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 美 핵잠수함 겨눴다...北이 탄도미사일 550㎞ 날린 속셈

이가영 기자 2023. 7. 1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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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또는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가능성
고도 50㎞로 낮고 변칙 기동...“요격 어려워”
미국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인 '켄터키'함(SSBN 737) 이 2023년 7월18일 오후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미 핵 3축 가운데 하나인 SSBN의 한반도 전개는 미국의 철통 같은 한반도 방어 및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미 국방부

북한이 19일 이른 새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비행 거리는 2발 모두 550㎞로 순안에서 부산 작전기지까지의 거리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전날인 18일 부산 기지에 기항한 미국의 핵 3축 무기인 전략 핵잠수함(SSBN)을 겨냥한 도발로 풀이된다. 같은 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된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식에 대한 반발로도 보인다. 18일 판문점에서 돌연 월북한 미군의 송환 문제를 앞두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압박 카드라는 분석도 나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전 3시 30분쯤부터 오전 3시 46분쯤까지 북한이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각각 550여㎞를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며 “이에 대한 세부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종합적으로 평가 중”이라고 했다. 일본 해상보안청도 이날 “오전 3시 35분과 오전 3시 48분 각각 북한이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를 발사했다”며 “모두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해 동해상에 쏘아올린 신형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 과정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편집된 영상으로 보도되었다. /조선중앙TV 로이터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 12일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8형’ 발사 이후 일주일만이다. 특히 이번 SRBM은 평양 순안에서 550㎞ 비행해 동해상에 탄착한 것으로 파악돼 전날 부산 기지에 기항한 SSBN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순안에서 부산기지까지 거리가 550㎞ 안팎이기 때문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미사일 발사 방향을 동해에서 부산으로만 돌리면 SSBN이 사거리에 들어온다”면서 “SSBN을 겨냥한 도발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미사일은 사거리와 정점 고도 등을 고려할 때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또는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KN-24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2발의 최고 고도가 50㎞라고 설명하면서 “변칙 궤도로 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통상 SRBM의 최고 고도가 사거리의 4분의 1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낮은 편이다. 낮은 고도에서 변칙 궤도로 비행하는 미사일은 요격하기 어렵다.

북한이 과거에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전날 한미가 NCG 출범회의를 개최하고 미 전략핵잠수함인 켄터키 함(SSBN-737)을 부산에 기항시키며 핵 억제력을 과시한 데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NCG는 한미가 대북 확장억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양국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대표로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NCG 출범 회의를 개최했다. 또 NCG 출범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사거리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Ⅱ D5′ 20여기를 적재할 수 있는 오하이오급(1만8750t급) SSBN 켄터키함이 부산에 입항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NCG 첫 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 담화를 내고 “미국은 확장억제 체제를 강화할수록, 군사동맹 체제를 확장할수록 우리를 저들이 바라는 회담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뿐”이라며 반발했다.

2022년 7월 촬영한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조선일보DB

이런 가운데 북한은 전날 주한미군 장병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중 무단 월북한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전날 “우리 군인 중 한 명이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국방부가 북한군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가 월북 미군의 송환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대미 압박 카드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지난해 11월 2일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우리 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합참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하여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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