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 이상 쌓인 적립금에…내년 건보료율 7년 만에 동결?
내년 총선 등 정치 일정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다음 달 중으로 구체적 모습을 드러낼 내년 건강보험료율이 어느 수준에서 정해질지 관심을 끈다.
국민 부담을 완화하고 물가안정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건보료 인상률을 최소화한다고 정부가 공언했기에 내년 인상 폭은 적어도 올해보다는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9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8월 중으로 건강보험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내년 건보료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올해 직장가입자 월급에 매기는 건보료율은 7.09%로, 지난해보다 1.49% 올랐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내놓은 '2023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의료비를 공공요금, 통신비, 식품·외식비 등과 함께 핵심 생계비 중 하나로 꼽으면서 생계비 부담을 줄여주고자 건보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기에 내년 건보료율은 올해보다 덜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간 건보료율은 거의 해마다 올랐다.
건보료율은 기본적으로 의료기관과 약국 등 의료 공급단체들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지급하는 요양 급여비용, 즉 수가(酬價)에 연동해서 움직이는데 수가가 매년 오르는 물가를 반영해 인상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건강보험공단과 의료 공급단체 간의 협상 결과, 내년 수가는 1.98% 올랐기에 내년 건보료율도 오를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 건보료율은 2010년 4.9%, 2011년 5.9%, 2012년 2.8%, 2013년 1.6%, 2014년 1.7%, 2015년 1.35%, 2016년 0.9% 등으로 상승 폭이 낮아지긴 했지만 계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어 2017년 동결됐다가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0%, 2021년 2.89%, 2022년 1.89% 등으로 오르내렸다.
건강보험 재정이 장기적으로 불안하다는 점도 인상론에 무게를 싣는다.
세계 유례없는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노인 진료비가 급증하는 등 건보재정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건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어떻게든 보험료를 조금이라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변수가 있다. 현재 건강보험 곳간이 넉넉하다는 것이다.
건보재정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흑자를 본 덕분이다.
건보 창고에 쌓여있는 누적 적립금은 작년 12월 기준 23조8천701억원, 약 24조원으로 사상 최대에 달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남용이 의심스러운 MRI와 초음파 검사 등에 대해 건강보험을 제한하는 등 재정 누수 요인을 차단하면서 적립금이 그다지 줄지 않아서 여전히 20조원 넘게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보재정은 2011∼2017년 7년 연속 흑자였다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면서 의료비 지출 규모가 증가해 2018년 1천778억원, 2019년 2조8천243억원, 2020년 3천531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그러나 2021년 코로나19로 의료 이용이 감소하면서 다시 2조8천229억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2022년에도 3조6천291억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보였다.
이런 이유로 내년 건보료율이 올해 수준에서 그대로 묶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실제로 2017년의 경우 건보료율이 동결됐다.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몇년간에 걸쳐 당기 수지 흑자 행진을 지속하면서 적립금이 20조원을 넘어서는 등 곳간이 풍족해졌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가입자를 위해 투입해야 할 보험료가 제대로 쓰이지 못한 채 20조원 넘게 적립금 형태로 쌓여있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인상해 더 거둔다는 게 건강보험 당국으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닌 게 사실이다.
여기에다가 내년은 총선을 치르는 등 정치적 이벤트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표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건보료를 올린다는 게 정치권으로서는 내키지 않다는 점도 건보료 동결을 점치게 하는 부분이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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