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나도 모르게 피하게 돼요"…반복되는 참사에 "일상이 두렵다"
전문가들 "사회가 변하는 모습 보여야 공포감 없앨 수 있어"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해마다 지하차도와 지하주차장 등에서 폭우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이 '지하공간'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도시에 살면서 지하공간을 피해서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이같은 공포는 일상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상적 공간에서 참사가 반복되며 시민들은 희생자와 자신을 비슷하게 취급하는 '동일시 현상'으로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번 참사는 안일한 대처 혹은 시스템의 문제였기 때문에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반복되는 지하공간 참사…"내가 될 수도 있어서 두려워"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오송 지하차도 참변뿐 아니라 폭우 속 지하공간에서 벌어진 참사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상륙 당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민 7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 역시 인근 하천에서 범람한 물이 순식간에 지하주차장을 덮치면서 피해가 커졌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세대에서 세 모녀가 큰비에 쏟아지는 물을 피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0년 7월 부산에서도 지하차도가 침수돼 시민 3명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달 대전에서도 지하차도가 침수돼 1명이 숨졌다.
시민들은 반복되는 지하공간 사고로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청주에 거주하는 엄모씨(28)는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 소식을 접하고 나서 지난해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와 서울 관악구 세 모녀 참변이 생각났다"며 "도시에서 살면서 지하공간을 피할 수 없는데 무섭고 걱정이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50대 직장인 박모씨는 "출근 때마다 아내가 지하차도나 지하주차장은 피해 다니라고 한다"며 "저도 괜히 지하 공간은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모씨(45)도 "지역만 다르지 매년 지하와 관련된 사고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내가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생긴다"고 토로했다.
◇전문가 "일상 공간 안전 흔들려…사회가 안전 강화 등 노력해야"
전문가들은 일상 공간에서 반복되는 참사가 공포와 불안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포항 지하주차장 사고부터 이번 오송 지하차도 사고까지 반복되는 사고들을 접하며 시민들은 일상 공간이 재난 현장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학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시민들은 매일 출퇴근하는 지하 차도라는 공간에서 재난이 발생하고 사람이 죽는 것을 보며 일상에서의 안전이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안정감이 충족이 안 되면 사람은 불안함을 느끼고 지하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골목길 등 불안감은 점차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과천 방음 터널 화재 등 사고의 성격이 달라도 내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는 공통적 요소가 있다"며 "일상 공간에서 발생하는 모든 참사가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포와 불안감을 극복하려면 긍정적 사고방식과 적극적인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임 교수는 "인간은 어두운 곳과 같은 지하를 싫어하는 '협소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데 '잦은 노출'을 통해 극복했다"며 "회피가 아닌 안전에 대해 긍정적인 희망을 품고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해야 이겨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불안감을 가진다면 가까운 상담센터를 방문하거나 정신건강 상담전화를 통해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안전시설 강화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이번 오송 지하 차도 침수 사건의 경우 안전 문제에 안일했던 '휴먼 에러'(인간의 과오)의 문제가 크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재난에 대한 예방책이나 홍보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안전 시설을 강화하고 구축할 때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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