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현대백 승계, 신세계·롯데와 또 달랐다
신세계, 계열분리 남매경영…롯데, 분쟁 끝 원톱 체제
국내 유통 3사의 서로 다른 경영권 승계 방식이 눈길을 끕니다. △형제 공동 경영 체제를 위한 '단일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분리를 통해 남매간 독자 경영을 벌이고 있는 신세계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통해 승자독식 경영권이 확립된 롯데그룹 등이죠.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에 둔 단일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정지선 회장·정교선 부회장 형제가 공동 지배하는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 등을 거느린 지배구조죠. 이를 위해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백화점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현물출자를 통해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배구조를 보면 정지선 회장이 △현대백화점 17.09% △현대지에프홀딩스 12.7% △현대그린푸드 12.7% 등을, 정교선 부회장이 △현대지에프홀딩스 23.8% △현대그린푸드 23.8% 등을 각각 갖고 있죠. 이를 '정지선·정교선→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로 바꾸데, 형제가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을 얼마나 갖게 되느냐는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석률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계열 분리에 대한 우려도 해소됐습니다. 작년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중심으로 그룹 내 두 개의 지주회사를 두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추진했지만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죠. 지난 2월 현대백화점 인적분할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반면, 현대그린푸드의 인적분할은 통과되면서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주사 전환만 그대로 추진된 것이죠. 고심 끝에 현대지에프홀딩스를 단일 지주사로 추진하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은 형제간 공동 경영 체제라는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일찌감치 계열 분리에 들어갔습니다. 2011년 신세계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부문을 분할해, 이마트를 분리 상장했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신세계를 맡는 밑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2016년엔 남매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맞교환했죠. 현재 지배구조를 보면 이마트는 △정 부회장 18.56% △그의 모친 이명희 회장 10%, 신세계는 정 총괄사장 18.56% △이 회장 10% 등으로 계열 분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입니다.
계열사 교통정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정 부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광주신세계 지분 52.08%를 신세계에 2285억원에 매각했고, 2022년 신세계는 이마트 등이 보유한 신세계라이브쇼핑 지분 76.08%를 2255억원에 인수했죠. 신세계 계열의 신세계센트럴시티는 오는 6월 이마트 계열의 신세계영랑호리조트로부터 리조트 사업을 749억원에 넘겨받습니다.
롯데그룹은 2015년 경영권 분쟁 끝에 신동빈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확립됐습니다. 당시 신 회장은 그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한국과 일본의 롯데 경영권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는데요. 형제의 부친이자 창업자인 고 신격호 총괄회장이 정상적 의사 결정이 힘든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죠. 현재 신 회장은 한국의 롯데지주 지분 13%,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광윤사 지분 38.98%를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닙니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롯데홀딩스에서 자신의 이사 선임 안건 등을 올렸지만 모두 부결됐죠. 지난 2016년 이후 줄곧 주총을 통해 경영 복귀를 노리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통 3사의 서로 다른 경영권 승계 방식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당장 단일 지주사 구축에 대승적으로 합의했지만, 형제간 계열 분리는 장기적인 과제로 남게됐습니다. 신세계는 계열 분리를 통해 승계 작업은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모양새지만, 큰 틀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시너지가 얼마나 나고 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습니다. 롯데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지만, 장기적으로 그룹을 쪼개지 않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구축했다는 이점이 있죠. 경영권 승계 방식에 따라 유통 3사의 경영성과가 어떻게 갈릴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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