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구축”… 北 ‘동맹 갈라치기’ 시도 봉쇄 [한·미 핵협의그룹 첫 개최]

이현미 2023. 7. 1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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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잠, 42년 만의 韓 기항
한반도 유사시 韓 전력 열세 노려
北, 전술핵 앞세워 대남 집중 압박
한·미 “유기적 핵 대응 훈련 강화
핵공격 땐 북한 정권 종말” 경고
캠벨 “美 확장억제 의지 확고부동”
향후 분기별 NCG 4회 개최 예정

한국과 미국이 18일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를 열고 미 핵전력과 한국 비핵자산의 결합 훈련 등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에 합의하며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전략 핵잠수함(SSBN)의 한국 입항 사실을 공개하며 양국의 북핵 공조 의지와 동맹 결속력을 대외적으로 강조하는 데도 힘을 실었다. 첫 NCG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앞세워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흔들려는 시도를 봉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용산 대통령실서 한자리 북핵 위협에 대응해 창설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윤 대통령,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대통령실 제공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양측은 NCG가 북한 핵 억제와 대응을 위한 한·미 간 핵심적 상설 기구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정보공유 협의 체계와 공동 기획 및 실행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는) 핵과 재래식 전력에 대한 정보공유를 확대하고 어떠한 핵 위기 속에서도 한·미 정상 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체계와 절차를 마련해 가기로 했다”며 “한·미 양측은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비핵전력 지원을 위한 공동 기획과 실행 방안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NCG가 중심이 돼 핵 관련 다양한 도상훈련과 시뮬레이션을 조율하고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 핵 자산과 한국 비핵자산의 결합 및 작전 계획과 미 핵전력의 정례적 한국 내 배치·이동 등을 심화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핵전력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해 유기적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가 따로따로 대응한다는 것은 역량의 분리를 초래한다”며 “(이번 합의는) 한·미가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끔 해 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는 이날 회의에 맞춰 미 해군 ‘최강 전력’으로 핵 공격이 가능한 SSBN이 42년 만에 부산항에 입항한 사실을 공개하며 동맹의 공고함도 과시했다. 북한이 전술핵 위협을 하는 것은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인데, 한·미가 북한의 소규모 핵공격에도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NCG를 통해 경고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무게감이 있다는 평가다. NCG가 열린 이날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오하이오급 SSBN 켄터키함(SSBN-737)을 입항시킨 것도 미국의 확장억제력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전술핵을 앞세워 대남 압박을 감행하며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 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술핵으로 한·미를 갈라치기 하려는 게 북한의 목적인데, 한·미는 한몸이고 작은 것이라도 핵공격은 핵공격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는 것”이라며 “‘북한 종말’을 언급해도 국방장관이 하는 것과 핵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에서 나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악수하는 김태효·캠벨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왼쪽)과 커트 캠벨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 회의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양국은 이날 NCG 회의 직후 북한의 핵공격에 대한 압도적 대응 의지를 강조하며 “북한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저희들의 분명한 의지와 공약을 가시적으로 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전략 핵잠수함이 부산항에 기항하고 있고, 워싱턴 선언을 실행하기 위해 미국의 대규모 사절단이 (회의에) 참여한 것이 (확장억제에 대한 미국의) 확고부동한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으로 위대한 동맹인 한·미 동맹의 신뢰도를 확대하고, 우리의 파트너십이 철통같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드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NCG에 일본 등이 참여해 채널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캠벨 조정관은 “미래에는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하는 게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한·미) 양자 간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향후 NCG는 고위급 회의와 실무급 회의를 번갈아 분기별로 총 4회 개최할 예정이다. 김 차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8월 중으로 미국에서 개최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미·박수찬·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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