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위기 때마다 '소방수' 자처…"상생금융 앞장"
이자장사 비판 딛고 '든든한 방파제' 역할로 이미지 쇄신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은행권이 새마을금고 예금인출 사태와 폭우 재해, 자금시장 불안 등 최근 잇따른 위기 상황마다 신속하게 금융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진화에 앞장서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사회공헌을 위해 쓴 돈도 5300여억원 규모로, 지난해보다 12% 이상 늘었다.
'이자장사' 비판을 받아오던 은행권이 견조한 실적과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매 위기 상황에서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함에 따라 존재감도 재부각되는 분위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전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가계와 기업을 돕기 위해 일제히 긴급대출, 특별우대금리 등 종합금융지원책을 내놓았다.
KB국민은행은 폭우 피해금액 범위 이내에서 특별 대출을 지원한다. 개인대출은 긴급 생활안정자금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며, 기업(자영업자·중소기업 등)대출은 최고 1.0%포인트(p)의 특별우대금리와 함께 운전자금은 최대 5억원, 시설자금은 피해 시설 복구를 위한 소요자금 범위 이내에서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피해고객에게 총 225억원의 보증 대출과 1.5%p의 금리인하를 지원하는 '재해재난 피해 신속 보증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는 △최대 5억원의 신규 여신 지원 △만기연장, 분할상환금 유예 △최고 1.5%p 특별우대금리 등을 제공하고, 개인고객에게 1500억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도 실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피해를 본 개인에게 5000만원 이내의 긴급생활안정자금대출을, 중소기업에는 5억원 이내의 긴급경영안정자금대출 등 총 2000억원 한도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 우리은행도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총 2000억원 한도 내에서 최대 1.5%p 특별우대금리로 5억원 내의 운전자금 대출이나 시설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은행권은 앞서 이달 초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새마을금고 예금인출 사태 때에도 총 6조원이 넘는 금융지원안을 내놓는 등 조기 진화에 나서면서 사태를 빠르게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산업·기업은행은 최근 잇따라 새마을금고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새마을금고에서 예금이 계속 빠져나갈 경우 유동성 문제가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사태 때도 은행권이 나서 흥국생명의 RP를 사들인 바 있다.
이번에 은행들은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국고채·통화안정증권채권(통안채) 등을 담보 격으로 받고(RP 매입) 자금 유동성을 공급했다. 7개 은행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각 5000억∼2조원 규모의 RP 매입 계약을 체결해 모두 6조2000억원이 새마을금고에 지원됐다.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불안이 문제가 됐을 때도, 95조원 규모의 민간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앞장서 추진하며 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은행들은 사회공헌 규모도 확대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1~6월) 사회공헌을 위해 쓴 돈은 5315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늘었고, 이미 작년 전체 지원액의 68%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나 2금융권 부실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국내 대형은행들이 그동안 다져온 유동성·기초체력을 바탕으로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이들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연초 미국·유럽의 은행 부실 사태 때나, 이번 새마을금고 예금인출 사태 당시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예금자들의 이탈 움직임이 없었으며, 오히려 대형은행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예금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최근 연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이자장사 등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비축해 둔 이익을 나누면서 이미지가 쇄신되는 듯하다"며 "앞으로도 금융권의 상생금융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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