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맞이하는 국일제지… 삼라마이더스, 인수 나선 배경은?
삼라마이더스, SM그룹서 자금 수혈 가능성
SM그룹사 삼라마이다스가 국일제지의 새 주인이 된다. 국일제지가 보유한 수백억원 규모의 부동산·현금성 자산을 가치 있게 평가해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자금이 부족한 삼라마이다스는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그룹으로부터 수혈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일제지는 보유한 자산이 많아 M&A시장에서는 인기 매물이었지만, 인수 이후 사업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뒤따른다.
산업용지 등을 생산하는 국일제지는 지난 3월, 최우식 전 대표의 지분이 반대매매로 주식시장에 쏟아진 뒤 최대주주 변경 계약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먹튀’ 논란에 휩싸인 회사다. 이후 회사가 회생절차를 밟으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국일제지는 삼라마이다스와 인수합병(M&A)을 위한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공시했다. 삼라마이다스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계약을 맺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가 맡았다.
국일제지는 지난 수년간 적자를 냈고, 핵심 사업의 성장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통상 법원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으면 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청산가치가 더 높으면 파산을 선고한다. 국일제지는 보유 자산이 많아 청산가치가 높았지만, 채권단 동의를 거쳐 M&A 전제로 한 회생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특히 국일제지를 인수하려는 회사들이 자산 가치에 초점을 맞추면서 M&A 시장에서 인기 있는 매물로 주목받았다. 국일제지는 유동화할 수 있는 부동산 자산 규모가 418억원이고, 현금성 자산도 12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18일 “국일제지는 자산 상태로만 봐도 탄탄한 기업이어서 여러 기업이 눈독을 들였다”며 “예비 실사에서 절반이 걸러지고, 이후 주관사를 통해 SM그룹이 가장 적합한 인수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새 주인을 찾는 첫발을 뗐지만, 주식거래 재개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예정이다. 국일제지는 자본이 부채를 초과하는 ‘순자산’ 상태라 새 주인은 선순위 채권부터 변제해야 한다. 이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후 감사인의 감사 의견 ‘적정’이 담긴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앞서 3월 외부감사인이 감사 의견을 거절하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주식 거래가 재개된 이후 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제지 업황이 나빠지면서 국일제지는 2021년부터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11억원, 당기순손실은 146억원으로 매년 적자 폭이 커졌다.
게다가 새 주인이 될 삼라마이더스의 자금 사정이 빠듯해 회사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가 이뤄지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당장 업계에서는 삼라마이더스가 인수 자금마저 그룹에 손을 벌려 융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삼라마이더스가 보유한 현금자산은 2900만원(2022년 말 기준)에 그친다. 자체 자금으로는 국일제지를 인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SM그룹에는 SM상선, 대한상선, 대한해운, 티케이케미칼, SM스틸, 삼라마이다스, STX 등이 있다. SM그룹은 쌍용자동차, 대우조선해양 등 굵직한 인수전에 항상 등장한 곳이기도 하다.
한편 1978년 설립된 지류 제조사 국일제지는 오너 2세인 최우식 대표의 과도한 주식담보대출로 사세가 크게 기울었다. 최 전 대표는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부업체에 대출받았는데, 이를 갚지 못해 1차로 반대매매 진행됐다. 주가가 급락하자 최 대표가 보유 주식을 장내에서 더 팔았고, 주가는 더 내려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최 대표는 남은 지분으로 경영권 매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양수자가 최 대표 지분을 받자마자 팔아치우면서 또 문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4만5000여 명의 소액주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주가 급락, 거래정지까지 겪고 있다. 현재 최우식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고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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