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리가또" K-금융, 쉽고 빠른 환전 직접 해보니

도쿄(일본)=이남의 기자 2023. 7. 19. 06: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新금융패권 시대-1.한일 해빙무드, 열도 물들인 'K금융'⑤] 외국인도 반한 무인환전 센터, 24시간 공항 환전소·ATM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하늘길이 열리면서 해외 여행족이 술렁이고 있다. 8년 만에 800원대까지 떨어진 '역대급 엔저'로 일본은 특히 사랑받는 여행지가 됐다. 한국 금융회사는 여행객들을 위해 24시간 환전소 문을 열어 두는 건 물론 환전 우대 혜택 등을 제공한다. 나라 밖에서 카드를 긁는 이들이 늘면서 카드업계는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QR결제 태동기를 맞은 일본 페이시장에 의미있는 선전도 이어가고 있다. 열도 곳곳을 물들이고 있는 K금융을 경험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환전소에 여행객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사진=이남의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⑤"아리가또" K-금융, 쉽고 빠른 환전 직접 해보니
⑥ATM·가맹점수수료 면제… "요즘 다 이 카드 쓴다던데"
⑦ "○○페이데 오네가이시마스" 일본서 격돌하는 카카오·네이버



도쿄(일본)=이남의 기자 지난 6월26일 오전 7시 일본 도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 은행 환전소를 찾았다. 이른 아침 시간에 은행 영업점이 문을 열었을까 걱정하던 찰나에 우리은행 환전소 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인천공항에서 유일하게 24시간 환전소를 운영하는 은행이다.

환전소에서 엔화를 신청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직접 환전소에서 환전을 신청하거나 하루 전날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으로 환전을 예약하는 경우다. 모바일 앱을 이용할 경우 환전 우대율을 80~90% 받을 수 있다.

이날 엔화 매매기준율은 924.20원으로 실제 환전은 100엔당 환전수수료 15.94원을 더한 940.14원이 적용된다. 기자는 모바일뱅킹에서 환전 우대율 80%를 적용받아 환전수수료가 3.188원으로 내려갔다.

이날 1만엔을 환전했을 때 환율 우대가 없다면 9만4014원을 내야 했지만 우대율 80%가 적용돼 약 9만2743원, 1300원 가량을 아낄 수 있었다. 만약 10만엔(약 92만원)을 환전했으면 1만3000원의 수수료는 버는 셈이다.


모바일뱅킹 신청, 우대율 80~90%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8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 6월 엔화 환전액은 481억6134만엔(약4450억596만원)으로 지난 5월 301억6700만엔(약 2787억6118만원)보다 178억9434만엔 늘었다. 지난 4월 환전금액인 228억3900만엔(약 2119억360만원)과 비교하면 두배가 넘는 규모다.
여행의 시작, 환전을 줄이려면 수수료율은 낮고 우대율은 높은 은행을 찾아야 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을 포함한 16개 은행의 환전수수료는 1.50~1.90% 수준이다. 수출입은행이 1.90%로 환전수수료가 가장 높고 산업은행이 1.50%로 가장 낮다.

모바일뱅킹 신청 시 최대 우대율은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부산은행, 제주은행, BNK경남은행이 90%를 제공한다.

공항에서 외환을 수령할 경우 해당 은행 점포가 인천공항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중에서 인천공항에 영업점을 곳은 ▲하나은행 2개(1터미널 1개, 2터미널 1개) ▲신한은행 2개(1터미널 1개, 2터미널 1개) ▲우리은행 1개(1터미널)이다. KB국민은행은 2014년 1터미널, 2018년 2터미널 사업권 입찰에 고배를 마셔 인천공항 내 점포가 없다. 환전소는 ▲신한은행 14개 ▲우리은행 14개 ▲하나은행 12개 ▲국민은행 3개 순이다.

모바일뱅킹으로 환전 신청을 깜박했다면 무인환전소 ATM을 이용하면 된다. 인천공항 내 ATM은 ▲신한은행 7개 ▲우리은행 7개 ▲KB국민은행 5개 ▲하나은행 4개 순이다.

제2 여객터미널에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의 환전 ATM 기기를 한데 모은 무인환전소 ATM가 있다. 기자가 3층 출국장에서 원화를 엔화로 환전했더니 공항 고시 환율 기준 환전 차액의 30%를 우대받을 수 있었다.


은행 지점에 달려가니 "1000엔 없어요"


모바일뱅킹이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은 은행 지점에서 환전을 신청할 수 있다. 최근 엔화 환전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점포별로 엔화가 소진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ATM에 여행객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사진=이남의 기자
지난 4일 원/엔 환율 898.98원까지 떨어지자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선 일일 엔화 환전 금액을 넘어선 은행도 등장했다. 기자가 주거래 은행의 모바일 앱으로 엔화 환전을 신청한 뒤 현금 수령지로 회사 근처 은행 지점을 입력하자 해당 은행은 "선택한 영업점의 모바일·인터넷 환전 예약 신청 증가로 엔화의 환전 가능 한도가 일시적으로 부족하다"며 "다른 영업점을 선택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은행 지점별 엔화 보유량도 다르다. 명동과 광화문, 강남, 대학교 일대 등 여행을 계획한 직장인, 학생들이 찾는 지점은 낮은 금액의 엔화가 소진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 11일 기자가 종로구 혜화동 성균관대학교 앞에 위치한 A은행에 방문했을 때 일본 엔화 1000엔(약 9240원)권을 50매(46만2625원) 이상 환전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름 방학을 맞아 일본 여행을 떠나는 대학생이 늘면서 낮은 금액인 1000엔의 환전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은행 관계자는 "엔화는 1엔과 5엔, 10엔, 50엔, 100엔, 500엔까지 동전이며 1000엔부터 지폐를 사용하기 때문에 낮은 금액인 1000엔의 환전 수요가 높다"며 "은행별로 엔화 지폐의 보유량이 다른 만큼 환전을 신청하기 전에 지점에 문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검암역 KB무인환전센터/사진= KB국민은행
은행 지점이 문을 여는 시간에 방문할 수 없다면 서울역과 홍대입구, 공덕역, 검암역 등에 위치한 무인 환전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기자가 지난 11일 방문한 공덕역 KB무인환전센터는 엔화 외에 유로, 위안화 등 3개국 통화를 출금할 수 있었다. 출금 한도는 1회 100만원, 1일 600만원이다. 달러($)와 원화가 적힌 ATM은 달러 입금도 가능하다.
이날 ATM 앞에서 만난 일본 유학생 사도 레이니씨(24)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일본 집에 다녀오면서 생긴 엔화 3만8000엔을 입금했다"며 "국민은행은 학교 주거래 은행인데 원화와 엔화를 엔화 통장에 쉽게 환전, 입·출금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금융은 해외 유학생들이 외화를 쉽게 거래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며 "아리가또(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남은 엔화, 외화예금 환차익 노려


일본 여행에서 돌아와 남은 엔화는 외화예금에 넣보자. 가까운 은행 지점에서 외화예금 계좌를 만들어 입금하는 방법이다. 모바일뱅킹 앱에선 외화예금을 입금하면 자동으로 엔화로 환전돼 통장에 돈이 쌓인다. 환율이 낮을 때 입금하고 환율이 오를 때 돈을 빼는 환차익을 노린 재테크다.

8년 만에 엔화 가치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자 환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관심이 커지면서 엔화 예금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4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6월 말 기준 8601억2038만엔(약 7조8856억원)으로 전월 6795억8340만엔(약 6조2304억원)과 비교해 26.5% 늘었다. 엔화 예금은 연 금리가 약 1% 내외로 낮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을 남길 수 있어 장점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은행권은 엔화 예금에 가입하는 고객을 잡기 위해 외화예금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이 최근 출시한 외화 입출금 통장은 '바로 보는 외화통장'이다. 고객이 직접 수익 금액을 계산할 필요 없이 환율 변동에 따른 실시간 수익률과 해당 통장을 통해 얻은 환테크 수익을 바로 보여준다.

또한 입출금 시 조건 없이 90% 환율 우대를 제공한다. 오는 31일까지 1000달러 외화 입출금 거래를 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다양한 경품도 제공한다.

우리은행의 '우리 WON 외화정기예금 특판'은 우대조건 충족 시 최대 연 0.3%포인트까지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비대면 채널에서 원화로 가입하면 환율 우대가 50% 적용된다. 신한은행은 올해 말까지 외화 예·적금 상품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모두투어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 3%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은행 관계자는 "일본은 지난 30년간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겪으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벌이고 엔화가 약세를 보이지만 증시와 부동산 활황으로 통화가치가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면서도 "단기간 환차익을 노리고 엔화를 매수하기 보다 장기·분산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일본)=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