도로관리국이 지난달 26일 이 프로젝트의 환경영향평가를 최종 승인하고 교통이동성검토위원회가 19일부터 첫 공개회의를 열 예정인 가운데,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법적 싸움을 위해 뉴욕의 랜디 마스트로를 포함한 일류 변호사들을 고용했다.
반발이 거세자 뉴욕 관계자들은 최근에 링컨과 홀랜드 터널을 통과하는 운전자들에게 할인이나 면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머피 행정부 관리들은 "주 정부 간에 조용히 협상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면서 "모든 법적 옵션을 찾아내기 위해 변호사들을 고용했고 곧 행동 지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과 뉴저지의 충돌을 앞두고 뉴저지가 선임한 변호사 관련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공 교통 관련해 불공정하게 사안을 처리했던 당사자를 다시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14년 공화당 소속 뉴저지주의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가 자신의 재선을 지지하지 않는 포트리 시장인 민주당의 마크 소콜리치 시장을 골탕먹이기 위해 전해 9월 뉴욕시와 포트 리를 연결하는 조지워싱턴다리의 진입로를 일부러 폐쇄한 일이 발각됐다.
당시 이 다리의 일부 차선이 ‘교통연구’를 이유로 나흘간 폐쇄되어 새학기 첫날 조지워싱턴다리를 건너 출퇴근하는 시민과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구급차가 가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일까지 있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일부러 그랬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맨해튼 법률회사에 사건 조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자신은 몰랐고 보좌관들이 한 짓이라며 셀프 면죄부를 주는 결론을 이끌어냈는데 나중에 발각되어 '브리지게이트'라는 악명까지 얻게 됐다. 당시 크리스티에 유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당사자가 마스트로 변호사였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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