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6m 성담장' 최적화 투수 영입했다, 구위도 제구력도 KBO 맞춤형... 6년 만의 PS 이끌 적임자인가

양정웅 기자 2023. 7. 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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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롯데와 계약서에 서명하는 애런 윌커슨.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빅리그 시절의 애런 윌커슨. /AFPBBNews=뉴스1
6년 만의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마지막 한 장 남은 외국인 교체 카드를 마운드에서 사용했다. 롯데의 후반기를 책임질 애런 윌커슨(34)은 어떤 선수일까.

롯데는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투수 댄 스트레일리의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대체 선수로 투수 애런 윌커슨(34·Aaron Wilkerson)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외국인 투수였던 스트레일리는 2020년 입단해 그해 롯데 외인 투수 최다승(15승)과 최다 탈삼진(205개)을 기록하는 등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해에도 후반기 돌아와 11경기에서 4승과 평균자책점 2.31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댄 스트레일리.
그러나 올 시즌에는 전반기 16경기에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4.37에 그쳤다. 특히 80⅓이닝만을 소화하며 경기당 5이닝 정도를 던졌는데, 이닝을 먹어줘야 하는 외국인 투수로서는 너무나도 적은 수치였다. 이는 불펜진에 과부하를 야기했다. 마지막 등판인 지난 7일 사직 LG전에서도 4이닝 투구에 그치면서 결국 롯데와 동행을 마치게 됐다.
롯데는 윌커슨 영입을 발표하며 "패스트볼 움직임이 뛰어나며 변화구의 제구력이 강점으로, 일본프로야구(NPB)의 경험을 통해 얻은 아시아 야구 적응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과연 롯데의 선택은 성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에선 통하지 않았지만, KBO에선 다르다
애런 윌커슨의 메이저리그 시절 투구 모습. /AFPBBNews=뉴스1
신장 188cm, 체중 104kg의 신체조건을 가진 우완투수인 윌커슨은 대학 졸업 후 지난 2017년에야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으로 통산 3시즌 동안 14경기에 등판한 그는 1승 1패 평균자책점 6.88의 성적을 거뒀다. 2019년 이후로는 빅리그 콜업이 없었다. 지난해에는 NPB 한신 타이거스에서 뛰었다.

빅리그에서의 평범한 성과와는 달리 마이너리그에서는 꽤나 준수한 선발투수였다. 그는 마이너리그 통산 158경기(133선발)에서 58승 31패 평균자책점 3.42의 기록을 냈다. NPB에서도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는 못했으나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08의 성적으로 낮았던 기대보다는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올 시즌 트리플A에서 평균자책점 6.51로 부진했지만, 그가 뛴 퍼시픽코스트리그는 18일 기준 리그 평균자책점이 무려 5.88이나 될 정도로 타고투저 리그다.

애런 윌커슨의 NPB 시절 투구 모습. /사진=한신 타이거스 홈페이지 갈무리
성적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쿼드러플A리거'라고 할 수 있다. 트리플A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도 정작 메이저리그에만 오면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이러한 점이 한국에서는 통할 수 있다는 점도 된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윌커슨은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평균 이하의 구위로 인해 기회를 못 받았다"며 "지난 몇 시즌 동안 KBO 진출 가능성이 제기된 선수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레벨이 낮은 리그에서는 장점도 많은 선수다. 그는 직구, 커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고, 올 시즌 직구 구속도 평균 시속 146km, 최고 150km까지 나왔다. 이 정도 구위라면 충분히 한국에서 통할 수 있다. 윌커슨을 지켜본 관계자는 "커터가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삼진은 9.3개, 볼넷은 2.5개로 안정적인 제구도 인상적이었다.
'성담장' 특화된 뜬공형 투수, 롯데에 어울리는 선수가 왔다
애런 윌커슨. /AFPBBNews=뉴스1
윌커슨의 기록 중 눈에 띄는 점은 땅볼과 뜬공 비율이다. 빅리그 세 시즌 동안 그는 뜬공 대비 땅볼 비율이 0.64로, 전형적인 '뜬공형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이 메이저리그 기준 다소 떨어지는 구위와 결합되며 9이닝당 피홈런이 2.3개나 됐는데, 이는 같은 기간 리그 평균(1.1~1.4개)보다 높았다.

이는 메이저리그보다 리그 수준이 낮고, 공의 반발력도 비교적 낮은 KBO 리그라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윌커슨이 홈으로 쓰게 될 부산 사직야구장은 지난해 홈플레이트를 뒤로 밀면서 펜스까지의 거리가 늘어났고(좌우 95.8m, 중앙 121m), 펜스 높이도 6m로 KBO 구장 중 가장 높다. 이른바 '성담장'으로 불리는 높아진 펜스 덕에 홈런이 나오기 어려운 구장으로 변모했다. 한 롯데 타자는 "다른 구장이면 넘어갈 타구가 잡히니 조바심도 든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그러나 윌커슨에게는 사직야구장이 딱 맞는 경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윌커슨과 마찬가지로 뜬공형 투수(뜬공 대비 땅볼 0.42)였던 애덤 플럿코(LG)는 빅리그에서 9이닝당 2.2개의 홈런을 맞았지만, 국내에서 가장 큰 서울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며 KBO 리그에서는 통산 0.6개까지 떨어졌다.

부산 사직야구장의 외야 담장.
선발로 특화된 윌커슨, 한국선 이닝 소화도 기대할 수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와 찰리 반즈가 5이닝도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투수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잦은 등판을 감행했던 불펜진은 결국 6월 이후 무너지면서 롯데의 5할 승률 붕괴에 일조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윌커슨에게는 이닝 소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롯데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윌커슨이 커리어 내내 선발투수로 특화된 선수라는 점이다. 모 야구 관계자는 "미국 기준으로 빠르지는 않은 직구, 다양한 변화구 그리고 안정된 제구로 인해 불펜 전환 없이 커리어 내내 거의 선발로만 뛰었다"고 설명했다. 트리플A에서 마지막으로 풀시즌을 소화한 2021년에도 23경기 중 19경기에 선발로 나와 99이닝을 소화, 경기당 5이닝은 던져줬다.

선발 경험이 많고, 볼넷 허용이 많지 않은 공격적인 투구 스타일이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비교적 적은 투구 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기대대로만 KBO 리그에서 투구한다면 윌커슨은 꾸준하게 5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다.

애런 윌커슨. /AFPBBNews=뉴스1
지난해 외국인 교체는 '절반의 성공', 올해는 바람 이룰 수 있을까
롯데는 지난 시즌에도 후반기 2명의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외야수 DJ 피터스(28)를 퇴출하고 좌타자 잭 렉스(30)를 데려왔다. 이어 후반기에 들어가면서는 투수 글렌 스파크맨(31)을 방출한 뒤 앞선 2시즌 동안 롯데에서 활약한 스트레일리를 영입했다.

렉스와 스트레일리 모두 후반기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외국인 교체 자체는 성공으로 돌아갔다. 다만 롯데의 팀 성적이 반등하지 못하며 5강 진출에 실패, 궁극적인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후반기의 영웅이었던 두 선수는 모두 올해 7월 롯데와 결별했다. 지난 11일에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니코 구드럼(31)을 데려온 데 이어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는 스트레일리를 내보내고 윌커슨을 데려왔다. 전반기를 5위로 마치며 2017년 이후 6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두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롯데의 최종 성적이 달렸다.

애런 윌커슨.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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