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ISSUE] ‘아마추어 행정’과 ‘사과’의 굴레…대한축구협회 ‘정상화’ 기대는 어렵나
[스포티비뉴스=박건도 기자] 대회 시작 전부터 말썽이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안일한 행정으로 또 사고를 쳤다.
KFA는 지난 14일 오는 9월 중국에서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망),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KAA 헨트) 등 현 A대표팀이자 국가대표팀 미래를 이끌어 갈 선수들의 병역 문제가 걸려있었기에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하지만 KFA의 명단 발표 이후 반응은 기대보단 차가운 시선이 주를 이뤘다. 논란이 될 선수가 명단에 포함됐다. 음주운전 파문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상민(23, 성남FC)이 황선홍호에 승선하며 대회 전부터 비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감독이 감싼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규정 위반을 저지른 상황이었다. 이상민은 지난 2020년 5월 음주운전이 적발돼 그해 8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의 형이 확정됐다. 축구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제17조를 보면 '음주운전 등과 관련한 행위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고, 그 형이 확정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돼 있다.
규정상 이상민은 2023년 8월 4일까지 국가대표팀 옷을 입을 수 없었다. 허나 이상민은 이미 2021년 9월과 같은 해 10월에 23세 이하(U-23) 대표팀에 소집됐다. 심지어 예선 3경기 중 2경기에서는 풀타임을 뛰었다.
뛸 수 없는 선수가 이미 대표팀 핵심이었다. 이상민은 아시안컵 예선에서 주전 수비수로 뛰었다.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이강인의 코너킥을 헤더골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심지어 주장 완장까지 찼다. 우즈베키스탄, 태국과 경기에도 모두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황선홍 감독이 아시안게임 본선 엔트리에도 넣을 만한 이유가 됐다.
아시안게임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까지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던 듯하다. K리거와 유럽파를 둘러본 감독이 분석 끝에 선수를 선택했다고는 하나, 국가대표팀 운영팀만은 명단 발표 전 규정과 선발 가능 여부를 파악해야만 했다. 당연한 절차를 건너 뛰어버린 KFA의 아마추어 행정은 대회 약 2달 전 부랴부랴 선수 발탁을 취소하는 촌극을 낳았다.
엎어진 물을 주워 담는 꼴이 됐다. KFA는 여론이 들끓자 이미 발표된 명단 내 선수들의 발탁 가능 여부를 파악했다. 명단 발표 후 4일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이상민의 발탁을 급히 철회했다.
궁색한 변명까지 내놨다. K1부터 K9을 총괄하는 KFA는 이상민의 발탁에 대해 “이상민은 2020년부터 지금까지 K리그2 소속으로 뛰며 음주운전으로 프로축구연맹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다. 이후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됐다”라며 “K리그1이나 A대표팀 선수 등과 비교하면 리그 소식도 선수 관련 정보도 상대적으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에 2021년 첫 선발 당시 해당 사실과 연관되어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밝혔다.
KFA의 아마추어 행정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3월에도 큰 홍역을 치렀다. KFA는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 사면 조치로 여론의 쉴 새 없는 질타를 받았다. 우루과이와 A매치 한 시간 전 기습 발표는 ‘날치기 통과’라는 오명을 낳았다. KFA 창설 이후 최악의 역사로 기록됐다.
뒤돌아선 여론에 정몽규 회장은 “소통을 가장 큰 화두로 생각했다”며 불통 논란에 선 KFA의 전면 쇄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회장의 선언은 낯부끄러운 변명이 되어 돌아왔다. 100인 기습 사면 사태 후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 큰 사고를 쳤다.
사과가 익숙한 KFA다. 음주운전자 대표팀 발탁 사태로 행정의 미숙함과 문제점을 다시금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재발 방지’와 ‘여러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황선홍 감독까지 “선수 선발 과정에서 부주의했던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활약과 성적에 대한 기대가 커져야 할 시점이지만, 또다시 논란만 키우고 있는 KF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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