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페이데 오네가이시마스" 일본서 격돌하는 카카오·네이버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하늘길이 열리면서 해외 여행족이 술렁이고 있다. 8년 만에 800원대까지 떨어진 '역대급 엔저'로 일본은 특히 사랑받는 여행지가 됐다. 한국 금융회사는 여행객들을 위해 24시간 환전소 문을 열어 두는 건 물론 환전 우대 혜택 등을 제공한다. 나라 밖에서 카드를 긁는 이들이 늘면서 카드업계는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QR결제 태동기를 맞은 일본 페이시장에 의미있는 선전도 이어가고 있다. 열도 곳곳을 물들이고 있는 K금융을 경험했다.
⑤"아리가또" K-금융, 쉽고 빠른 환전 직접 해보니
⑥ATM·가맹점수수료 면제… "요즘 다 이 카드 쓴다던데"
⑦"○○페이데 오네가이시마스" 일본서 격돌하는 카카오·네이버
#. 유명 패션 브랜드가 밀집한 일본 교토의 다이마루 백화점. 관광객 김소연(25)씨는 3박4일의 여행 일정 중 '쇼핑데이'를 맞아 현지 인기 패션 브랜드의 '오픈런'(가게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뛰어가 구매하는 행위)을 하게 됐다며 웃어 보였다. 역대급 엔저로 한국과 비교해 최대 반값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어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쇼핑 짐으로 손이 부족할까 싶어 크로스백에 환전한 돈 조금과 스마트폰만 챙겨 나왔다. 요즘 일본 번화가에 위치한 상점들은 대부분 간편결제가 돼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갑 없이도 여행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맘에 드는 가디건 하나를 고른 김씨, "○○페이데 오네가이시마스(페이결제로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니 직원이 카운터 앞에 놓인 QR코드 단말기를 건넨다. 스마트폰 액정에 뜬 바코드를 스캔하고 결제 완료 알림이 울리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초 남짓. 알림을 누르면 적용 환율, 원화 기준 결제금액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김씨는 "예전엔 혹시 몰라 두둑하게 환전을 해왔다면 이제는 간편결제 앱 먼저 다운로드 하는 게 일본 여행 루트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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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현금결제 선호도가 높은 일본에서 간편결제가 활성화된 게 의아할 수도 있지만 QR코드의 시초가 일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최초의 QR코드는 1994년 일본 아이치현의 토요타 자동차 자회사인 '덴소 웨이브'가 자동차 부품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개발하면서 널리 사용하게 됐다. 당시 부품의 바코드를 일일이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고자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담을 코드가 필요했다. 그렇게 1차원의 바코드 보다 200배 이상 정보를 담을 수 있는 QR코드가 세상에 나오게 됐고 이후 QR코드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용처가 빠르게 확대됐다.
해외 여행족들의 결제 편의성을 위해 국내 간편결제사들도 일본 페이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네이버페이는 2019년 6월 일본에서 처음으로 해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내 '라인페이'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 QR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편의점이나 호텔, 백화점, 음식점, 약국 등 입구에 '라인페이'가 표시돼 있다면 네이버페이를 통한 간편결제가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기준 글로벌 사용자는 6100만명, 일본 내 '라인페이' 이용자는 약 4200만명에 달한다. 메가뱅크,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 등 일본 현지 100여곳의 은행과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선보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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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가장 활발하게 결제가 이뤄지는 곳은 어딜까. 무작정 여행족의 성지 도쿄 긴자로 향했다. 그중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산리오 상점에 들어섰다. 상점을 방문하자마자 눈길을 끈 건 길게 늘어진 결제 줄. 더 놀라웠던 건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상점에서 만난 유카리(24)씨는 "결제 금액이 적을 땐 특히 QR결제가 편하다"며 구매한 것들을 보여왔다.
상점을 둘러보며 맘에 드는 인형 하나를 골랐다. 카운터에 서니 카카오페이 결제가 가능한 알리페이플러스 로고가 보였다. 카카오톡 더보기창에 들어가 페이결제를 누른 뒤 결제국가를 일본으로 변경하자 결제가 가능한 QR코드와 바코드창이 떴다. "페이데 오네가이시마스(페이결제로 부탁합니다)" 말하자 직원은 정사각형의 QR코드 인식기를 건넸다. 단말기창에 뜬 정사각형 선 안에 QR코드를 맞추자 결제가 끝났다. "카톡" 알림음이 울린 뒤 구매처, 결제일시, 결제수단, 현지주문금액, 적용환율 등이 기재된 메시지가 전달됐다.
자신감이 붙자 편의점으로 향했다. 미니스톱 미나미아오야마 지점 문을 열자 직원이 눈을 맞추며 반겨 왔다. 음료 코너로 가 국내에서도 인기 몰이 중인 아사히캔맥주와 물 한 병, 크림 빵을 골라 카운터 앞에 섰다. 초록색 '라인페이' 로고가 보였다.
네이버앱을 켠 뒤 현장결제를 눌러 결제방법 항목 중 '라인페이(해외)'를 선택해 직원에게 QR코드 및 바코드 창을 보여줬다. 편의점 직원은 자연스럽게 QR코드 인식기를 꺼내 보였고 이후 '띠릭' 하는 소리와 함께 결제가 완료됐다는 알림이 떴다.
다만 적용 환율부문에서는 네이버페이 이용이 더 쏠쏠했다. 같은날 카카오페이는 적용 환율로 920.32원, 네이버페이는 909.11원이 각각 적용됐다.
네이버페이 환율은 대외결제 대행은행의 최초고시 매매기준율이 적용되며 별도 수수료는 없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해외결제 이용시 상품 가격은 현지 통화에 각 국가별 결제대행 제휴사에서 정한 환율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돼 결제된다.
환율은 결제 대행 제휴사의 수수료가 포함된 것으로 각 은행마다 고시하고 있는 실시간 환율 정보와는 차이가 있다. 이후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로 추가 결제하니 적용환율에서 네이버페이가 더 저렴했다.
하지만 두 서비스 모두 아쉬움은 남는다. 일본 내 QR결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결제가 가능한 곳이 여전히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결제하기 전 직원에게 물어보거나 로고를 확인하는 게 필수였다. 교외, 지방은 현금결제 비중이 큰 만큼 도심에서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면 페이만으로는 결제가 이뤄지는 데는 아직까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간편결제사 관계자는 "일본은 여전히 현금결제 비중이 크지만 QR결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결제처 확대는 물론 고객 편의성 개선 등의 노력이 앞으로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쿄(일본)강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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