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가 죽는다] ⑭마약사범 1만8천명 넘어섰는데…"집중 단속은 20년전 방식"
"치료의 시작은 중독을 '인정'하는 것…사회 전체가 관심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이슈팀 = "우리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 마약 범죄를 엄단한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한편으로는 좀 위험해 보입니다. 이제는 처벌만으로 해결이 될 상황이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마약 사범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20여년 전의 방식"이라며 "지금처럼 약물 중독자가 확산한 상태에서는 마약을 범죄만이 아닌 질병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서 의원은 최근에만 마약 근절과 관련한 법안을 7건 발의했다. 청소년 마약 교육을 위해 국가의 책임에 무게를 싣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해 미성년자 등 타인의 의사에 반해 마약류를 제공하는 이에게 처벌을 강화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다.
청소년에게 대마를 제공한 이에게 현행법보다 더 큰 책임을 묻는 개정안도 앞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처럼 마약을 유통하거나 제조하는 자를 엄벌로 다스리되, 치료와 재활을 비롯해 교육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서 의원은 "지금처럼 마약 사범이 급증한 상태에서는 단순히 때려잡는 방식을 넘어서, 이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치료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8천395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30대 이하가 59.8%(1만988명)를 차지했다. 특히 20대가 5천804명으로, 전 연령대 통틀어 가장 많았다.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도 481명에 달했다.
서 의원은 "마약은 암수범죄인만큼 드러난 수치보다 실제로는 최대 100배 많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며 "상황이 이런데 단순히 범죄로만 취급한다면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적으로 커지면서 중독자를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시선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약물 이용자 10명 중 4명꼴로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게 현실"이라며 "국가 예산을 투자해 지금보다 폭넓은 치료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1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이 지정돼 421명이 치료를 받았는데, 인천참사랑병원(276명)과 경남 국립부곡병원(134명)에 97%가 몰렸다.
13곳은 치료보호실적이 전무했고, 중독 치료 전문 의료진의 부재 등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병원도 있었다.
그는 "마약 사범에 대한 통계만 있지, 치료자에 대한 세분된 데이터는 찾기 힘들다"며 "중독 정도나 성별, 나이, 건강 상태 등 치료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마저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약 문제가 우리보다 심각한 미국도 중독자가 법에 저촉됐을 때 재활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물치료법원(Drug Court)이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약물치료법원은 판사의 주도하에 약물 중독자의 치료에 중심을 두는 재판을 진행하는 특수 형태의 법원으로, 1989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처음 도입됐다.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으로 서 의원이 꼽은 것은 바로 '예방 교육'이다. 마약이 지닌 중독성과 위험성을 청소년이 인식할 수 있도록 유치원에서부터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 번쯤은 괜찮지 않나'라는 인식을 가진 아이들도 있다"며 "그만큼 마약이 얼마나 강한 중독성을 가진 줄 모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만약 마약에 손을 댔을 경우, 일단 현실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서 의원은 강조했다. 외면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빨리 치료받으라는 것이다.
"약물 치료센터를 가보면 자기소개할 때 '중독자 ○○○입니다'라면서 시작해요. 인정해야 치료받고 단약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약물에 빠지면 남은 평생을 중독자로 살아야 하는 탓에 조기 치료가 더욱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학업 문제나 외로움, 따돌림 등 청소년이 주로 직면하는 문제를 위해 가정과 학교, 사회가 모두 세심히 살펴야 한다"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나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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