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사기꾼 연기 부담됐지만 통쾌, 배우 외롭지만 버틸만해요”[EN: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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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천우희가 사기꾼 연기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소회를 밝혔다.
천우희는 7월 18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극본 한우주/연출 이수현)에 출연했다.
경찰을 필두로 검사, 간호사, 카지노 딜러, 아동 심리 상담가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분한 천우희는 각양각색 표정과 화법, 호흡, 걸음걸이 연기를 선보이며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Q 연기하는 데 있어 가장 재미있었던 사기꾼 캐릭터는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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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천우희가 사기꾼 연기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소회를 밝혔다.
천우희는 7월 18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극본 한우주/연출 이수현)에 출연했다. 극 중 공감 불능 사기꾼 이로움 역을 맡아 지나친 공감 능력으로 고통을 겪는 변호사 한무영(김동욱 분)과 흥미로운 공조 복수극을 펼쳤다.
천우희 아닌 이로움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경찰을 필두로 검사, 간호사, 카지노 딜러, 아동 심리 상담가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분한 천우희는 각양각색 표정과 화법, 호흡, 걸음걸이 연기를 선보이며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다음은 천우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Q 이로움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
▲ 외적인, 표면적인 부분을 잘 구축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해 색깔적으로 표현했다. 한 예고편에 제가 연기한 인물들을 다 모아 놓는다고 생각했을 때 색깔적으로 다르면 재밌겠다 싶어 제가 부여한 색채들이 있었다. 색깔과 보이는 이미지들을 최대한 잘 구현해 내려고 노력했다.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실장님들과 같이 만들어 낸 거다. 그외 외형적 변화를 확실하게 주려고 한 건 발성이나 제스처였다. 외적인 변화에 힘을 받아 연기하는 데 있어 나름의 즐거움이 됐던 것 같다. 회마다 역할놀이를 하는 것처럼, 맡은 역할마다 인형놀이 옷 갈아입히는 것처럼 꽤나 나한테 즐거운 작업이었다. 카지노 신 같은 경우 카리스마, 섹시함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블랙을 택했다. 검은색도 상황, 공간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동심리 상담가 같은 경우 좀 교주의 느낌을 내며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흰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속녀는 영앤리치 캐릭터였기에 핑크, 퍼플에 가까운 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위생과 공무원은 FM으로 약간 꽉 막혔지만 자기 일을 열심히 잘하는 이미지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진한 파랑으로 나름대로 생각했다.
Q 연기하는 데 있어 가장 재미있었던 사기꾼 캐릭터는 무엇이었나.
▲ 초반에 아동 심리 상담가 코트니 권을 연기했다. 대본을 받았을 때도 머릿속에 명확하게 떠오른 이미지가 가장 강했던 캐릭터였다. 이런 설정을 첨가하면 굉장히 재밌겠다는 나름의 상상력이 있었고, 감독님의 연출과 내 합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그때 시청자분들 사이에서의 반응도 좋았다고 느꼈다. 연기하면서도 굉장히 즐거웠다.
Q 반대로 연기할 때 어려웠던 사기꾼 캐릭터는?
▲ 도전이었지만 해놓고는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었던 건 보이스피싱 사기를 위해 세 사람 목소리를 연기할 때였다. 목소리를 다 바꿔서 했는데 전체 리딩 때 한 번 사투리를 써서 연기했다. 근데 현장에 갔을 때는 사투리를 쓰는 건 좀 재미가 없을까 싶어 아예 세 사람 목소리를 바꿔서 했다. 근데 감독님이 사투리가 재밌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5분만 달라고 해서 최대한 가까운 분에게 전화해 한 번 사투리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바로 따라 하며 5분 만에 나온 신이었는데 나름대로 재밌게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Q 천우희 원맨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사량이 많았는데 부담감은 없었나.
▲ 초반에는 부담감이 있었다. 우선 역할 자체가 컸고, 로움이의 서사를 가져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서사적 구조, 관계성들이 최대한 잘 보이려면 제가 잘 안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담감이 있었는데 그 부담감이 나름의 동력이 돼 이 작품을 해내고 싶다는 열의를 키워 준 것 같다. 항상 어느 정도의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감정적, 내면적 이외에도 다른 모습들이 다양하게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마침 사기꾼 이로움 역할을 맡게 돼 큰 진폭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초반부에는 외적인 진폭, 후반부에는 정서적으로 깊은 폭을 보여드릴 수 있어 제게는 꽤나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할 때도 그만큼의 부담감을 느꼈지만 하고 나서의 희열도 그만큼 컸다.
Q 다양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나.
▲ 물론 굉장히 다양한 작품을 했다고 스스로도 자부하는 편이다. 근데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폭발력, 진폭이 큰 것들, 내면 연기들이 있다면 한쪽으로 편중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생각한다. JTBC '멜로가 체질'을 하고 나서 드라마 속 모습도 굉장히 매력적인데 이런 모습을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너무나 다양한 내 모습,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는 외적인 변화라든지, 어떻게 보면 나한테 요구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제안받다 보니까 그것도 나름 굉장히 해보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다양한 필모그래피가 있지만 이렇게 외적으로 다양하게 보여드릴 수 있었던 작품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Q 카메라를 바라보며 펼친 방백 연기도 독특했다.
▲ 원래부터 대본상에 있었다. 방백 연기를 처음 시도하는 입장에서 시청자 분들 사이에서 굉장히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작가님의 선택한 구도가 그것인 것 같아 바로 이해를 하고 연기했다. 한무영의 심리와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건 정신과 전문의 모재인과의 상담이었다. 무영이는 상담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말했고 이로움은 방백을 택했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효과적으로 잘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막상 하려니 굉장히 낯설더라. 한 번도 카메라를 바라보며 연기한 적이 없었다 보니까. 원래 절대로 카메라를 보면 안 된다. 그건 NG이다 보니까 초반에는 약간 낯선 게 있었다. 그걸 이겨내고 시청자로 하여금 최대한 같이 작당모의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Q 이로움 표 사적 복수가 시청자 입장에서 통쾌하긴 했지만 사실 합법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동들이 많았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이로움의 행동이 이해됐나.
▲ 이 이야기가 갖고 있는, 판타지적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왜 계속 이런 통쾌한 이야기를 좋아할까 돌이켜 봤을 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상황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누가 봐도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사회나 법이 확실하게 단죄를 지어줘야 할 때 그렇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드라마 같은 허구적 이야기에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다. 이 작품뿐 아니라 요즘의 작품들이 시사하는 바는 똑같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사회적 시스템에서 법과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드라마가 오락거리이기는 하지만 그 부분에 시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로운 사기' 속 판타지가 이해가 안 됐다기보다 저 또한 통쾌함을 느낀 것 같다.
Q 이로움과 실제 천우희는 얼마나 같고 다른가.
▲ 처음에 이로움과 제가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모든 사람들을 효율성, 효과적인 면으로만 바라본다는 점에 대해 그랬다. 이 인물의 서사가 풀어질수록 어떤 면에서는 나와 같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로움이에게 끌렸구나 싶었다. 모두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똑같았던 것 같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 어떤 무게감을 짊어지는 것. 저도 성격적으로 남한테 의지하는 편은 아니다.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려는, 독립심이 강한 편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이로움과 비슷한 것 같다. 직업적으로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사랑받긴 하지만 배우가 오롯이 해내야 하는 몫 관련해서는 또 외로울 때가 있다. 그 외로움이 막 고통스럽지는 않다. 내가 그 순간 당연히 짊어져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느낀다. 어떨 때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제게 무영이 같은 인물이 나타난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스스로 감내하는 게 익숙하다. 아직까지는 버틸 만한 것 같다.
Q 시청자 반응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적도 있나.
▲ 어떤 불안감은 드라마가 끝나기 전까지 항상 있는 것 같다. 작품에 대한 불안감도 있을 수 있지만 제 연기에 대한 불안감이었던 것 같다. 나쁜 불안감이 아니라 맡은 바를 충실히 잘 해내고 싶은 내 욕심인 것 같다. 드라마는 실시간으로 오다 보니까 체감상 반응들이 더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 같긴 한다. 대중 분들도 그렇고 더 가까이 느껴지는 건 제 지인들의 반응이다. 확실히 드라마다 보니까 더 친근하게, 많이 봐주더라. 친구들과의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이 있는데 원래 자기 취향이 아니면 안 본다. 이번 드라마 같은 경우 회마다 항상 실시간으로 본 방송 사수를 해 주며 '뭐야?', '무슨 일이야?'라며 되게 흥미롭게 봐줬다. 되게 고맙기도 했고 실시간 시청자 반응을 봤을 때도 물론 모든 것이 다 완벽할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 한시름 놓았다.
Q 팬들 사이에서 집순이로 알려져 있다. 집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불안감에 빠지는 시간이 더 많아질 때도 있나.
▲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이 각각 다르긴 하다. 어떤 분들은 그 감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환기하는데 난 오히려 그 기분에 잠식당하는 건 아닌데 오히려 그 순간에 직면하려고 하는 편인 것 같다. 어떤 불안감이 있을 때 산책이나 글쓰기가 내 큰 대처 방식이다. 그 순간을 계속 들여다보고 곱씹어보며 자기 객관화, 자기 성찰을 하려는 편이다. 오히려 그 불안감들을 또렷하게 보고 있으면 그 순간들이 다 사라지더라. 나도 깊이 아는 건 아니지만 어떤 명상의 기법이라고 들었다. 마주 보는 거, 오롯이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던데 내가 항상 해왔던 방식이다. 잘하고 있나 보다 싶어 계속 이 방법을 쓰고 있다.
Q 어떤 형식의 글을 쓰는지 궁금하다.
▲ 엄청 대단한 건 아니다. 메모나 일기다. 그리고 연기 일지를 쓴다. 생각나는 것들을 짤막짤막하게 쓴다. 다른 분들이 보실 일도 없겠지만 보시면 아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일 거다. 짤막한 것들이라. 고등학교 때부터 매번 일기를 쓰고 있는데 그 일기가 나한테는 마음을 다잡는 작업인 것 같다. 예전에 글을 쓴다고 하니까 나중에 책으로 써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걸 책으로 쓸 만큼의 글일까 싶었다. 분량은 물론 되겠지만 글쎄요(웃음). 인세를 받을 정도의 퀄리티가 될지는 모르겠다. 연기를 더 하고 60주년쯤 됐을 때 제 연기 일지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다.
Q 2004년 ‘신부수업’으로 데뷔해 내년 데뷔 20주년을 맞이한다. 20주년 앞둔 기분은.
▲ 전 제가 내년에 20주년이 되는지도 몰랐다.(웃음) 20주년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제가 연기를 20년 동안 했다고 해서 매번 연기력이 향상됐다거나 매 작품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월만 흐른다고 잘하는 건 아니니까. 물론 이 일을 포기하지 않고 해 왔다는 것들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잘해왔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매년,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30주년이 되고 40주년이 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숫자에는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Q 그간 출연작 OST 가창을 맡기도 했는데, 20주년을 기념해 직접 부른 노래를 발표할 계획도 있는지.
▲ 진짜 생각지도 못했는데 한 번 고민해 보겠다.(웃음)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누군가 저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오케이 하겠다.(웃음)
Q 지난 19년간 29여 편의 영화, 5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스스로 다작 배우, 워커홀릭이라고 생각하나.
▲ 다작 배우는 아닌 것 같다. 1년에 한 작품 정도밖에 안 했다.(웃음) 워커홀릭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스스로 인정한다. 연기가 너무 재밌다. 사실 연기라는 게 허구인데, 허구를 만들어 나가는 현장이 너무 즐거워 거기에만 있고 싶었던 시기도 있었다. 일상이나 현실감을 느끼고 싶지 않고 그냥 그 세계에만 머무르고 싶었다. 온전히 그 세계에만 몰입하며 현실을 잊고 싶을 때도 있었다. 버거운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그냥 이 허구의 세계가 너무 재밌었던 거다. 근데 일을 해 나가고 나이가 한두 살 늘어가다 보니까 일상 또한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워라밸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제 일과 일상 다 사랑하고 잘 지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외부적으로 봤을 때 제가 워커홀릭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8월부터 다른 작품을 시작한다. 일하고 쉬는 시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기를 내가 조정할 수 없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려고 한다. 계속해 나가면 계속 워커홀릭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일을 하는 동안 정말 쉬고 싶고, 어느 순간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 연기는 계속해 나가고 싶다.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호기심인 것 같다.
Q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 외부적으로 바라봤을 때의 선택과 제가 해 나가고자 하는 연기적 선택은 좀 다른 것 같다. 아주 미묘한 차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이 작품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시청자, 대중을 위해 선택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전 연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고 연기를 계속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맡지 못한 미지의 역할, 영역에 대해 계속 탐구해 나가고 발굴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가, 이 인물을 구현해 내고 싶은가, 그런 심적인 동요가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게 밑바탕이 되는 것 같다. 지금 이 시기에 어떤 갈증이 있거나 어떤 것들을 고민하거나 원한다거나 할 때 맞아떨어지는 선택을 하게 된다. 매번 기준이 똑같다고 할 수는 없다. 외부적 시선이 아닌 저로부터의 출발이라는 점은 항상 같다.
Q 작품을 하며 연기에 관한 가치관이 바뀐 적이 있는지.
▲ 가치관들은 어떠한 순간 바뀌는 것 같다. 작품을 매번 할 때마다 성취하고 싶은 목표치, 떠오르는 영감이 다르다. 정말 신기하게도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가치관이 바뀐다기보다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다. 연기가 왜 이렇게 좋은가 생각했을 때 인문학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알아가는 방식, 타인에 대해 알아가는 방식 같다. 넓고 깊은 시각들을 갖게 되는 계기인 것 같기도 하다.
Q '이로운 사기'도 그렇고, 그간의 출연작 중 사회적 문제와 맞닿아 있는 작품이 많았다.
▲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카트'도 그렇고 '한공주'도 그랬더라. 제가 사회 운동가가 아니기 때문에 막 앞장서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연기하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 표현하는 것들이 마음에 끌릴 때도 있는 것 같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간의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던 건 아니다. 결국에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까 그쪽으로 마음이 갔던 게 아닐까. 차기작은 '머니게임'이다. 후반 작업을 기다리고 있고, 공개 시기는 미정이다.
Q 앞으로 연기를 통해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나.
▲ 나이가 어렸을 때는 제가 겪어 보지 못한 감정이나 삶을 체험해 보고 싶었고, 그 삶들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어느 순간 바뀌게 됐다. '이로운 사기'라는 작품도 그러했지만 공감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점점 많이 느낀다. 한석규 선배님이 저한테 예전에 '우희야. 네 나이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연기해 봐'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사랑이 얼마나 세상의 다양한 감정들을 담을 수 있는 이야기니'라고 말씀하셨을 때 당시에는 전 솔직히 그렇게 생각을 안 했다. 실제로도 경험할 수 있는 사랑을 굳이 제가 연기로 한다고 했을 때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 정말 다양하게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사랑이구나를 체감했다. '멜로가 체질' 연기를 하면서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엄청난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구나를 느꼈다. 앞으로도 제가 겪어봤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표현들이 있을 텐데 그런 표현들을 해보면 어떨까, 연기해 보면 어떨까 싶다. 꼭 남녀 간 사랑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르적으로도 다양할 수 있을 것 같다.
Q 최종 N주년에는 어떤 배우가 돼 있길 바라나.
▲ 어떠한 방향성은 물론 계속 갖고 있다. 매번 진심으로, 진실되게 연기하고 싶다. 가장 기본이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근데 평생 그렇게 연기할 수 있다면 좋겠다. 죽을 때까지 그렇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 규정은 제가 직접 하기보다, 제가 해왔던 것들을 쭉 지나왔을 때 대중 분들이, 관객 분들이 해 주신다고 생각한다. 저도 궁금하다. 아주 나이가 들었을 때 절 어떤 배우라고 말해 주실 것인지.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는 그냥 해 나가다 보면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규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연기를 오래오래 하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여쭤 보실 때마다 대답이 자주 바뀐다.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을 때도 있고,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을 때도 있다. 근데 진심으로 연기하는 마음은 매번 갖고 가고 싶다.
(사진=H&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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