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액션 하려고 찍었는데, 누가 물으면…” ‘밀수’로 돌아온 류승완의 고백은?
김혜수, 염정아 주연의 류승완 감독 신작 '밀수'가 오는 26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어제(18일) 서울 용산구 시사회에서 배우들과 함께 앉아 영화를 봤는데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는 등 유쾌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번 작품은 천만 관객을 달성한 '베테랑'과 '베를린', '부당거래' 등 주로 액션 활극을 연출해 온 류승완 감독이 수중 액션에 도전한 첫 영화입니다. 영화의 소재가 '밀수'인 만큼, '도둑들' 같은 케이퍼 무비(무언가를 훔치는 범죄 영화)이되 그 배경이 바다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류 감독은 이 영화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가 바로 수중에서 펼쳐지는 액션을 구현해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격투 장면을 많이 찍어 봤지만, 아무리 와이어나 트램펄린 같은 장비를 동원해도 중력이 있는 한 몸으로 할 수 있는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는데요.
"수평 움직임이 아니라 상하좌우, 수직 움직임까지 동선을 크게 쓸 수 있는 건 물 속이라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에 만든 '피도 눈물도 없이'(2022)처럼 남녀가 육박전을 벌이면 처절해질 수밖에 없는데, 해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에게 유리한 물속에서 격투 액션을 펼치면 훨씬 경쾌하고 새로운 리듬의 장면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촬영은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에 갔을 때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제작한 제리 브룩하이머를 만났어요. 다음 영화가 물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라 촬영 비법을 알려줄 수 있느냐 물으니 '웬만하면 찍지 마라'고 하더군요. 지금 만약 동료나 후배 감독이 묻는다면 '그때 그분의 말이 맞더라. 웬만하면 가지 마라'고 할 겁니다."
날씨 탓에 바다에서는 촬영할 수 있는 날짜도 드물고, 끝없이 움직이는 물 특성상 예측도 힘들고, 끝없이 흔들리는 배 위에 있어야 하는 연기자들도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설명인데요. 김혜수, 염정아 두 배우는 자려고 누워도 땅이 움직이는 듯한 '육지 멀미'를 겪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이 기대를 모은 이유 중 하나는 올 여름 극장에서 '6파전'을 벌일 대작 중 유일한 여성 서사이자, 류 감독이 무려 20여 년 만에 연출한 여성 투톱 영화라는 점입니다. 김혜수 배우가 연기 경력 38년 가운데 "가장 상스러운 역할"로 꼽은 밀수꾼 '조춘자'를 맡고, 그를 따라 내키지 않는 판에 끼어들게 된 해녀 '엄진숙' 역으로는 염정아 배우가 출연합니다.
앞서 류 감독은 지난달 제작보고회와 영화 전문지 인터뷰 등을 통해 "여성들이 주인공이지만 여성성이 너무 강조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여성 서사라고 한정 짓기엔 이 영화가 내포하는 범위가 더 넓다"고 얘기한 바 있는데요. 무슨 뜻일까요?
"이런 대중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이 있잖아요.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묘사나, 여성을 관음증적 시선으로 보는 그런 것들을 최대한 피하려고 했어요. 여성이라고 해서 어떤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성 정체성이 여성일 뿐인 걸로요. 주인공들이 누군가의 어머니나 딸, 아내로 비쳐 지지 않거든요. 그냥 온전한 개인이길 바랐어요."
주연 배우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김혜수 배우는 인터뷰 도중 류 감독의 발언을 옮기자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거짓말~"하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사실 여성 중심의 서사가 맞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중심의 서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각 인물들이 (대본에도) 굉장히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지만 배역들을 만나면서 훨씬 더 풍부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진 것, 그리고 각각의 역할들을 수행하는 배우들의 시너지가 정말 좋았어요."
따로 만났지만, 염정아 배우도 류 감독과 비슷한 표현을 썼습니다.
"여성스러움을 많이 걷어냈고요. 엄마 느낌 없고요. 오랜만에 그런 역할을 해 본 것 같아요. 약간 중성적인 매력도 좀 있는 것 같고. 머리 모양도, 옷 입는 스타일도 그렇거든요. 안 보여줬던 모습인 것 같아서 거기에서 매력을 느끼시면 참 좋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염정아의 진숙은 '강단 있고 책임감 강하고 주위 사람들을 잘 돌보는 그릇이 큰 사람, 리더로서의 면모를 많이 갖춘 사람'. 그리고 그렇게 진숙이 '우뚝 서 바다를 지키는 등대 같은 존재라면, 춘자는 없는 길, 물길을 만들어 가는 길잡이 같은 사람'. 두 배우가 각각 설명한 자신의 인물에 대한 묘사입니다.
맡은 인물의 성격도, 실제 배우의 연기 스타일도 확연히 다른 두 사람이 극의 중심을 잡는다면, 단순히 '조연'으로 부르기엔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인물들이 이야기의 밀도를 높입니다. 춘자와 진숙을 돕는 다방 마담 '옥분'(고민시 배우)과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 배우), 이들을 붙잡으려는 세관 계장 '이장춘'(김종수 배우) 등입니다.
그리고 '조연' 가운데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건 단연 어리버리한 청년에서 강렬한 악역으로 변신하는 '장도리' 역 박정민 배우인데요. 류 감독이 시나리오 집필 단계에서부터 미리 선곡했다는 70년대의 음악들도 여느 배역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성기 홍콩 영화를 연상시키는 격투 장면에서 '산울림'의 노래가 흐르던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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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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